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장구(沙器로 만든 장구), 와고(瓦鼓, 기와장구), 청자장구 등으로 부른다. 활방구, 물방구, 못방구 등이 북(鼓)의 불교적 차용인 법고(法鼓)에서 왔다는 점 지난 칼럼을 통해 밝혀두었다. 장구 또한 맥락이 비슷하다. 긴북이라는 뜻에서 장고(長鼓)라 한다. 장구의 원말이다. 장고(杖鼓)와 장고(長鼓)를 병행해 쓰다가 어느 시기 장고(長鼓)와 우리말 ‘장구’로 정착되었다. 그렇다고 노루(獐)와 개(狗)가죽으로 장구를 설명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따로 시간을 내 설명하겠다. 도자기장구는 울림통을 흙으로 구워 만든 장구다. 진...
2023.03.02 15:59“두리둥퉁 두리둥퉁 쾌갱매 쾌갱매 쾡매 캥, 어럴럴럴 상사뒤여, 어여허 여여루 상사뒤여, 선리건곤(仙李乾坤) 태평시으 도덕 높은 우리 성군, 강구(康衢) 미복(微服) 동요(童謠) 듣던 요님군의 성군일래, 여여어 여여루 상사뒤여 어럴럴럴 상사뒤여~~” 때는 오뉴월 농번(農繁)시절이라, 각댁 머음(머슴)들이 보리밥(麥飯)에 보리술(麥酒)을 마시면서 부잣집 모를 심고 있다. 중 이도령이 과거 급제하여 남원으로 내려오다가 모내기를 하는 일군의 농부들을 만나는 장면이다. 조선 후기 중인층과 양반층의 기호에 맞춰 한자 일색의 풍미로 사설이...
2023.02.23 14:06“한국에서는 근래에 와서야 국가와 중앙에 종속된 지방사 연구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되었다. 지리지와 읍지, 지방지 편찬의 오랜 역사가 강고한 지방사의 전통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체제 아래서는 중앙집권적 질서에 대해 의문을 가질 여지가 별로 없었고, 민족과 국가를 중심으로 결집하되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무시하도록 강요했던 시대적 분위기의 영향도 컸다.” 허영란의 「지방사를 넘어, 지역사로의 전환-한국 근대 지역사 연구의 현황과 새로운 모색」(지방사와 지방문화, 2017)이란 글의 시작 대목이다. 국어사전에는 지방(地方)을 ...
2023.02.16 16:00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라는 가전체(假傳體, 사물을 의인화하는 형식의 문학) 글이 있다. 규중은 여자들이 기거하는 방이다. 칠우는 척부인(尺夫人)-자, 교두(交頭)각시-가위, 세요(細腰)각시-바늘, 청홍각시-실, 감투할미-골무, 인화(引火)낭자-인두, 울(熨)낭자-다리미를 말한다. 주부인이 잠자는 사이 칠우들이 나와 갖은 논쟁을 하다가 끝에 주부인이 이들을 내쫓으려 했지만 감투할미(골무)의 조정으로 무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주부인은 수궁가의 별주부를 닮았다. 연대나 작자 미상이지만, 작자가 여자인 점은 분명하다. 「한국문학통...
2023.02.09 15:27‘방구’라 하면 십중팔구 ‘방귀’를 떠올린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방귀를 ‘방구’라 하기 때문이다. 한자어로는 방기(放氣)인데, 이런 맥락에서 보면 표준어를 ‘방귀’가 아닌 ‘방구’라 했어야 맞다. 혹시 ‘반고’나 ‘버꾸’의 다른 이름인 ‘방구’와 구별하기 위해서였을까? 실제로 국어사전에서는 ‘방구’를 ‘북처럼 생긴 농악기의 하나’로 설명한다. 자루가 없고 고리가 있어 줄을 꿰어 메고 치는 악기이며, 소리는 소고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루가 있는 방고도 있다. 대개 솜활을 이용해 악기 대용으로 사용하는 ‘활방...
편집에디터 2023.02.02 17:51“땅속 땅갱아지/ 논밭 갈아주고/ 지랭이도 흙을 일궈/ 거름기를 보태네/ 큰 논배미 김매기/ 우랭이가 해결하고/ 무당벌레 야금야금/ 해충 잡기 선수/ 앞뒷산 뻐꾸기도 장단 맞춰/ 호미자루 가볍구나” 무학(無學)의 토종씨앗 지킴이 장흥의 이영동씨가 쓴 시이다. 무학이라니 배운 게 전혀 없다는 뜻일까? 제도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뜻일 뿐, 오히려 그 누구보다 뿌리 깊은 공부가 내면에 들어있는 분이다. 지난해 봄이던가 그의 연구실 겸 자택을 들렀다. 출생에서부터 갖은 고생을 다하며 고향에 뿌리내린 까닭, 농사를 지으며 토종 씨앗을 보존하고...
편집에디터 2023.01.26 16:31“좌우 나졸(邏卒) 금군 모조리 순령(巡令) 일시에 내달아 토끼를 에워쌀 제 진황(秦皇) 만리장성 싸듯, 산양 싸움에 마초 싸듯 첩첩이 둘러싸고 토끼 겹쳐 잡는 거동 영문 출사 도적 싸듯 토끼 두 귀를 꽉 잡고, 이놈 네가 토끼냐? 토끼 기가 막혀 벌렁벌렁 떨며, 토끼 아니오,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개요. 개 같으면 더욱 좋다. 삼복 달음에 너를 잡아 약개장도 좋거니와 네 간을 내어 오계탕 달여 먹고 네 껍질 벗겨내야 잘양 모아 깔게 되면 응혈 내종 혈담에는 만병회춘의 명약이라 이 강아지 몰고 가자~” 김준수가 에 나와 사물놀이패...
편집에디터 2023.01.19 14:53산양(山羊)은 주로 깎아지른 절벽에 등장한다. 바위 이끼, 진달래 등의 잎을 먹기 때문일 것이다. 해발 천 미터 이상의 침엽수림 지대가 서식처다. 북한 쪽에 많이 있다는 뜻인데 남한의 강원도, 경북, 충북 등지의 높은 산에도 서식한다. 자기 영역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지만, 설령 밖으로 나갔다가도 정확하게 제 위치로 돌아온다. 교감의 감각이 발달해있기 때문이다. 벼랑 위에 있는 적을 인지하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각이 계곡의 물을 통해 반대편 산꼭대기에 이른다. 땅과 바다 특히 물에 대한 감각이 최고의 경지에 있다고나 ...
2023.01.12 14:27지역학의 요체는 무엇일까 그때부터, 내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걸 부인하는 것은 식민지 조국 조선을 배반하는 것이었고, 더럽고 냄새나는 조국 중국을 배반하는 것이었고, 희망 없는 조국 베트남을 배반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백인-앵글로색슨-프로테스탄트가 지배하는 기회와 풍요의 나라 아메리카 합중국에서 내가 뱀과 같은 유태인이라는 것을, 내가 무식하고 가난한 히스패닉이라는 것을, 내가 거리에서 부랑아로 자라난 이탈리아인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것이었다.(고종석, ?전라도 생각?, ??서얼단상??, 개마고원, 2002) 지역에 대한 주체성의...
편집에디터 2023.01.08 17:17나는 큰 소리로 “엄매!” 하고 소리치면서 이 세상으로 왔다. 내 어찌 그것을 알겠는가만, 생전의 생모께서 늘 해주신 얘기다. 1897년생 아버지 예순여섯에 얻은 첫아들, 내 탄생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으셨을까? 마을 사람들이 이구동성, 하늘에서 떨어졌냐 땅에서 솟았냐 했다. 어머니는 자그마한 땅뙈기를 받는 조건으로 품은 아들을 핏덩이로 아버지께 넘긴 씨받이셨다. 역설적으로 전통시대의 악습이 베이비부머 시대의 끝자락까지 남아있던 탓에 나는 이 세상에 올 수 있었다. 강물처럼 쏟아져 내린 양수의 세례를 받고 공기 호흡을 위한 첫울...
편집에디터 2022.12.29 14:27문화분권의 시대, 지역자치의 시대, 지역학의 시대라는 화두가 제기된 지 매우 오래되었다. 그 기간이 숙성된 만큼 지역의 독창적이고 특별한 문화가 존중받거나 대우받고 있는 것일까? 기간은 오래되었다지만 그다지 숙성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지역자치도 일어나고 지역분권도 일정 부분 구축되며, 문화분권 차원의 지역학도 우후죽순 범람하는 모양새다.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 정체성에 대한 재인식을 하는 과정일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바꾸어 말해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제주도...
편집에디터2022.12.22 16:21전북 부안군 적벽강에 죽막동 제사유적이 있다. 삼국시대 이후의 해신(海神) 관련 제사터다. 19세기 후반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수성당(水城堂)을 수성당(水聖堂)이라고도 한다. 통일신라시대부터 노천제사가 아닌 실내 제사 즉 당집 안에서 제사를 지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단서가 이것이다. 신격(神格)은 '수성할미' 혹은 '개양할미'다. 절벽 위 평탄면에는 3세기 후반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들이 퇴적되어 있다. 고군산열도와 왕등도, 비안도 등 먼바다를 내다보기 좋은 위치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고고학적 유물이나 역사적 연원보...
편집에디터2022.12.15 15:24본 지면에 K-FOOD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선언적으로 남도음식이 K-FOOD의 원천이라고 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왜, 무엇이, 어떻게 그러한가에 대해서는 미처 말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몇 차례 나누어 이를 다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지역의 어느 음식이라고 중요하지 않겠는가.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음식에 저장된 시대정신이라고나 할까. 그를 둘러싼 문화적 함의와 관련된 것이다. 김재경은 '소설에 나타난 음식과 권력의 문화기호학'이란 글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음식은 무엇을 어디서 어떻...
편집에디터2022.12.08 17:35선녀는 하늘에서 베를 짠다. 연오랑의 짝꿍 세오녀가 그랬고 견우의 짝꿍 직녀도 그랬다. 오죽하면 이름을 직녀(織女) 곧 베를 짜는 여자라고 했을까.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금가락지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다. 구름 위에 노닐기가 무료하면 가끔 땅으로 내려와 놀다 떨어뜨리기도 한다. 지리산 노고단의 옥녀도 그리했다 하니 전국의 수많은 옥녀봉은 선녀들이 내려와 좌정한 바위일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뜨린 것인지 노고단 형제봉에서 떨어뜨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선녀가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곳을 금환락지(金環落地)라 한다. 산과 연못이...
편집에디터2022.12.01 15:52고풀이는 남도의 씻김굿에서 연행되는 후반부 거리 중의 하나다. 본 지면을 통해 두어 번 고풀이의 상징과 의미에 대해 소개하였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과 대립에 대한 내 마음의 발로이기도 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대하며 다시 고풀이를 소환할 생각을 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맹골도를 바라보는 해안에 흙집 짓고 살던 소설가 고 곽의진은 세월호의 충격으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뜰 일을 하다 쓰러졌긴 했지만 나는 그 죽음이 세월호의 충격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시 나와 나누었던 카톡에 절절했던 내용이 남아 있다. 의무와 책임, 풀어야 할 과제들 말이다. 어찌 보면 아무런 관련이 없던 우리에게 세월호가 얹어준 무게가 그러했다. 곽의진과 내가 진도사람이어서 그랬고 동시대인이어서 그랬다. 세월호에 희생당한 아이들이 바로 내 자식이며, 참살당한 이들이 내 가족이나 다름없기에 그랬다...
편집에디터2022.11.24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