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초전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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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초전도의 세계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4. 03.07(목) 17:01
이용환 논설실장
“인류에게 위대한 발견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1911년 4월 8일.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케 카메르링 오네스가 자신의 실험실에서 환호성을 올렸다. 자신의 멘토였던 과학자 반 데르 발스와 로렌츠의 이론을 기반으로 극저온 실험에 몰두했던 그는 이날도 액체 헬륨을 이용해 수은의 온도를 낮추며 전기저항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온도가 떨어질수록 수은의 전기저항은 점점 줄어들었고, 마침내 절대온도 4.2K(영하 268.8도)에서 갑자기 전기저항이 사라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물리적 특성, 초전도 현상의 발견이었다.

초전도는 어떤 물질이 특정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저항이 없다 보니 한 번 발생한 전류는 에너지의 손실 없이 무한대로 흐를 수 있다. 거리와 상관없이 전력 손실도 전혀 없다. 전기나 전자부품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발열 문제가 없어 냉각 기술이 필요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냉각을 위한 물 사용이 줄고 냉각시설을 위한 투자도 기회비용으로 남기 때문이다. 외부 자기장을 배척하는 ‘마이스너 효과’로 공중에 뜨는 것도 초전도의 특징이다.

하지만 초전도 물질을 개발하는 것은 기술적, 물리적 한계로 정체돼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초전도체 대부분도 극저온에서만 초전도 현상을 나타낼 뿐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개발하는 것은 과학계에 주어진 과제다. 설령 초전도체가 개발되더라도 상용화를 위한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초전도체를 통한 전력 전송이나 자기부상열차, 의료 장비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사용하기 위한 극저온 냉각 시스템이나 고압 환경 등 기술적 어려움도 극복해야 한다.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 국내 연구자들이 이번에는 초전도체 특성을 보인 ‘PCPOSOS’라는 신물질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PCPSOS’는 기존 발표했던 ‘LK-99’에 황(S)을 추가한 물질. 주류 과학계는 ‘여전히 추측일 뿐,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연구진이 100년 넘게 과학계의 난제로 남아있는 초전도체의 가능성을 실험으로 성공한 것은 큰 성과다. 오네스가 초전도현상을 발견한 뒤 올해로 113년. 다섯 차례에 걸쳐 12명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초전도의 세계가 이렇게 우리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고 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