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보안대 수사관의 생생한 5월의 증언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505보안대 수사관의 생생한 5월의 증언
5·18 가해자의 최초 양심선언
  • 입력 : 2020. 11.05(목) 14:34
  • 박상지 기자

5.18 광주항쟁 40주년 기념사업 시민추진위원회와 참가자들이 지난 5월 서울 여의대로에서 '전두환 사죄촉구 5.18 40주년 차량행진'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5.18 내란수괴 전두환

허장환 | 멘토프레스 | 2만원

5·18가해자로서 최초의 '양심선언'을 하기까지 39년 동안 사장됐던 허장환의 생생한 기록이 다시 세상밖으로 나왔다. 저자 허장환씨는 1980년 5·18 당시 내란수괴자로 몰리며 505 보안대에 끌려온 홍남기 변호사의 구명운동에 나섰다가 강제전역됐다. 이후 전북 진안고원을 비롯해 인천, 수원, 현재 거주지인 강원도 화천에 이르기까지 39년간 긴 은둔생활을 이어갔다. 저자는 1981년 8월 보안대에서 강제전역된 후 5·18의 기억이 희미해질 것을 우려해 매일 원고지를 메우는 것을 일상으로 삼았다. 500매에 이르는 1차 원고뭉치는 안기부에 빼앗겼고, 보안대에 끌려가 19일간 온갖 고문을 당했지만 5·18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저자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1988년 12월 6일 평민당사에서 김대중 총재를 비롯 기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광주사태 사전 조작 및 발포 책임자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라며 가해자로서 최초의 '양심선언'을 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때도 신변의 안전이 보장될 리 없었다. 저자를 비롯해 가족들까지 신변의 위협을 느꼈고 일본으로 피신했지만 다시금 광주의 실상을 어떻게든 기록하고 증언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결국 당시 재정리한 원고를 10년 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던 해인 1998년 5월, 광주에 있는 '그린디자인' 출판사에서 '비겁한 아버지는 될 수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당시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판매되자마자 당일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지만, 동서화합이 요구되는 정치 차원의 시점에 해를 끼친다는 명분으로 출간된 지 한 달도 안 돼 전국 서점의 진열대에서 전량 회수됐다.

'5·18 내란수괴 전두환'은 그로부터 22년 만에 재출간되는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진가가 훼손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박석무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씨는 "이제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현재 조사가 진행되는 5·18진상조사 특별위원회에서는 이 자료를 참고해서라도 발포명령자를 확정하고 숨겨진 진실들을 모두 밝혀내길 바란다"며 "학살자 편에 섰던 허 수사관이 불의를 숨기지 않고 용기 있게 폭로해준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정의의 편에 서서 더 명확한 진실이 밝혀지도록 적극 노력해주길 기대해 마지않는다"고 밝혔다.

저자는 아직도 5·18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독자들에게 명확히 알리고자 한다. 이 책 서두에 '발포'와 '사살'의 차이를 언급하며 '내란수괴 전두환이 살인죄를 피해 간 법리적 해석의 차이'에 대한 기술에 심혈을 기울인다. 또한 현재 5·18민주화운동의 시작점이던 보안사령부 광주지구 제505보안부대 복원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책에는 왜곡된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과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내용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2019년 5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용장(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 씨와 함께 '교차검증' 하면서 논란이 되었던 사건들, 즉 5·18 당시 전두환의 광주방문, 조작된 전남도청 독침 미수사건, 광주교도소 시체 암매장, 계엄군의 쌍방교전, 녹화사업의 전모, 5·18 편의대의 진실 등에 대해 5·18 당시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수사관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증언록이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5·18 진상규명을 위한 중요 자료들을 싣고 있는데 나의갑(전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장) 씨가 작성한 ''5·18 편의대' 정밀투시' 내용을 그대로 실어 전두환과 그 세력들이 어떻게 '편의대'를 운용하여 정권을 찬탈하는지 그 기록을 상세히 담고 있다. 책의 마지막 부록에까지 손을 놓아서는 안 될 이유가 충분히 담겨 있는 책이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