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의 용흥사라는 절에 진존숙이라는 명승이 있었다. 어느 날 용흥사에 낯선 스님이 찾아왔다. 진존숙은 그와 선문답을 하게 되었는데, 첫마디를 건네자마자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진존숙은 속으로 ‘도가 깊은 스님이신가’하고 다시 말을 건네니, 또다시 버럭 역정을 냈다. 진존숙이 그에게 말했다. “겉보기에는 용의 머리를 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뱀의 꼬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용두사미(龍頭蛇尾)라며 그 스님을 비웃었다. 송나라 불교 서적 벽암록에...
2024.05.08 18:06인류가 우주로 나간지 63년이 지났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의 산물인 ‘우주경쟁’은 이젠 희귀광물, 우주여행 등 우주산업 형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매년 2000개 이상의 우주 발사체들이 우주로 보내지고, 현재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은 1만개가 넘는다. 그 중 여전히 활동 중인 위성은 약 8800개라고 한다. 문제는 기능을 잃고 떠도는 위성들이다. 일명 ‘우주쓰레기’인 이들 위성조각들이 이미 100조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물체로 인공위성이 꼽히게 되면서 천문연구에도 방해가 된다...
2024.05.07 18:27박 열매를 반으로 갈라 속을 비우고 남은 껍질을 말려 만든 그릇인 바가지는 ‘바가지를 긁다’, ‘바가지 씌우다’ 등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표현으로 사용된다. 과거 괴질이 유행할 때 병 귀신을 쫓으려 바가지를 득득 긁어 듣기 싫은 소리를 내던 풍속이 있었는데, 가족의 잔소리가 귀신도 도망가는 바가지 소리만큼이나 듣기 껄끄럽다는 데서 ‘바가지를 긁다’란 표현이 나왔다. 쌀이 없는 쌀뒤주 바닥을 바가지로 벅벅 긁으며 남편의 경제적 무능함, 빈곤함을 간접적으로 항의했다는 설도 있다. ‘바가지를 쓰다’ 또는 ‘바가지를 씌우다’는 조...
2024.05.06 17:19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3월, 미국 캔자스 주 펀스턴 기지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였던 이 질병은 사람들이 방심한 사이 부대 전체로 퍼졌고, 6개월도 안돼 전 세계로 확산됐다. 20세기 인류의 가장 큰 비극으로 손꼽히는 스페인 독감이었다. 시신을 담을 관이 부족하고, 무덤을 팔 시간이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잔인했던 이 질병에 감염된 사람만 5억여 명, 사망자도 최고 1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역사와 지도를 바꾼 역사상 최악의 의학적 홀로코스트였다. 하지만 정작 비극의...
2024.05.02 17:14‘친구’, ‘아침이슬’, ‘상록수’...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로 민중을 위로했던 천재 뮤지션 김민기의 자작곡들이다. 1970년대 유신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 그의 노래는 해방가였고 애국가였다.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며 민주화 투사가 됐다. 용기를 내 독재에 항거했고 모두 하나가 됐다. 민주화와 노동 운동은 김민기의 숙명이 됐다. 요즘 SBS에서 방영중인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가 인기다. 김민기와 학전에 관한 최초의 다큐멘터리라는 입소문을 타고 2주 연속 동시간대 지상파 1위 자리를 수성했다고 한다. 김민기는 1991년 서울...
2024.05.01 18:17프랑스 루이 14세는 1712년 스페인의 식민지인 칠레의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아메데 프랑수아 프레지어 중령을 스파이로 파견한다. 프레지어는 칠레의 토종 딸기를 연구하는 식물학자로 위장했다. 프레지어는 식물학자처럼 풀과 나무를 조사했다. 조사내용은 수첩에 기록됐는데 물론 칠레 지역의 정치, 군사적 정보에 대한 암호들이었다.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으나 덕분에 이것 저것 배우게 됐고, 몇몇 인상깊은 것들은 메모하고 종자를 채집했다. 루이 14세는 프레지어가 보낸 정보를 보고 매우 만족했다고 한다. 1714년 프레지어는 임무를...
2024.04.30 14:33광주의 제조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중동 정세 불안, 내수 악화 등 다중복합 경제위기 상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투자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광주상공회의소가 광주 제조업체 12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자계획 조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지역 제조업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3월 기준으로 기업의 투자 활동이 올해 상반기 계획 대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조사했는데, 응답 업체들의 95%(114개사)가 “상반기 계획보다 투자를 축소했거나 보수적 입장을 ...
2024.04.29 14:51오는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정상회의에서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의 지정학적 안정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서방 선진국’이란 말과는 대비되는 용어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국가들을 지칭한다. 전통적으로 과거 식민지 혹은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로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오세아니아 등지 120여 개국이 포함된다. 북반구에 몰려 있는 선진국을 일컫는 ‘글로벌 노스’(Global Nor...
2024.04.28 14:16“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사업보국을 위한 사명감이다.” 1974년 12월, 삼성전자 이병철 회장이 집적회로용 웨이퍼 제조공장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반도체가 막 태동되던 시기, 한국반도체는 반도체의 전 단계인 규소박판 가공 공정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단호했다. ‘반도체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1966년 한국비료로 최대 위기에 놓였던 삼성에게 한국반도체는 손실과 굴욕을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게 이 회장의 회고다. 이 회장의 생각은 적중했다. 삼성전자는 한국반도체가 생산한 칩으...
2024.04.25 17:01드디어 지난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전남일보는 오래된 전통에 따라 바로 다음주인 15일에 당선자 교례회를 실시했다. 교례회에 모인 당선자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어떤 이에게 이번 선거는 치열한 전투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떤이는 감당하기 버거운 행운 같은 것이어서 대부분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미소의 의미는 달랐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점 말고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다. 정갈한 분위기, 흐트러짐 없는 행사 속에서 당선자들은 한결 같이 ‘이번 총선이 결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는 ...
2024.04.24 15:55‘절대 굴복하지 않는다!(Never Surrender!)’라는 문구와 눈을 부릅뜨고 불만 가득한 얼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3년 8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검찰에 출두, 수감 전에 찍은 머그샷(mug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의 모습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머그샷을 찍은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미국은 어떤 범죄건 피의자가 되면 머그샷을 찍고 공개한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클 잭슨, 빌 게이츠, 타이거 우즈 등의 유명인사 역시 머그샷이 공개됐다. 머그샷은 ...
2024.04.23 16:37주당 8달러 짜리 작은 집에 세 들어 사는 지독하게 가난한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 남편 짐은 아내를 위해 부모에게 받은 줄이 없는 시계를 팔아 예쁘고 멋진 머리빗을 마련한다. 아내 델라는 곱고 탐스럽게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 판 돈으로 남편에게 선물할 시곗줄을 산다. 크리스마스 날, 선물을 주고받은 부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오 헨리(O. Henry)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 가운데 한 대목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사무실...
2024.04.22 16:01약 50억년 전, 태양계 중심부에서는 수소와 헬륨 가스가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우리의 낮을 밝혀주는 ‘태양’이 생겨났다. 태양 주변에서는 먼지와 가스 입자들이 중력에 의해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원시 태양계 원반’을 형성했으며, 원반 안에서 다시 뭉쳐진 먼지와 가스 입자들은 작은 천체가 되어 태양계 곳곳에 자리했다. 뜨거운 마그마로 뒤덮여 있던 한 천체에서는 철과 니켈과 같은 무거운 금속들이 중심부로 모여 핵을 구성했고, 규소나 알루미늄 같은 가벼운 물질들이 표면을 형성했다. 마그마로 인한 내부 압력 변화로 10억년이 넘는 시...
2024.04.21 18:01“대통령을 만나러 경무대로 가자.”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의하던 대학생들의 시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1960년 4월 19일 오전 10시. 서울 남산 중턱 동국대 교정이 2000여 명의 학생들로 가득 찼다. 동국대에서 지금의 청와대인 경무대까지는 5㎞ 남짓. 거리로 뛰쳐나온 학생들을 중심으로 3000여 명까지 늘어난 시위대는 을지로와 시청을 지나 경무대 앞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마지막 바리케이트를 넘는 순간 경찰이 발포하면서 수십명의 학생이 쓰러졌다. 선두에 섰던 한 청년도 총탄이 가슴을 관통했다. 민주혁명에 첫 피를 뿌린 동국대...
2024.04.18 17:27뼈와 살이 바뀐다는 뜻의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어떤 사물이나 인물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는 도가(도교)의 전설에서 온 말이다. 도가에서는 수련에 의해 새로운 경지에 이르는 것을 환골탈태라고 했다. 이에 관해 중국 송나라 시인 황정견이 자신의 독자적인 시가 창작법을 환골법과 탈태법이라고 표현했다. 황정견은 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의 뜻은 무궁하지만 사람의 재능에는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는 재능으로 수많은 뜻을 좇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선배 시인의 ...
2024.04.17 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