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신뢰 잃은 지방의회…"바꿔야 살아남는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광주의회
주민 신뢰 잃은 지방의회…"바꿔야 살아남는다"
전문가 “근원적 변화 이뤄져야” ||윤리심사자문위 설치 대안 제시 ||주민 참여 기회 대폭 확대 필요 ||중앙 탈피한 공천 시스템 변화
  • 입력 : 2020. 09.01(화) 18:44
  • 곽지혜 기자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의회의 존립 취지가 무색할 만큼 지방의원들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지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공금 사적 사용, 음주운전, 갑질, 불법 수의계약까지 지방의원들의 행태가 점입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시되어 왔던 '외유성 해외연수' 문제는 잠잠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주민들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가 이토록 신뢰를 잃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의회 자체의 자정의지도 중요하지만, 지방의회에 대한 근원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한다.

 윤리심사기구를 따로 편성하고 주민 참여를 통한 지속적인 견제와 제도 강화가 수반돼야 하며 정당 공천 과정에서의 검열과 시스템도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는 평가다.



 ● 윤리심사 자문기구 설치

 지방의원들의 도덕성 문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제기되고 있지만, 광주·전남 29개 광역·기초의회 중 윤리특별위원회가 상설로 구성된 의회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이마저도 모든 지방의회의 윤리특위 위원이 해당 의회 소속 의원들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에 징계를 결정할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따라오고 있다.

 기우식 참여자치 21 사무처장은 "아직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윤리특위 설치를 임의조항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윤리특위 설치를 하지 않은 지방의회도 존재한다"며 "의원윤리 제고를 위해서는 윤리특위 설치를 의무화하고 의원들만의 제식구 감싸기나 정파적 대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민주주의 학습장으로"

 지방의회의 기능 강화와 의원들의 윤리적 비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주민 참여 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광역의회의 경우 권한이 더 많아져야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져야 유능한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권한을 늘리는 것이 맞다"면서 "그에 반해 기초의회는 권한 강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규모를 키우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공 교수는 "어떤 집단이든 권한이 많아지면 부패도 많아진다. 이는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로 개인의 재산사항이나 친인척관계 등이 직무와 연관되지 않도록 배제하는 법안을 통해 제한할 수 있다"며 "반면 기초의회에도 광역의회와 똑같은 권한을 준다면 서로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권한 강화보다는 주민들이 지금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명무실한 기초의회를 없애야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은 너무 시장주의적인 관점이고 오히려 문제를 회피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차라리 민주주의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 5개 구의회의 경우 동구의회 7명, 서구의회 13명, 남구의회 11명, 북구의회 20명, 광산구의회 17명 등 10명에서 20명 남짓의 구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공 교수에 따르면 기초의원의 수를 대폭 늘리고 실제 주민들이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단기간 돌아가면서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기초의회 자체를 주민들이 민주주의를 직접 학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공 교수는 "결론적으로 지방의회가 변화하려면 광역의원은 권한과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초의원은 철저하게 주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세비나 의정비용의 경우도 회의참석 수당 등으로 대체해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퇴근 후라도 모여서 지역 현안을 논의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당 공천 시스템 개선

 지방의원들의 공천을 담당하는 정당의 책임과 공천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대현 위민연구원장은 "기초의원들의 도덕성과 자질 문제가 항상 도마 위에 오르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품성이나 자질, 도덕성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정당의 공천 과정, 추천 과정이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현재 공천 과정을 보면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해당 정당의 선거를 돕거나 인맥을 통해 추천 인물이 거론되는 경우가 많고 이와 연계해 활동 또한 지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공천 과정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당 또한 문제가 생겼을 때 당직을 박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의회는 국회의원이나 중앙정부에서 벗어나서 실질적인 지역의 일꾼을 뽑는 형식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민 추천제라던지 시민위원회를 구성해서 지역 일꾼을 선정하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