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고위급 통상 협상을 위해 워싱턴 DC를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부터 각국에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유예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 각국은 긴장 속에 미국 측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이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워싱턴DC로 급파했다. 한국은 탄핵 및 계엄 사태로 한동안 고위급 통상 협상이 어려웠으며, 지난달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회담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협상 진척이 미흡한 상황이다. 여 본부장은 이번 방미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 등을 만나 유예 연장을 강하게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유예가 연장되지 않으면 오는 9일부터는 기존 10%에서 최대 25%로 관세가 급등할 수 있다.
일본도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버릇이 없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기존 24% 관세를 30~35%로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다음 주 초 8차 고위급 협상을 추진하며 미국 측에 새로운 타협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EU는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이 전날 워싱턴DC에서 그리어 대표를 만났지만, 아직 수용 가능한 합의 범위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EU는 일단 현재 상태로 미국과 잠정적 합의를 타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폴리티코와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당초 EU의 상호관세율은 20%로 발표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EU에 50% 관세 부과 가능성도 경고한 바 있다.
EU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번 주말 EU 각국 정상들과 개별 논의를 한 뒤 최종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전날 CNBC 인터뷰에서 “그리어 대표가 EU 당국자들과 주말에도 바쁘게 협상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EU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보겠다”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일부 국가들은 미국과의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상호관세 유예 종료 전에 미국과의 협상을 끝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핵심광물과 에너지, 국방 협력 등을 포함한 협정이 타결 임박 단계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고, 캄보디아는 미국과 무역 기본 틀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비(非)EU 회원국인 스위스 역시 성실 협상 국가로 인정받아 기존 31% 대신 기본 관세인 10%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60% 또는 70% 상호관세율도 검토 중”이라며 “타결 없는 국가는 모두 서한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국이 유예 시한 전까지 협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동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