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언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교육학박사 |
그 중에서도 양궁 국가대표는 남녀 단체전, 혼성 단체전, 남녀 개인전 등 전 종목 석권, 여자 단체전 10연패 등 ‘올림픽의 레전드’로 기록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양궁 대표팀이 이룬 성과는 경기장이 위치한 곳의 다양한 환경을 고려한 과학적인 훈련 방식, 인공지능(AI) 양궁 로봇과 훈련 등 체계적인 시스템, 양궁협회를 비롯한 스폰서들의 아낌없는 지원, 그리고 정신력 싸움을 위한 심리적 훈련 등을 통해 궁극의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양궁은 대표적인 멘털(mental) 스포츠로 꼽힌다. 순간의 집중력이 경기의 승패를 결정하는 경기에서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마음근력’ 훈련을 추가하여 경기 중 호흡을 통한 긴장 조절뿐만 아니라, 팀 내에서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방법까지 다방면에 걸친 심리·소통 훈련을 병행하였다. 그리고 경기 내내 선수들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는 할 수 있다!”를 마음속으로 외쳤다.
‘마음근력’이라는 책을 집필한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주환 교수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학교폭력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강도 높은 처벌과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것보다는 아이들의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를 완화시키고 부정적 감정 유발 습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이야기이다. 이때의 행복은 선물을 받거나 로또에 당첨됐을 때와 같이 외부적인 사건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내 모습에 만족하고 존중하면서 타인을 존중하고 서로가 행복해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마음근력’ 훈련은 뇌과학에 근거해 두려움과 긴장 완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내가 나 자신을 다루는 ‘자기조절력’, 내가 다른 사람을 다루는 ‘대인관계력’, 내가 세상 일을 잘 다루는 ‘자기동기력’을 키우는 것이다. ‘자기조절력’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집념과 끈기를 발휘하는 능력으로, 내가 나를 존중하고 조절하는 능력과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 능력이다. 이를 통해 감정 조절력, 긍정성, 충동 통제력, 성실성, 도덕성 등을 기를 수 있다. ‘대인관계력’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아픔이나 느낌에 공감하는 능력이다. 이는 타인과의 소통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자신의 뜻을 잘 전달하고, 타인의 의도를 잘 파악하며, 설득을 잘 할 수 있는 리더십이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배경이 된다. ‘자기동기력’은 세상과의 소통능력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발휘하는 능력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일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며 내 삶과 환경의 주인이 나 자신이고 내 삶은 내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기결정성과 긍정적 정서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패배했다고 격분하거나 상대방을 폄하하기보다 승자는 패자를 격려하고, 패자는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었다. 체조 여자 마루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브라질 안드라지 선수를 위한 존중의 세리머니가 그랬고,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은메달 수상자인 중국의 허빙자오가 부상으로 기권패한 스페인 선수를 위해 스페인올림픽위원회 배지를 들고 시상대에 오른 모습이 그러했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 상대와 나를 비교하는 평가가 아닌 나 자신의 성장 자체만으로도 만족하고 충분히 기뻐할 수 있는 상태에서 가능하다.
내가 행복해지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나를 바꿈으로써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내 마음이 행복해지기 위한 내면소통을 위해 오늘도 다짐해보자. “침착하고 차분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