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언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교육학박사 |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색적으로 기획세션을 마련하여 ‘지방화시대, 지역교육의 미래 방향과 좌표’라는 주제로 대구, 인천, 전남, 전북, 충북 교육감이 직접 각 지역의 교육 현안과 미래 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였다. 교육감들 중에는 현실적인 문제를 매우 솔직하게 공론화한 분도 있었고, 그런 면이 청중들에게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황을 체감할 수 있는 생생한 경험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명의 교육감이 제기한 교육 문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 교육청별 다양한 정책들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것들이 많았다. 특히 다수의 지역에서 중요한 정책으로 강조되었던 ‘독서교육’은 특정 지역과 학교급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육의 기본으로 특히 강조해야 할 정책으로 보였다.
독서교육이 강조되는 이유는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해력 저하의 근거는 OECD(국제협력개발기구)의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읽기 영역 시험 결과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PISA 점수는 1수준부터 6수준으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2수준 미만 비율이 2000년에서 2012년까지 8% 미만이었으나 2022년에는 14.7%로 나타났다. 읽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결과이다. 이와 함께 2022년 디지털 문해력은 OECD 국가들 중 최저수준이었다. ‘사실’과 ‘의견’을 제대로 구분해 낸 학생들은 26%로 OECD 평균인 46%에 훨씬 못 미쳤다. 인공지능 딥페이크 기술의 발달로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이 더욱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문해력은 학습에 있어 글을 읽고 이해하는 필수 능력이다. 문해력을 좌우하는 읽기 역량은 문자를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해독과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독해가 가능할 때 함양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가장 최선의 학습 방법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고, 학습자의 읽기 능력 수준에 따라 수준별 독서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 선진국으로 알려진 북유럽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는 교육 복지가 잘 된 국가이기도 하지만, OECD 국가 중 독서율 순위가 항상 상위권으로 독서가 일상의 문화로 자리잡은 나라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를 시작하고, 아이가 성장하면 지역 도서관을 이용하며 부모도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곳곳에 공공도서관이 자리하고 있고, 가정에서 시작한 독서 문화는 학교와 사회로까지 이어진다.
올해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독서교육통합플랫폼 ‘독서로’를 구축하였다. 학생의 독서 이력을 기록해 관리하고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도서를 추천하는 등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호작용 중심의 독서교육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그리고 광주광역시 시립 도서관과 작은도서관, 광주광역시교육청 산하 도서관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과 학부모 대상의 다양한 독서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여름 방학엔 해외 여행으로 외국의 문화를 경험하는 대신 책 속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과 색다른 문화를 경험해 보는 여행을 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