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나는 누구인가…‘오후 세시’ 청년과 중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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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나는 누구인가…‘오후 세시’ 청년과 중견 사이
2024 전남·경남 청년작가 교류전
내달 24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서
감성빈 등 각 도마다 7인씩 참여
뭔가를 하기엔 늦거나 이른 시간
과도기적 세대들 정체성에 고민
  • 입력 : 2024. 02.05(월) 17:15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김설아 작 눈물, 그 건조한 풍경.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시간.”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오후 3시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애매하고 모호할 때이면서 멋진 황혼의 만찬을 맞이하기에 꼭 거쳐야 하는 시간대다. 때문에 ‘오후 3시’는 청년과 중견 사이, 그 과도기적 세대를 은유하는 표현으로 인용되곤 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30~40대, 신진작가에서 중견작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인 작가들이 모인 전남·경남 청년작가 교류전 ‘오후 3시’를 오는 3월 24일까지 연다. 오후 3시에 머물고 있는 작가들의 상념에 빠져보자.

이번 전시는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과 경남도립미술관(관장 박금숙)이 공동으로 기획한 행사로, 전남과 경남 각각 7명의 청년작가를 선정해 두 지역 미술의 미래 세대를 소개한다. 이들은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 30점 실험작을 선보이며 참여하는 작가는 감성빈, 김설아, 김원정, 노순천, 박인혁, 설박, 윤준영, 이정희, 정나영, 정현준, 조현택, 최승준, 하용주, 한혜림 총 14명이다. 무사히 보내야 할 시기를 고민과 함께 마주하고 있을 지역 작가들을 응원함과 동시에 그들만의 문제의식과 실험성 짙은 시각을 공유한다.

전남에서 참여한 작가 7명은 한국적 오브제를 통해 다양한 세계와 교류한다. 김설아 작가는 인도 생활에서 관찰한 건조한 사막에서 흐르는 눈물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엉킨 전선으로 연약하고 작은 존재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박인혁 작가는 인간이 개입된 땅과 그렇지 않은 땅이라는 소재를 중심에 두고 자유로운 붓질을 통해 땅을 형상화했다.

설박 작가는 전통 회화에 대한 애착으로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불완전한 풍경을 새로운 한국화의 표현 방식으로 재현했다.

윤준영 작가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믿음에 관한 작업으로 집의 형상에 자신을 비유, 강한 바위를 믿음으로 형상화했다.

정나영 작가는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문의 모습을 한 형태 속에 다양한 사람을 표현한 조각으로 서로의 관계를 형상화했다. 도자, 실, 철을 사용한 설치작품이다.

조현택 작가는 전남지역을 시작으로 광주, 순천, 중국까지 거주민이 떠나고 버려진 빈집의 사진 연작을 선보였다.

하용주 작가는 가려져서 익숙하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구조를 통해 모순의 의미를 담은 회화작품을 내걸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더불어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카이브 및 시청각 자료를 비치하고, 전시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하는 ‘연결 공간’을 함께 마련했다. 작가별 셀프 인터뷰 영상을 담은 시청각 자료를 전시장 곳곳에 비치하여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고, 관객 참여형 Q&A 부스를 통해 언제든지 작가에게 궁금한 지점을 질문할 수 있게 하였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 관장은 “새해 첫 전시ㅗ 두 지역 대표 미술관이 만나 교류·협력해 공동기획한 전시”라며 “상생이라는 키워드 내에서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성과 문제의식을 들여다보고 지속된 변화의 흐름 속 예술가로서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청년작가들을 응원하는 자리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전남도와 경남도는 지난해 4월 지방시대를 함께 선도하고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축이 되자는 공감대로 ‘전남·경남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했다. 두 지역 대표하는 전남도와 경남도립미술관은 지난해 5월부터 공동사업 추진했으며 같은 해 9월 ‘청년작가 교류전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