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4년 지나서야 1심 선고…‘갈길 먼 피해 구제’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법원검찰
[전남일보]4년 지나서야 1심 선고…‘갈길 먼 피해 구제’
주택조합 사기·변호사법 위반
2020년 첫 재판 후 이례적 지연
재판부 3번 바껴…3년 법정구속
피해자들 “피해금 어떻게 하나”
  • 입력 : 2024. 02.07(수) 18:06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광주 지방법원.
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104호 형사법정. 재판지연과 서면구형 등 숱한 논란을 낳은 광주 주월동 지역주택조합사업 관련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4년째 진행중인 형사재판<본보 2023년 6월28일자 4면>에서 피고인 A씨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형사10단독 나상아 판사는 이날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A씨에 징역 3년과 추징금 7억 7000만원을 선고 했다. 재판부는 A씨에 도망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나상아 판사는 “관할 관청 종합 아파트 사업 인허가 업무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훼손돼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청탁 명목으로 실제로 수수한 금원이 7억7000만원에 이르고 인허가를 바라는 피해자를 기망해 7000만원의 금액을 편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품 수수에 따른 변호사법 위반과 용역계약 체결에 따른 금품 수수로 인한 변호사법 위반은 각각 무죄로 보고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법정구속 후 A씨 측 변호인은 “이제 막 선고가 내려져 내부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며 즉시 항소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A씨가 법정구속 되자 주월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를 운영했던 B씨 등 피해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섰다. 이내 “법은 살아있다”, “그동안 참고 버텨오길 잘했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다함께 피고인의 법정구속을 반겼지만, 이내 소리는 줄어들고 침묵이 찾아왔다. 피해구제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로 나오면서다.

한 피해자는 “1심만 4년이 걸렸고, 대법원까지 가고 민사로 다시 피해금을 받아 내야되는데 앞으로 10년이 더 걸릴지 어떻게 아냐. 피해자들의 고통이 심하다”고 울먹였다.

B씨는 “검찰 조사까지 합하면 4, 5년간 결론이 안났다. 피해액 이외에도 피고인 A씨가 현금으로 가져간 돈도 2, 3억원가량 된다”며 “용역비도 못 받고, 3년째 공탁금 회수도 못하고 있다. 일반인이 이렇게 장시간 재판을 받으면 재판 출석, 변호사비 등 삶이 피폐해진다”고 호소했다.

A씨 재판은 실제로 다른 일반 형사사건보다 오래 걸렸다. 일반 형사재판의 경우 1심 선고까지 통상 200일 가량 걸린다. 실제 ‘2022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형사 1심 불구속 사건은 선고까지 평균 217일이 걸렸다. 구속사건은 138.3일로 더 짧다.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21년 2월 첫 공판이 시작됐고, 4년차가 된 이날 1심 선고가 내려졌다.

그동안 재판은 23번 진행됐고 3번 재판부 변경, 5번 기일변경이 이뤄졌다. 1심 선고까지 통상 200일 가량 걸리는 대다수 재판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었다. 지난해 10월 광주지법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A씨 재판에 대한 지연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재판 지연 외에 검찰이 구두 의견 대신 서면으로 형량을 제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심공판에서 검사는 구두 대신 서면으로 구체적인 구형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히며 구형량과 구형의견을 생략한 것.

A씨 결심공판을 맡았던 광주지검 검사는 “구형량이 변경될 여지가 있어 서면 구형을 신청했으나 변경되지 않아 그대로 구형했다”고 설명했다.

검사는 의견서를 통해 A씨에 대해 징역 4년에 범죄사실금액 추징금 14억 8000만원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공개재판의 실질적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소송 당사자들만 구형량을 알 수 있는 서면 구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법정구속된 A씨는 남구 주월동에서 추진되던 재개발 사업의 승인을 위해 공무원과 업무대행사의 임직원들에게 로비를 하기 위해 B씨 등 피해자들로부터 13억원 가량의 금전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주월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는 주월동 재개발 사업 관련, 사업계획 심의 승인 등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A씨는 광주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시·구의회, 법조계 등 지역 내 고위 인사들과의 친분관계를 내세우면서 “주택건설사업의 인허가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며 대행사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로비와 공무원 승진 등의 명목으로 수십여차례에 걸쳐 13억 3845만원을 받아냈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특정 공무원의 승진 청탁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 없었고, 돈을 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다”며 기소했다.

광주의 한 변호사는 “항소심도 아니고 이렇게 오랫동안 1심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재판 장기화는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법원이 의지를 갖고 사건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피해구제도 있는 사안이어서 법원이 서둘러 판단해야 될 사안이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