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 인문학’>만년설 계곡을 이미지시킨 초록 기미가 있는 하양 ‘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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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전남일보]박현일의 ‘색채 인문학’>만년설 계곡을 이미지시킨 초록 기미가 있는 하양 ‘피른’
(233) 색채와 자연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 입력 : 2024. 01.23(화) 12:43
색채와 곤충 그리고 동물

태국의 전설에는 수호신으로 하얀 코끼리를 여기고 있다. 그 이유는 창조 여신의 모친이 그를 낳을 때 하얀 코끼리를 태몽으로 꾸었고, 창조 여신은 환생하여 신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북극에 사는 곰이나 여우의 털 빛깔은 모두 하얀색이며, 눈(雪)과 비슷한 보호색으로서 하얀색을 띠는 것이다. 극지방이 아닌 온대나 아열대 지방에 사는 동물들은 하얀색이 드물다.

하얀색 동물은 상서롭다는 속신(俗信)이 있다. 예를 들면, 하얀 사슴이 나타나면 상서로운 일이 생기고, 하얀 곰이나 하얀 뱀이 나타나면 좋은 일이 발생한다. 흰 밥을 먹으면 오래 살고, 하얀 옷을 입으면 남의 초대를 받는다.

얼룩말에 흑백 스트라이프가 존재하는 이유는 체온조절 때문이다. 어떤 실험에 의하면, 얼룩말의 표피 중에서 줄무늬가 있는 검은색 부분의 체온은 37℃이고, 하얀색 부분의 체온은 31℃라고 발표하였다. 이것은 색에 의한 열의 흡수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니콘(Unicorn)이라는 색은 이마에 뿔이 하나 달린 동물을 이미지시킨 보라 기미가 있는 희미한 하양이다. 뿔이 하나 달린 성스러운 동물은 아름다움과 용기, 고귀, 예지를 상징한다. 특히 뿔이 하나 달린 짐승은 매우 민첩하다. 뿔에는 해독작용이 있고, 권력자를 포로로 만든다.



색과 자연계

데모크리토스(BC 460년~BC 370년)와 엠페도클레스(Empedokles)는 본다는 것은 물체로부터 어떤 유출 물질(流出物質)이 눈을 향하여 나오고, 눈은 구멍(동공 의미)을 통해서 내부의 불(빛)과 같은 유출물이 나와 쌍방이 합쳐짐으로써 지각하는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색채에는 검정, 빨강, 초록, 하양을 가장 중요한 색으로 간주했다. 그 밖의 다른 색들은 이 색이 혼합하여 생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연의 4가지 원소인 공기, 흙, 물, 불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얀색은 물을 상징하고, 계절은 가을, 방위는 서쪽, 죽음을 의미한다.

퍼거슨(Fergusson, James)은 원통형 인장(고대 바빌로니아(Babylonia)인들이 사용하던 진흙으로 만든 인장과 상형 문자가 새겨져 있음)에 해독하였다. 이 사원의 각 층은 7개의 혹성으로 되어있다. 각각의 층은 각 혹성의 색으로 장식되었고, 풍부한 장식이 새겨져 있다. 7층은 하양이며, 달을 나타내는 색이다.

우주는 하얀색에 가까운 베이지색이라고 2002년에 미국의 천문학자들이 밝혔다. 밤의 종류에는 하얀 밤, 검은 밤, 분홍 밤, 붉은 밤, 초록 밤, 푸른 밤, 밝은 밤이 있다.

피른(Firn)이라는 색은 만년설 계곡을 이미지시킨 초록 기미가 있는 하양이다. 낮에 녹은 눈이 밤에 동결되어 얼음으로 바뀌고, 그것이 일 년 내내 남아있는 것을 만년설이라 한다. 눈의 결정 사이에는 틈이 있으므로 눈과 얼음의 중간과 같은 것이다.

건조한 지방(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를 말함)에서는 고명도의 강한 대비로 노란색, 빨간색, 하얀색, 파란색이 나타난다.

한랭한 지방(소련과 북유럽 그리고 알래스카를 말함)에서는 확실한 색과 강한 대비로 하얀색, 검은색, 빨간색, 노란색이 나타난다.

초원지(草原地, 코카서스 지방을 말)에서는 약간 맑은 중간색으로 노란색, 주황색, 초록색, 하얀색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