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꾼 내 손으로”… 소중한 한표 행사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우리 일꾼 내 손으로”… 소중한 한표 행사
● 제22대 총선 투개표 현장
생애 첫 투표… 80대까지 참여
가족 단위·연인 투표후 인증샷
꼼꼼히 검표작업… 개표소 분주
  • 입력 : 2024. 04.10(수) 21:20
  • 송민섭·정성현·정상아기자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 당일 광주 지역 각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후 인증사진을 남겼다. 정상아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일인 10일 오전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상아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치러지는 10일 광주·전남 각 투표소에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학생부터 환경미화원, 노부부, 직장인까지 이른 시간부터 발길을 재촉했다.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일찍 투표해야제’, ‘운동하다 투표하러 왔네’, ‘사진 한 번 찍어주소’ 등 투표 현장을 즐기는 모습이다.

오전 8시 아들과 함께 광주 서구 상일중학교 상무1동 제2투표소를 찾은 김문희(39)씨는 “아들에게 어떤 과정을 통해 투표가 진행되는지, 투표를 하는 이유가 뭔지를 알려주고 싶어 같이 왔다”며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더 좋은 쪽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마음에 투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민희씨(38)는 “서구에서 10여년 살고 있는데 선거 때마다 가장 먼저 나와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며 “직업 특성상 일찍 투표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데 1분이라도 일찍 나와 투표해야 하지 않겠나”고 웃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시민들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인증샷을 남기거나 지인과 통화를 하며 투표 현장을 알리기도 했다.

한 직장인은 지인과 통화에서 “빨리 투표해라, 시간 지나면 투표 못 한다”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광주 동구 서남동행정복지센터 서남동 제1 투표소에서 만난 장희주(29)씨는 프로야구팀인 KIA타이거즈 응원 용지를 들고 투표소 입구에서 기념촬영에 나섰다.

장씨는 “투표 인증도 하고 손등에 찍는 것보다 오래 기억될 것 같아 인증 용지를 가져왔다”며 “또래 투표율이 적은 걸로 알고 있는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SNS에 인증 용지를 게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친구들을 보면 집 값이 비싸서 결혼 준비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잘못 오거나 신분증을 놓고 와 다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지정된 투표소에서 해야 한다. 주민등록지 기준으로 선거인별로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가능하다.

양모(45)씨는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투표가 가능한 지 알았는데 다른 장소라 한참을 걸어가야 할 것 같다”며 “투표소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헷갈린다. 유권자들이 지정된 투표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확실하게 안내가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30대 박모씨는 “이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투표소가 어디인지 몰라 계속 돌아다녔다”며 “출근을 해야 돼서 아침 일찍 나왔는데도 지각을 할 것 같다”고 했다.

고3 유권자도 생애 첫 투표를 하기 위해 월산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고3 유권자는 지난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선거연령이 하향 조정돼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투표권은 2006년 4월 11일 출생자까지 주어진다. 김시연(18)양은 “후보들은 잘 모르지만 투표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과 같이 왔다”며 “학교에서도 투표는 소중한 권리라고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민희(18)양은 “도장을 손등에 찍어 올리는 ‘투표 인증’을 꼭 해보고 싶었다. 내 손으로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공약집을 잘 읽어봤다. 학생들에게 더 도움 되는 후보를 찍으려고 한다”고 했다.

10일 영광제4투표장(해룡고등학교)을 찾은 한 군민이 투표 후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전남 지역에도 총선 열기는 뜨거웠다. 영광군 영광읍 제4투표소(해룡고등학교)에선 가족 단위 유권자가 많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한 부모는 투표 절차를 ‘교육’차원에서 가르치기도 했다.

인생 첫 투표를 마친 뒤 설레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체육복을 입고 온 김가은(18)양은 “학교 기숙사에 있다가 생일이 지난 친구들끼리 투표하러 왔다. 끝나고 바로 놀러갈 예정”이라며 “같은 학년생끼리도 누구는 (투표가) 되고 누구는 안되니 신기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는데 혹시 잘못찍을까봐 떨렸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장애인들도 아픈 몸을 이끌고 와서 귀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홀로 지팡이를 짚고 투표장을 찾은 시각장애인 김모(60)씨는 “곱추병(척추후만증)이 있는데 앞까지 잘 보이지 않아 평소 거동에 어려움이 많다”며 “그럼에도 투표하러 왔다. 대선 이후 투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고통·어려움의 목소리가 여야에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치러지는 10일 오후 8시께 광주 동구 다목적체육관에서 개표원들이 투표용지를 정리하고 있다.
역대급 투표율에 개표소도 분주했다. 오후 8시께 찾은 광주 동구 다목적체육관 내 개표원들은 쏟아지는 투표용지를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투표용지는 개합·점검부를 시작으로 우편투표전담부,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 심사·집계부 등을 거쳐 최종 취합됐다. 수백명의 검표원들은 유권자의 소중한 한표가 잘못 계산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표작업에 매진했다.

한편 이번 총선 최종 투표율은 67.0%로 지난 21대 총선(66.2)보다 0.8%포인트(p) 높고,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32년 만에 최고치다.
송민섭·정성현·정상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