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삼의 마을이야기>솔등해변·주상절리·짝짓기나무… 소박한 섬마을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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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이돈삼의 마을이야기>솔등해변·주상절리·짝짓기나무… 소박한 섬마을 정취
●신안 가란도
섬 한 바퀴 , 두세 시간이면 거뜬
땅 면적보다 바다·갯벌이 더 넓어
솔등해변 해수욕·갯벌체험 한번에
70∼80년대는 김양식으로 ‘부자섬’
주민은 60여 가구 100여 명 살아
  • 입력 : 2024. 04.04(목) 10:32
가란마을 전경. 지붕이 모두 주황색으로 채색돼 있다. 신안군의 경관색채 사업의 하나다.
까치섬. 가란도 총각과 사랑을 나눈 처녀가 살았다는 섬이다. 짝짓기나무 앞에 있다.
짝짓기나무.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 두 가지가 서로 엉겨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흡사 꼭 껴안은 연인 같다.
가란도는 신안 압해도에 딸린, 섬 속의 섬이다. 갯골을 사이에 두고 압해읍 분매리와 마주하고 있다.

거리는 불과 200여m 남짓. 조붓한 바닷길 위로 분매리와 가란도를 잇는 나무다리가 2013년 개통됐다. 길이 275m, 폭 2.5m의 가란목교다. 햇볕을 피할 파고라와 전망 공간도 중간에 만들어져 있다. 섬인데도 배를 타지 않고,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목교는 사람과 함께 이륜차의 통행만 허용된다.

섬주민이 마실 수돗물도 이 다리를 통해 들어간다. 장흥댐 물을 공급할 상수도관이 해상보행교 밑에 설치됐다. 댐물은 길이 2958m의 관로를 따라 물탱크를 거쳐 집안으로 공급된다. 갈수기 때 겪던 섬주민의 식수난도 이제 옛말이 됐다. 사람이 다니고, 식수까지 공급해 주는 다리다.

목교가 놓이고 섬을 찾는 외지인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섬사람들의 읍내 나들이도 한결 수월해졌다. 다리가 놓이기 전엔 투표도 배를 타고 본섬에 가서 했다.

“오란도는 어디 있나? 가란도가 있으면, 오란도도 있을 텐데….” 숭의선착장에서 스친 외지인의 농담이다. 숭의선착장은 가란도로 들어가는 길목, 분매리에 있다.

옛날 가란도(佳蘭島)에는 난이 많았다고 한다. 이름에서 난초 향이 묻어나는 이유다. 면적은 1.36㎢(41만여 평), 해안선은 6㎞에 이른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두세 시간이면 거뜬하다. 주민은 60여 가구 100여 명이 살고 있다.

가란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읍에 속한다. 압해도는 ‘천사섬’ 신안군의 행정 중심지다. 신안군청이 자리하고 있다. 압해도는 내륙과 섬을 이어주는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2008년 목포와 압해대교로, 2013년엔 무안과 김대중대교로 이어졌다. 2019년엔 천사대교로 암태도와 연결됐다. 암태도, 자은도, 안좌도는 물론 비금도, 도초도 등 크고작은 섬으로 오가는 통로다.

가란도는 압해읍에 속한 8개 유인도 가운데 하나다. 땅의 면적보다 바다와 갯벌이 더 넓다. 바다에선 감성돔, 숭어, 농어가 노닌다. 일대가 바닷고기의 산란장이다. 봄·여름엔 조기, 삼치, 갈치, 도미, 대하도 올라온다. 목교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낚시꾼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갯벌엔 낙지와 짱뚱어가 산다. 바지락과 꼬막이 많이 나고, 감태도 지천이다.

솔등해변, 용굴, 주상절리, 짝짓기나무 등 소소한 볼거리도 있다. 솔등해변은 압해도에서 보기 드문 모래 해변이다. 백사장은 넓지 않지만, 평탄하다.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수욕과 갯벌 체험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해변 옆 논밭에서 경운기 소리 요란하다. 경운기가 오가면서 논에 거름을 뿌린다. 겨우내 묵은 밭을 갈아엎느라 분주한 경운기와 트랙터도 보인다. 섬마을의 봄이 들녘에서 먼저 느껴진다.

논밭을 지나 만나는 야트막한 언덕에서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지붕이 모두 주황색으로 색칠돼 있다. 신안군의 경관색채 사업으로 진행된 페인트칠이 최근 마무리됐다. 마을 안길과 담장도 말끔하다. 담장은 모두 돌담으로 멋을 냈다. 노후 건축물 철거, 재래식 화장실 교체, 배수로 정비도 끝냈다. 정부의 새뜰마을 예산 21억 원을 끌어와 썼다. 신안군의 공모사업 성과다.

“돌담을 쌓고, 색칠해서 이쁘긴 한디, 사람이 없어서…. 섬에 노인들만 살고. 김양식도 다른 동네 사람들이 하고, 소득이 없어. 농사는 남는 것이 없고. 그래도 외지인 몇 명 들어와서 사는 게, 위안이요.” 마을 고샅으로 ‘해바라기’ 나온 장은금(92) 어르신의 말이다. 장 어르신은 가란도의 가장 연장자다.

“옛날에는 가란도 꿀(굴) 하믄 알아줬는디…. 갯밭에 꿀이 지천이었제. 나 혼자 하루 100푸대는 캤당께. 꿀 까서 자식새끼들 다 키웠는디. 지금은 못혀. 늙어서.” 7∼8년 전까지만 해도 갯밭에 나다녔다는 다른 어르신의 말이다.

가란도는 70∼80년대 김양식을 하며 ‘부자섬’으로 살았다. 굴을 채취하고, 낙지도 많이 잡았다. 낚시 미끼로 쓰이는 갯지렁이잡이도 부수입으로 쏠쏠했다. 그러나 다 옛말이 됐다. 주민이 노령화된 탓이다.

마을 한가운데에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자리하고 있다. 그 앞에 보건진료소도 있다. 모두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쓰인다. 골목 곳곳에 설치돼 있는 ‘골목길 소화기함’도 눈길을 끈다. 열녀 오씨의 행적(行蹟)을 기리는 정문(旌門)에선 세월이 묻어난다. 1678년 숙종 때 세워진 것으로 전한다.

바닷가에서 만나는 볼거리도 가란도의 매력을 높여준다.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 나무의 두 가지가 서로 엉겨 요염하다. 흡사 서로 꼭 껴안은 연인 같다. 이름이 ‘짝짓기나무’로 붙여졌다. 그럴싸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가란도에 사는 총각과 옆 까치섬에 사는 처녀가 서로 사랑했는데, 집안의 반대로 혼인하지 못했다. 남몰래 만나 사랑을 나누던 이들이 나무로 변했다는 얘기다. 짝짓기나무를 바라보는 연인의 사랑도 자연스레 깊어질 것 같다.

금굴(金窟)도 있다. 일제강점 때 일본인이 금을 캤다는 곳이다. 오랜 침식과 퇴적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도 신비롭다.

섬을 싸목싸목 돌아보는 모실길을 따라가면 다 만날 수 있다. 모실은 ‘마을’의 지역말이다. 길은 목교를 건너 만나는 가란선착장에서 해안을 따라 솔등해변, 돌캐노두를 거쳐 섬 끄트머리에 있는 용머리를 돌아 금굴, 주상절리, 짝짓기나무를 만난다. 섬과 섬사람들, 섬의 문화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소박한 길이다.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