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의-정 갈등' 키우는 정부 부실대응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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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의-정 갈등' 키우는 정부 부실대응 안돼
의료현장 '공보의 파견' 졸속
  • 입력 : 2024. 03.11(월) 17:38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장기화 되면서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군의관·공중보건의(공보의)가 파견된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3주째 접어든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국 병원 의료 인력의 피로도가 임계치에 다다르자 내린 조치다. 하지만 의료취약지역의 진료를 책임지는 공보의의 부재는 또 다른 의료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 파행이 지속되자 보건복지부는 중증·응급 환자의 수술과 진료 지연 등 현장 부담을 덜기 위해 이날부터 4주간 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 등 총 158명을 투입했다. 이들은 각 병원에서 13일까지 교육받고 진료에 본격 투입된다. 전남대병원 본원에는 이날부터 군의관 1명·공보의 7명이 파견, 이틀간 교육을 거쳐 각 진료과에 배치된다. 이들이 투입되는 진료과는 성형외과(4명), 소아과·마취통증의학과·신경외과·영상의학과(과별 각 1명) 등이다. 분원인 화순전남대병원에도 이날부터 군의관 3명과 공보의 5명 등 8명이 추가 투입돼 빈 전공의 자리를 일부 메꾼다. 인력이 보충되는 진료과는 내과·소아청소년과·마취통증의학과 등이다.

하지만 정부의 병원에 남은 의료진의 피로와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공보의 파견은 또 다른 의료사각지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보의는 수도권과 광역도시 등을 중심으로 배치되다 보니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자체에선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미복귀 의사에 대한 강경대응과 함께 전문성 부족과 농촌 의료공백을 메우는 공보의를 투입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참담하다. ‘진전없는 의-정 갈등’을 정부가 자초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형국이다. 마음과 마음의 거리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한다. 의료 현장에서 빚어지는 문제적 상황을 의사의 이기심 탓으로 몰고 가는 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꼬일대로 꼬인 ‘의-정 갈등’ 해결은 상대에 대한 굴복이 아닌 서로간의 존중과 대화가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