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교수들도 떠나는데…"환자는 누가 지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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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전남일보]교수들도 떠나는데…"환자는 누가 지키나"
전국의과대학교수협, 사태 논의
전대 내주 결정·조대 자체 총회
4월초 이후 집단 유급 가능성도
환자들만 피해…불안감 커져
  • 입력 : 2024. 03.14(목) 18:17
  • 강주비 기자·나다운·박찬·윤준명 수습기자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14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고 있다. 나다운 수습기자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전공의·의대생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교수들마저 사직 결의에 돌입했다.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 역시 유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도권을 시작으로 광주·전남에도 의료 대란이 임박해 오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이 끝없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 따르면 이날 전공의 미복귀와 의대생 집단 휴학 사태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온라인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선 ‘사직 동참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앞서 서울의대 교수들은 오는 18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울산의대 교수들도 집단사직을 결의한 상태다.

전남대·조선대 의대 역시 이날 회의에 참여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전남대는 전의교협 회의 결과를 토대로 다음 주 초 자체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전남대 관계자는 “교수 집단행동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사직의사를 밝힌 교수는 없다”며 “다음 주 회의에서 사직서 제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여부 등을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전의교협 회의에서 ‘집단 사직’으로 의견이 모이더라도 이를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조선대 의대 교수평의회는 같은 날 오후 4시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임시 총회를 개최하고 1시간30분가량 회의를 진행했다. 총회에선 비대위 결성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올랐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려면 비대위 구성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정원 150여명의 1/3인 50여명만 회의에 참석해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15일 교수들에게 직접 유선상으로 개별 의사를 묻고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손홍문 조선대 의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총회에서 특별한 의결 사안은 없었다. 전화 의견 수렴은 내일 오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며 “조대 교수들은 전의교협 의견을 대체로 지지하고 있다. 사직 동참 여부 등은 비대위 구성이 결정된 뒤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맹 휴학에 참여한 의대생들이 유급 통보를 받은 첫 사례가 나오면서 무더기 유급 사태도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한림대 의대 본과 1학년 83명은 해부신경생물학교실 한 주임교수로부터 “유급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해당 강의가 지난 1월19일부터 수업을 시작했는데 학생들의 휴학계가 승인되지 않으면서 수업일수가 모두 결석 처리된 것이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의 경우 오는 25일까지 학사 일정을 연기한 상태지만 학칙에 의거한 수업일수를 채우려면 늦어도 4월 초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지역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현재 전남대 의대는 재학생 732명 중 575명, 조선대 의대는 727명 중 590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14일 조선대병원 접수·수납창구에는 대기하는 환자들이 북적이고 있다. 나다운 수습기자
환자들은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웠던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난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전남대·조선대·기독병원 등 지역 거점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의사는 환자가 최우선이지 않느냐”며 코 앞으로 다가온 의료 대란에 막막함을 토로했다.

당뇨약 처방을 위해 기독병원을 찾은 노모(70)씨는 “어제부터 군의관 등이 동원돼 의료공백을 메운다고 하는데 교수들마저 떠나면 의료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강경대응 대신 타협을 통해 빠른 시일 내 의료대란을 수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대 병원 로비에서 만난 안선희(50)씨는 “작년 8월부터 치매와 뇌경색을 앓던 어머니를 ‘의료 대란’으로 떠나보냈다”며 “어머니가 패혈증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기 위해 급하게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인력이 없어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응급실 문턱에도 못가보고 세상을 떠나신 것”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교수들마저 떠나면 어머니 같은 사례가 늘 것”이라며 “더 이상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남대 간호학과 실습생 박모(23)씨는 “간호사가 의사가 맡았던 업무까지 도맡게 돼 힘들어졌다. 정부와 의협 모두에게 책임이 있지만 빨리 타협점을 찾는 게 급선무다”며 “의사들이 파업으로 대응하는 건 올바른 대처가 아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주장한 증원 1년 유예나 증원 규모를 줄이는 것도 타협점이 될 수 있지만 정부가 의사와 간호사 처우 개선에 나선다면 의사들도 강경하게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의대 정원을 수도권 20%·비수도권 80%로 배분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는 등 의대 정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주비 기자·나다운·박찬·윤준명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