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당시 정율성 음악축제 초대 집행위원을 지낸 정병열 문화신포니에타 단장이 정율성 관련 서적들을 보여주고 있다. 도선인 기자 |
정율성 음악축제가 신설된 2005년 당시 초대 집행위원을 지낸 정병열 문화신포니에타 단장이 최근 정율성 음악축제 중단 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광주시가 ‘정율성 음악축제’에 올해 예산을 반영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실상 운영 19년 만에 사업이 전면 중단된다. 지난해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정율성의 중국 공산당 가입 등의 이력을 이유로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시작된 이념논쟁의 여파다. 성공적인 한중 우호교류사업을 자리매김한 광주의 공연예술 자산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 단장은 “중국에서 정율성이 갖는 문화예술적 위상은 굉장하다”며 “시진핑 주석이 국내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위대한 정율성의 나라’라고 직접 언급한 적이 있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사업의 취지나 효과를 인정, 음악축제가 별 무리 없이 확대 운영된 바 있다. 지금에서야 정율성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일제강점기 시기 중국으로 넘어가 의열단에 가입하는 등 항일운동을 전개한 독립운동가다. 특히 그의 삼형제 모두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며 “조선인으로 생 대부분을 항일독립을 위해 중국에서 음악을 무기로 활동한 예술가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정율성의 음악을 이념 잣대가 아닌 문화예술 콘텐츠의 동력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율성이 작곡한 ‘연안송’의 경우 당시 우리와 같이 일제 치하에 있었던 중국인들에게 항일정신과 독립투쟁을 고취시킨다는 평과 함께 전국민적 사랑을 받은 서정송가다”며 “하얼빈에 정율성 기념전시관이 있고 중국 3대 작곡가로 꼽히는 등 중국에서 영웅적 대접을 받는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해방 후 북한으로 넘어간 이력 역시 지금의 이념 잣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정율성은 마오쩌둥을 필두로 한 사회주의 노선의 항일운동을 했다. 공산당에 가입하고 해방 후 북한으로 넘어간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물 한 명이 하나의 문화예술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굉장한 동력이 필요하다. 이념논쟁에 휘둘려 정율성 음악축제를 지켜내지 못한 광주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음악축제가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축제를 주최하던 문화재단도 정율성 관련 연구자료들을 수장고에 넣거나 폐기처분 중이다. 정권에 따라 음악축제는 분명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얼마나 큰 행정력 낭비냐”고 비판했다.
한편 정율성 음악축제는 광주시, 남구, 광주문화재단 등의 주최·주관으로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렸다. 광주시는 올해 음악축제 개최비 2억8400만원을 반영하려 했으나 시의회와 논의 과정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음악축제는 정율성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광주성악콩쿠르와 음악제, 동요제로 구성돼 열렸으며 수상자들과 광주시립교향악단의 협연으로 축제가 마무리됐다. 중국 현지의 주요 도시에서도 별도 행사를 진행해 성공적인 한중우호교류사업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이용섭 전 광주시장 등 광주시 관계자들이 지난 2018년 중국 취안저우에서 열린 정율성 음악축제에 참석한 모습. 광주시 제공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