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차화헌불(借花獻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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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차화헌불(借花獻佛)
김은지 취재1부 기자
  • 입력 : 2024. 01.17(수) 14:37
김은지 취재1부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84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속 광주에서는 8개 선거구에 약 50여명의 예비후보자가 출마를 선언해 선거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권력핵심과 가까운 주류 인사들의 ‘호가호위’식 유세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광주 총선판이 혼란에 빠졌다.

시작은 지난해 12월 말 진행된 여론조사부터다. 예비후보들은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경력을 넣으면 여론조사에서 인지도가 올라간다는 점을 이용해 이재명 관련 직함을 대표 경력으로 명시했다.

민주당은 당내 경선시 경력 표기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등 특정 정치인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예비후보 경선에는 이런 룰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예비후보 등록시 경력 2개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는데 일부 후보는 1개만 등록해도 제재하지 못하는 선거법을 악용,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경력만을 명시해 여론조사 진행 당시 상대 후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3주가 지난 지금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여전히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이름만큼이나 ‘이재명’이 큼지막하게 박힌 명함들을 유권자들에게 나눠주고 있으며, 출마선언은 물론 매일 이어지고 있는 선거 유세에서도 본인이 얼마나 이재명 대표를 열심히 보필했는지 어필하는데 여념이 없다.

국민을 대표해 입법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권력자의 ‘총애’로 공천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차화헌불(借花獻佛)’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꽃을 빌려 부처에 바친다’는 뜻으로, 남의 물건으로 자신의 이득을 꾀한다는 의미다. 예비후보들은 더이상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빌려 권리당원과 유권자에게 지지를 구해서는 안된다.

‘이재명’ 이름이 아닌 본인의 이름과 본인만의 공약을 내건 ‘페어플레이’로 선거에 나서 공천 불복, 무소속 연대 같은 후진적 참사의 재연을 막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