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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군 확인 결과 현재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수목원으로 4000본의 핑크뮬리가 식재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 "저희 수목원에는 핑크뮬리가 총 1200본 식재 돼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핑크뮬리가 생태계 교란종 2급으로 지정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을 당시 핑크뮬리의 식재량 취재 과정에서 나눈 대화다. 관공서 답변과 수목원 주인의 답변이 서로 달랐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추가적인 핑크뮬리 취재를 진행 중 정확한 온도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문의했으나 갈수록 가관이었다. 더 확인 차 환경부에 전화를 돌렸다. 이젠 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온도와 핑크뮬리 생존 연관성 자료에 따르면 핑크뮬리가 추운 온도에 취약해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입니다. 환경부 자체적 회의 결과 정확한 온도 수치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전남지역에 식재된 핑크뮬리 현황은 순...
조진용 기자2020.11.17 13:19'서진(西進) 전략', '호남 끌어안기', '호남 구애', '호남 동행' 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호남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돌입한 '작전명'이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선 호남 출신 인구 비율이 15%에 육박하는 서울권 일부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자 호남지역에 단 한 석도 국회의원 수를 챙기지 못한 위기의식이 기저에 있다. 국민의힘은 8월 5·18민주묘지 추모탑 앞에서 사죄했으며 11월엔 '호남 동행'이란 이름으로 광주·전남지역 기초단체장과 만나 지역 현안을 청취했다. 비슷한 시기에 광주 심장부인 시청 앞에는 "...
최황지 기자2020.11.11 16:12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여주인공 샤오위는 천식을 앓다 세상을 떠난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대만 영화만의 감성 덕에 샤오위는 풋풋한 첫사랑의 이미지로 대중에 기억된다. 하지만 코로나19 현실에서 천식 환자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다. 잦은 기침이라도 내뱉으면 "코로나19 감염자 아니야?"라는 의심부터 받고,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 곤란을 겪기도 한다. 천식(asthma)은 그리스어의 '날카로운 호흡'에서 유래했다. 기도 폐쇄로 호흡 곤란, 기침 등이 발생하며, 공기가 차고 건조한 겨울에 증상이 더 ...
양가람 기자2020.11.09 13:44야당의 행보가 심상찮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또 전남을 찾았다. 지난 8월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 사과'를 한 지 두 달 만이다. 당시 그는 "부디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김 위원장은 또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 발언에 우리 당이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야당 파격 행보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 10월 27일 호남 예산을 챙기겠다며 주호영 원...
김진영 기자2020.11.08 17:07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중대하든 하지 않든 간에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바랜다.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이나 심리·상담을 공부한 적이 있다면 한 번쯤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 1850~1909)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억·학습 연구의 선구자로서, '망각(忘却)'이라는 단어가 학문적·실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만든 학자이다. 대표적인 연구 업적으로는 '망각곡선'을 들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의 망각 정도를 그래프...
오선우 기자2020.11.03 17:0412시간 넘게 배달을 하느라 함께 놀아주지 못한 자식을 늘 안타까워 하는 택배 노동자. 지난 밤 쌓인 오물을 치우며 새벽을 여는 청소 노동자. 코로나와 폭우의 공포를 온몸으로 견뎌냈지만 빚만 쌓인 영세 자영업자. 예기치 못한 화마를 당해 보금자리를 잃은 가족. 2~3개의 알바자리를 넘나들며 꿈을 찾아 헤매는 청년. 지난 9월 사회부 기자로 발령을 받고 나서 두달여동안 기자가 만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저마다 가슴 먹먹한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기자는 취재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사연을 묻고 또 기록했다. 그냥 만났다면 절대로 묻지 않았을...
도선인 기자2020.10.28 14:25얼마 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지역센터 통폐합 문제에 대해 취재한 내용 중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지연된 자살'이다. '지연된 자살'은 국가적 재난 상황 초반에는 생존 본능과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연대감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살률이 감소하지만,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증가세를 보이는 현상에서 비롯된 말이다. 쉽게 말해 당장 수십억원의 빚이 생기거나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수감되는 등 극한의 순간에서 생을 마감하기보다는 그 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심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위기 상...
곽지혜 기자2020.10.26 16:21"은지야, 카메라에 가져다 대면 꽃 이름 알려주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독립한지 수년째, 1-2주에 한번 볼까 말까 한 딸을 마주한 기자의 어머니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질문을 쉴 틈 없이 던진다. 벌써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8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능에 적응하기란 여전히 난제인듯 하다. 함께 한식당에 방문한 날에는 QR코드 입장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결국 어머니의 스마트폰을 쥐고 인증을 받아 식당 직원에게 건넨 사람은 나였다. 어머니는 "QR코드 말고 직접 명부 작성하는 게 더 편하더라"며 민망함을 덜었...
김은지 기자2020.10.21 14:24기자의 할머니는 향년 98세를 일기로 지난 2018년 1월 눈을 감으셨다. "큰 지병도 없이 저 연세까지 살다 가신 건 진짜 호상(好喪)이죠." 장례식장에서 가족들이 조문객들에게 한 말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세상에 좋은 죽음이 어디 있겠냐마는 기자 역시 할머니가 호상이라고 생각한다. "해나 왔냐? 가시내, 앞머리가 그게 뭐여. 저번이 이쁘드만. 눈썹 위까지 빠짝 잘라브러." 할머니는 허리도 거의 굽지 않았었다. 앉거나 일어설 때 다리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는 했지만, 손녀와 눈을 마주치고, 손녀의 이름을 불러줬다. 손녀의 ...
김해나 기자2020.10.20 10:41'상온 노출'이 의심돼 한동안 중단되었던 독감백신 무료 접종이 지난 13일부터 재개됐다. 정부는 접종 중단 첫날, 문제가 된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접종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3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현장 취재 당시 독감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들에게 "무료 백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무료대상자에 해당 돼지만, 두려워서 국가 백신을 맞을지는 고민해봐야겠다"라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입에서는 '싼 게 비지떡',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 등의 말도 흘...
최원우 기자2020.10.14 17:36'디지털카메라, MP3, 114안내' 스마트폰이 탄생하기 전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지 오래다. '사람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남녀 5267명 대상 '본인이 스마트폰 중독이라 생각하는 비율' 조사 결과 20대 48.7%, 30대 43.7%, 40대 27.1%, 50대 이상 13.5%로 응답했다. 스마트폰을 별다른 목적 없이 수시로 켜서 본다 75.2%, 없으면 불안하다 38.5%, PC와 TV보다 편하다 34.4%,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30.2%, 다른 용무 중에도 스마트폰을 한다 24.1%로 답했다.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이라 생각하는 비율이 2030 세대에 집중돼있을 만큼 스마트폰은 필수적인 시대가 된 지 오래다. 부서 특성상 다양한 취재 방법이 있으나 현장을 직접 뛰는 게 우선이지만 불가능할 경우 전화 ...
조진용 기자2020.10.12 16:17지난 4월 장미셸 블랑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통적으로 치러온 바칼로레아를 취소하고 교과활동과 숙제 등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바칼로레아는 일주일 동안 치러지는 프랑스의 대입자격시험이다. 200년 전통의 바칼로레아가 코로나19 확산세에 처음 취소된 것이다. 프랑스발 바칼로레아 취소 소식에 한국도 한동안 들썩였다. 당시 수능이 12월3일로 애초보다 2주 연기된 상황이어서 '수능 취소'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금방 깨졌다. "수능은 12월3일 예정대로 진행한다." 교육부의 발표에...
양가람 기자2020.10.06 13:09"올 추석엔 그냥 집에 있어야죠. 어딜 가겠어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이는 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삭막하다. 생활 양상을 180도 바꿔놓은 코로나19 탓에 사람들은 고향집 방문을 두려워하고 있다. 비대면·온라인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지금, 부모의 얼굴을 보러 가는 것조차 '드라이브 스루'로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요즘 명절 기간 붐빌 성묘·추모시설 방역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크다. 방문 사전예약제, 온라인 추모 서비스 제공, 실내 50인 집합금지 제한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
오선우 기자2020.09.28 15:46실향민이 늘고 있다. 추석이 성큼 다가왔지만 돌아갈 고향을 잃어버린 이들이 늘고 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이 장성하면 으레 당연하다는 듯 도시로 떠난다. 젊은이들의 부푼 꿈을 품기에 시골 동네는 너무 작고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떠난 젊은이들이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공동체는 점점 줄어들고 마을을 지키던 노인들 역시 하나, 둘 사라지고 나면 고향마을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마을 소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비단 어느 한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전남의 모...
김진영 기자2020.09.27 16:19하루에 수만 건씩 쏟아지는 기사들을 볼때면, 묘한 기시감이 들 때가 많다. 좀 더 나은 사회를 바꿔보자는 지적들, 어김없이 일어나는 황당한 사건들, 정치권 내에서의 대립들…. 대다수의 사람들도 기사를 보며 '이번에도 또?'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기시감이 들 찰나도 없이,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기자들의 할 일이 없어지는 것 아니겠느냐마는 바뀌지 않는 행태에 씁쓸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이른 새벽 3년 차 택배 노동자를 만났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해고 조치를...
도선인 기자2020.09.16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