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통문(沙鉢通文)이란게 있다. 어떤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알리는 고지문(통문)이다. 그런데 통문의 모양이 특이하다. 사발(밥그릇)을 엎어서 그린 원을 중심으로 참가자들의 이름이 둘러가며 적었다. 순서대로 이름을 적지 않고, 빙 둘러서 적은 데는 이유가 있다. 주모자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다. 사발통문은 조선 후기에 농민 항쟁의 ‘도구’로 많이 쓰였다. 관에 항의하기 위해 각 마을마다 이를 돌려 사람을 모았다. 동학농민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고부민란 때 동학군의 통문 제1호가 사발통문이었다. 문서가 관에 발각될 경우...
2023.12.25 14:131996년 겨울 어느 날,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작은 술집 ‘동숭동에서’가 문을 열었다. 주인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송영길 당시 사법연수원생과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이정우 변호사 등 200여 명. 80년대 운동권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80만 원에서 최고 300만 원까지 공동으로 출자한 가게였다. 주로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도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공동의 목표, 어느 덧 ‘낀세대’가 된 30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당시 경영을 전담했던 황도준의 설명이다. ...
2023.12.21 17:01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현대인들은 답답한 도시생활 속에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이들은 선천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녹색갈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도시인들의 녹색갈증 해소 방안으로 ‘치유농업’이 뜨고 있다. 치유농업이란 농촌 경관과 환경, 농업 활동과 같은 농촌 자원을 활용해 도시민의 신체와 정서 등 건강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전국의 지자체마다 원예식물이나 텃밭 등을 활용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운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치유농업의...
2023.12.20 15:05일본말 ‘사쿠라’는 벚꽃을 의미한다. 다른 뜻으로는 위객(僞客·가짜손님)으로도 읽는다. 사쿠라는 일본 에도시대에 가부키 공연을 공짜로 보는 대신 관객의 흥을 돋우는 바람잡이를 사쿠라라고 부른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분홍색 말고기의 별칭인 ‘사쿠라니쿠’가 사쿠라의 어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고기가 부족했던 일본에서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파는 일이 흔했는데, 소고기로 둔갑한 말고기를 사카루니쿠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쿠라’가 우리 정치판에서는 전혀 다른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변절자나 내통하는 사람을 부를...
2023.12.19 16:20김영록 전남도지사와 무안군민 사이 벌어졌던 물리적 충돌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광주 군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김영록 지사의 로드맵과, 절대 받을 수 없다는 무안군민들간 1시간20분 간의 팽팽한 대치 상황이 단지 양 측의 입장차로 인한 결과일까. 지난 13일 무안 범대위(전투비행장무안이전반대범군민대책위)가 김영록 지사와 김산 군수가 참여할 예정이었던 도민과의 대화 행사장에서 시위를 시작한 시각은 12시30분. 비슷한 시간 범대위는 김산 군수의 동선을 차단하기 위해 무안군청 1층을 점거해 반대 시위를 병행했다. ...
2023.12.18 15:49“공산당이 국회의사당에 불을 지른 게 확실합니다.” 1933년 2월. 독일 의사당에 의문의 화재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히틀러 총리는 “공산당이 불을 질렀다”며 괴벨스 등과 공산당사를 습격했다. 대통령 힌덴부르크를 찾아가 담판에 나섰다. “공산주의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불을 질렀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겁에 질린 힌덴부르크는 히틀러에게 시국을 수습하라며 대통령 전권을 넘겨줬다. 대통령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대신 무력하게 권한을 이양하고 말았다. 이 때부터 히틀러는 의회를 통하지 않고도 나찌의 결정만으로도 법을 통과시키는 권한을...
2023.12.17 12:43“오는 2030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확 바꿀 ‘새로운 미래의 도시’를 건설하겠다.” 지난 2017년 무함마드 빈 살만 알아수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친환경 미래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 2만 6500㎢에 1조 달러를 들여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길이 170㎞, 높이 500m의 선형 도시 ‘더 라인’, 수상 스포츠와 스키 등 사시사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관광단지 ‘트로제나’,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 부유식 산업단지 ‘옥사곤’ 등 하부 계획도 내놨다. ‘초거...
2023.12.14 17:01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개에서만 우세를 보인다는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당이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힘 사무처의 ‘총선 판세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당이 ‘우세’로 판단한 지역은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 을 등 6곳에 불과하다. 이는 2020년 21대 총선 당시 확보한 8석 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총선 참패 우려감에 당내 비주류들은 김기현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허은아 의원은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가 초토화 직전”이라며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용산에...
2023.12.13 13:17중동전쟁의 여파로 1970~1980년대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은 한국경제를 혼란에 빠트렸다. 한국은 1979년 3월 석유가격을 9.5% 올린 데 이어 1981년 11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무려 337%나 석유가격을 올려야 했다. 석유 가격이 오르니 석유로 만들던 각종 화학제품 재료 가격도 폭등했다. 당연히 소비자 물가도 급등했다. 1980년 물가가 무려 40%까지 치솟았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 1980년 한국 경제는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
2023.12.12 16:35지난 대선때 확 끌어 올랐다가 한동안 잠잠하던 남녀 갈등, 정확히는 남녀 혐오 갈등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이번에도 게임 쪽이다. 넥슨이라는 게임 회사에서 하청업체에 의뢰한 영상에 혐오 제스추어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해당 논란은 11월25일에 발생한 것으로 스튜디오 뿌리 소속 팀장급 애니메이터인 댓서가 X(전 트위터)에 과격한 남성혐오성 관련 트윗을 작성하거나, 관련 트윗을 리트윗했던 과거 행적들이 네티즌에 의해 발견됐다. 이후 스튜디오 뿌리에서 외주를 맡은 애니메이션 다수에서 남성혐오 이스터에그로 의심되는 장면들이 발견...
2023.12.11 13:10연말이다. ‘본인 사망 외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송년모임 소식도 올라오고, 연락 뜸했던 지인들도 해넘기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는 전갈을 보내온다. 이맘때가 되면 '대한민국 한문 공부시간’도 어김없이 돌아온다. 2001년 이후 교수신문이 연말 기획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면서 등장한 풍속도이다. 교수들은 공모를 통해 그 해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언론은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촌철살인의 의미를 적확하게 풀어 내보낸다. 이런 전통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가까운 일본은 ‘올해의 한자’를 매...
2023.12.10 16:37“광주의 승리다. 기쁘고 감격스럽다. 유권자의 성원을 생각하니 부담도 크다.” 지난 1996년 4월 11일 늦은 밤. 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이날 광주 북갑 선거구는 환호와 함께 기쁨의 눈물로 가득찼다. 14대에 이어 재선에 도전한 이는 박광태. 이날 투표에서 그는 92.7%라는 압도적인 투표율로 당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앞선 13대, 같은 지역구 총선에서 평화민주당 정웅 후보가 세웠던 전국 최고 득표율 기록도 바꿔치기 했다. “나에게 표를 준 8만 3596명의 유권자를 꼭 기억하고 싶었다.”는 게 박광태의 회고다. 김...
2023.12.07 17:23어느새 거리마다 반짝이는 트리 조명이 설치되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진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 다음 해를 맞이하는 기대감이 뒤섞여 연말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이렇게 묘한 설렘이 삶에 스며든 연말에는 잇따른 송년회에 지친 아침이라도 캐럴 한곡에 다시 마음이 들뜨고, 늦은 저녁 갑자기 떠오른 추억에 연락 뜸하던 옛 친구들에게 전화 한 통 걸게 되는 따뜻하고도 위험한(?) 감정의 변화들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공휴일이나 명절 연휴, 여름휴가 등 직장인이라면 일단 입꼬리가 올라갈만한 휴일들이 1년 내내 이어지지만, 크리스마스와 연...
2023.12.06 12:45‘도태(淘汰)’. 淘(도)는 ‘쌀을 흔들어서 쓸 것과 못 쓰는 것을 가려낸다’, 汰(태)도 ‘흔들어서 걸러내다’는 뜻이다. 자연이 걸러내다. 외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자연계의 생물 개체가 점차 사라진다는 의미다. 지구는 많은 생명체들의 보고다. 대자연속에 인류를 비롯해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중 인간은 생태계의 최상위에 자리하며 많은 생명체의 도태에 영향을 끼쳤다.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층인 인류도 ‘도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학계는 인류를 종말로 치닫게하는 위협요소 10가지를 선정했다. 스웨덴의 ...
2023.12.05 16:51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다. 스토브리그란 프로야구에서 시즌오프(season-off) 시기인 겨울철에 각 구단이 팀의 강화를 위해 선수의 획득이나 이동을 둘러싸고 활발한 움직임을 갖는 스카우트 열전, 팀과 선수들의 연봉 협상을 말한다. 시즌이 끝난 후 팬들이 난로(stove) 주변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계약 갱신이나 연봉 협상, 트레이드(trade) 등에 관하여 평판을 한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올해는 다이내믹한 스토브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프로무대에서 크고 작은 족적을 남긴 굵직한 선수들이 4년 만에 부활된 K...
2023.12.04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