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구가 너무 빨리 돌아서인가. 중심잡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어지러운 것 같지는 않지만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아침과 저녁 생각도 달라지니 무엇 하나 내 것이고, 우리 것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이때 우리가 말하는 한국의 美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검색을 해보니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조화를 중요시하며, 여백과 운치가 있는 것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한다. 또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
2023.10.19 14:052023년 6월 23일과 24일 바그너 용병그룹의 프리고진이 주도한 러시아의 푸틴 체제에 대한 반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러시아 남부의 도시 로스토프 나돈누(Ростов-на-Дону)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프리고진의 반란은 개인 프리고진,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 그리고 세계의 운명과도 연결되어 수많은 서사가 만들어져 왔다. 특히 길고 긴 러시아의 역사 속에서 돈강 위에 있는 로스토프 등에서의 이번 반란사태가 러시아의 역사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인지는 오늘도 유유히 로스토프 나돈누를 휘감아 흐르는 돈강은 알...
2023.10.19 14:03칼로 모가지를 베랴 붓으로 치랴 무명의 검객이 칼 대신 큰 붓을 들어 글자를 써 내려간다. 글씨는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휘몰아치기도 하고 거대한 파도처럼 급습해오기도 하며 사막을 내닫는 말처럼 쏜살같기도 하다. 글자를 쓰는 듯한데 글씨가 아니요, 붓을 휘두르고 있어도 붓이 아니다. 때때로 모래판을 그어 내리는 지팡이가 되었다가 적의 목을 베는 예리한 칼이 되었다가 철학의 기운을 뿜어내는 장필(長筆)이 되기도 한다. 알지 못할 차원의 춤과 검객의 도술을 거쳐 마침내 진시황의 용좌에 검(劍)이라는 글자가 걸린다. 장이머우의 영화 ‘...
2023.10.12 14:09오페라의 새로움을 갈망했던 베르디는 에서 마녀로 오인당하는 집시 여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극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기며 자신의 주요 작품인 ‘리골레또’와 ‘라 트라비아타’의 특징적 배역의 틀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등장하는 모든 배역이 최고의 성악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 필자는 지난 10월 6일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지역 음악인들로 구성된 ‘강숙자오페라라인’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를 보며, 광주의 오페라가 성장한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또한, 품격있는 좋은 공연을 펼친 제작진과 출연진, 그리고 전석 매진으로 화답한 시민...
2023.10.12 09:55올해로 3회째를 맞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수묵·채색화 등 동양미학에 토대를 둔 작품들을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비엔날레와 차별화된다. 현재 동시대 현대미술계와 아트 페어 등에서 한국화 위상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 실정으로 서양 미술의 득세 속에서도 중국의 중국화, 일본의 일본화가 저마다 자국 내 미술계·미술시장에서 주목과 관심을 받으며 활발하게 열리고 있지만, 한국의 한국화는 그렇지 못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제3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국내외 전통적·현대적 수묵·채색 작품, 동양미학이 녹아든 다양한 현대미술품을 한 자리에 모...
2023.10.09 14:33활성산 봇재를 넘는다. 봇재는 보성읍에서 회천면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봇재 주변이 온통 차밭이다. 차밭 이랑이 산비탈을 따라 층계를 이루고 있다. 판소리의 높낮이 같다. 차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율포다. 호수처럼 잔잔한 득량만이 보듬고 있는 해변이다. 은빛 모래와 해송이 조각작품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율포에서 방향을 장흥 쪽으로 잡는다. 길은 회천수산물위판장을 거쳐 명교마을로 이어진다. 이순신 조선수군 재건로다. 이순신 장군이 1597년 8월 17일 지난 길이다. 백의종군하다가 삼도수군통제사 임명장을 다시...
2023.10.05 14:58알타이 산맥은 몽골과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접하는 고지대의 오지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중의 하나로 일컬을 정도로 학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우리 한민족 원류 중의 하나인 ‘부여족’의 뿌리가 이곳이라는 것이 여러 설화나 민속 등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도 그 가능성이 조금씩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타이’라는 말이 ‘황금(金)’이라는 뜻인데, ‘신라’의 지배층이었던 경주 ‘김(金)’씨가 이곳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천마총 발굴...
2023.10.05 12:43: 자유시 참변 이후 홍범도 장군 (하) 1. 한인들의 자유시 참변 규탄 1921년 12월 이르쿠츠크에서 한인 파르티잔 공동위원회가 결성되었으며, 위원장은 최진동, 위원은 한인 파르티잔 부대 총사령관인 홍범도, 총사령부 채영과 이병채 참모장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한국, 만주,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파르티잔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자들이었다. 김동한에게는 러시아공산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할 권한이 부여했다. 그는 ‘아무르 지역에서 한인 파르티잔 처형에 대해’, 그리고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 혁명군사위...
2023.10.05 12:44중국 청해성 일대의 채도무분(彩陶舞盆)과 마가요에 강강술래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지난 2016년 본 칼럼을 시작하며 일곱 번째 회차에 이 얘기를 소개하였다. 세계문화사를 통틀어 댕기 머리와 치마를 입고, 손에 손을 잡고 원무(圓舞, 輪舞)하는 모습이 흔하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그릇 안쪽의 춤추는 무희들은 각각 5인조, 9인조, 11인조 등으로 나타난다. 대칭을 이루고 있다. 댕기 머리와 휘날리는 치마(일부 중국학자들은 이것을 성기로 본다). 그릇 안쪽으로 그어진 테두리까지 물을 한번 담아보자. 출렁이는 그릇 안으로 물에 비친...
2023.10.05 12:41연하(烟霞)가 난몰(難沒)하는 옛 인연의 터에/ 중 살림할 만큼 몇 칸 집을 지었네/못을 파서 달이 비치게 하고/ 간짓대 이어 백운천(白雲泉)을 얻었으며/ 다시 좋은향과 약을 캐나니/ 때로 원기(圓機)로써 묘련(妙蓮)을 펴며 /눈 앞을 가린 꽃가지를 잘라버리니/ 좋은 산이 석양 노을에 저리도 많은 것을. 초의선사가 일지암을 짓고 지은 시다. 내 심중에 담아두었다가 가끔 꺼내 노래하는 시이기도 하다. 나 또한 무안군 삼향읍 초의의 생가터 아래, 책 몇 권 보관할 만한집을 지어 사는 인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지암을 아...
2023.09.21 15:531. 사할린 파르티잔 부대의 무장해제 거부 카란다리쉬빌리가 아무르 지역에 도착했을 때 사할린 파르티잔 부대의 절반은 스보보드니에 위치하고 있었고 3개 대대(1,500명)를 포함한 나머지 절반은 스보보드니에서 75마일 떨어진 마자노보 마을에 있었다. 고려혁명군사협의회는 블라고베셴스크에 있던 사할린 부대장 그리고리예프와 지휘관 김 이노켄티를 체포한 후 그들 부대를 자체적으로 극동공화국 인민혁명군에 종속시키고 스보보드니 시로 완전히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 따라 사할린 파르티잔 부대 총회는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첫째, ...
2023.09.21 12:36광주를 소재로 하는 대표적인 융합예술 작품으로 오페라 과 더불어 이 지역 작곡가 김선철의 을 이야기할 수 있다. 1999년 빛소리오페라단의 창단 공연 작품으로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2002년에는 서울 국립극장에 올려지면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2010년 강숙자 오페라 라인에서 재공연이 이뤄지는 등 우수한 작품의 생존력을 여실히 보여주며 다양한 형태로 시대에 맞춰 발전해 오고 있다. 우리는 5·18을 소재로 하는 뮤지컬, 연극 등 각종 공연 예술 작품들을 접한다. 또한 수많은 창작 공연물이 무대에 올...
2023.09.21 10:04운주사, 적벽, 고인돌유적, 세량지, 백아산, 너릿재…. 화순엔 가볼만한 데가 많다. 발품을 팔아 찾아봐야 할 역사문화 유산도 지천이다. 정암 조광조와 민주열사 이한열을 만날 수 있는 마을도 있다. 화순군 능주면 남정리다. 조광조(1482∼1519)는 개혁을 부르짖은 사상가였고, 정치가였다. 그는 유교를 근본으로 한 왕도정치를 주창했다. 도교를 추앙하던 훈구파를 공격한 이유다. 중종반정으로 공신 반열에 오른 103명 가운데 78명의 공적을 삭제했다. 도교 주관 제사인 소격서도 없앴다. 학덕과 소양을 판단하는 현량과를 도입, 새로...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3.09.14 14:23: 자유시 참변의 발단 (상)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의 하나인 자유시 참변을 두고 역사적 이념논쟁을 시작했다. 그 핵심에는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과의 연관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그에 대한 러시아 기록은 없다. 또한 소련이라는 국가 체제가 구성되어 거기에 생존하고 사망한 영웅이고, 남북한이 성립하기도 전에 살았던 사람을 윤석열 정부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을 언급하면서 문제 삼고 있는데, 그것도 연구자가 보면 정말 황당하고 천박하며 무지해 보인다. ...
2023.09.14 12:45지난 4월 14일 본 지면을 통해 내가 왜 갱번에 주목했는가를 소개했다(남도인문학 342). 오늘은 갱번이라는 호명의 출처에 대해 을 인용해 살펴본다. 접두어나 활용형을 다 살필 수 없으므로 일부만 추린다. 물론 이외의 용례도 방대하다. 따옴표를 일일이 붙일 수 없으므로 전부 생략한다는 점 이해 바란다. 구례군 용방면 신지리를 갱변들, 갱변똠, 선월이라고 한다. 곡성군 현정리에는 갱변들, 갱변보가 있다. 곡성군 농소리에 갱변들, 갱변보가 있다. 곡성군 율사리에 갱변들, 갱변보가 있다. 구례군 죽마리에 진등 갱변이 있다. 모두 내륙의...
2023.09.14 1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