[전남일보]미술이 제시한 대안세계 ‘만다라와 모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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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미술이 제시한 대안세계 ‘만다라와 모나드’
무안오승우미술관 미디어아트전
2월12일까지 ‘세상의 모든 것…’
박인선·정나영·이매리 8인 참여
  • 입력 : 2024. 01.15(월) 17:47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박인선 작 Water hall(워터 홀).
만다라는 동일한 무늬를 반복한 원형의 도상을 뜻한다. 무한히 확장되는 우주를 시각화한 것. 불교적 의미로 우주의 깨달음을 말하기도 한다. 모나드는 세계를 무한대로 쪼갰을 때 남는 최소한의 입자 개념이다. 이 두 역설적 세계를 그려낸 전시가 있다. 무안군오승우미술관에서 ‘세상의 모든 것, 만다라 혹은 모나드’를 주제로 미디어아트 기획전시로 오는 2월12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에는 박인선, 정나영, 이매리, 임용현, 김범수, 조현택, 이예린, 윤준영 작가 등 8인이 참여한다. 이들은 영상, 사운드, 사진, 설치,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로운 대안 세계를 펼친다.

박인선 작업은 우주의 진리, 만다라를 상기시킨다. 땅과 바다, 건물과 인간, 도시와 자연처럼 상대성을 내포하는 현상과 시공을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하나로 연결해 원형이나 타원 혹은 좌우대칭에 가까운 새로운 구조물로 만들고 있다. 동일한 무늬를 반복적으로 그려낸 원형의 도상을 뜻하기는 ‘만다라’다.

미디어 작가 임용현의 ‘무한의 지평선’은 매체의 본질인 빛에 대한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무한의 지평선’은 빛의 성질에 의해 변화되는 무한한 우주의 현상(빅뱅 등) 속에 외롭게 서 있는 인간의 존재를 표현한 작품이다. 마치 우주쇼를 벌인듯한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준다.

정나영의 연작 역시 반복되는 화려한 추상적 문양이 프린트 돼 있어 멀리서 보면 일종의 만다라 구조처럼 보인다. 반복된 화려한 문양을 가까이 보면 나이트클럽 미러볼이나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 전쟁을 상징하는 무기와 해골 등의 모습이다. 작가는 전체의 형상에서 일부분을 강조하며 완성한 왜곡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믿는다.

이매리 작 Poetry Delivery(시 배달).
이매리의 ‘시(詩) 배달’ 연작은 유적지를 발굴하듯 고대 문헌의 글들을 캔버스에 옮겨 적는 작업이다. 올해 제작된 ‘시 배달’은 일제 강점기와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굴곡진 삶을 살다 카자흐스탄 묘지에 잠든 어느 한국 음악가가 수집한 민족음악 두 곡의 사운드와 평면작업의 결합을 보여준다.

김범수는 이미 상영됐거나 용도가 폐기된 공연장면, 다큐멘터리, 흑백 혹은 컬러 영화 등의 필름에 인위적인 요소인 빛을 개입시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필름 속에 집약된역사적 배경과 시대적 상황,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르거나 붙이면서 재편집 돼 새로운 맥락으로 구성되며 이를 반영하는 추상적이고 건축적 선들이 성당의 창문과 같은 외형의 표면을 이루고 있다.

조현택 작 스톤마켓_포천.
사진작가 조현택은 다양한 석재성, 돌탑 등을 대상으로 잡업을 진행한다. 일몰 혹은 여명의 새벽길 위에서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아스라한 시공과 함께 각종 종교적 석상들의 낯설고도 기묘하게 찍어낸다. 작품 크기가 3m~7m에 이르는 등 실사에 가까운데 거대한 성당이나 불교적 사찰의 건축물과 상응하면서 분위기를 압도한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드문 개념미술가인 이예린은 사진, 영상 등 매체를 통해 세상을 뒤집는다. 도로 위 물웅덩이에 비친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강조해 찍은 사진이 눈에 띈다. 물웅덩이에 비친 세계의 색을 강조하고 현실을 오히려 흑백으로 처리해 그림자 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허상과 현실의 구분을 뒤집고 풍경의 상하를 도치했다.

윤준영의 작품은 깊은 심연과 같은 무의식의 세계를 그려낸다. 주로 한지에 먹, 콩테(흑연 또는 숯을 이용해 만든 드로잉 도구)를 이용해 관념적 페인팅을 그렸으며 바위, 돌, 합판으로 만든 집, 수조 등을 배치한 설치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시는 오전 9시~오후 5시30분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