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23-2> 비대면 시대, 학교폭력도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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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23-2> 비대면 시대, 학교폭력도 진화한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가보니||초등생부터… 학폭 연령대 낮아져||온라인 수업에 사이버폭력으로 변질||"사고하는 아이 만드는 교육 필요해"
  • 입력 : 2021. 02.21(일) 18:01
  • 김해나 기자

(사)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광주센터 대학생 멘토링 정기모임에서 대학생 멘토와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원예 치료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사)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광주센터 제공

"학교폭력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트라우마는 피해 학생을 비롯해 부모에게도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계속해서 발생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확산·연장되며 학교 현장에서의 물리적 폭력은 줄었지만, 폭력은 사이버상에서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교육부의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0.9%다. 2019년 1.6%보다 0.7% 떨어진 수치다.

하지만 2020년 사이버 폭력피해 응답률은 12.3%로 2019년보다 3.4% 증가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물리적 폭력은 폭행, 폭언, 심리적 압박 등으로 다양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A양은 2년 동안 동급생인 남학생 두 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남학생 둘은 A양을 만나기만 하면 때리고, 부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A양을 괴롭혔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A양을 폭행했다.

A양은 학교폭력으로 인한 정신 질환 진단을 받았고, 남학생 두 명에겐 A양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가해 학생 중 한 명은 부모와 함께 피해 학생의 집을 찾아 사과했지만, 실질적 가해 행동을 한 B군은 합의를 요구하는 등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더욱이 B군은 심의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접근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A양의 집 주변을 맴돌았다.

결국 A양은 해당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열지 않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학교 안팎에서 이뤄지는 학교폭력에 이어 코로나19로 학교에 갈 일이 없어지자 SNS 등을 이용한 사이버 폭력도 늘어났다.

C양은 SNS에서 자신에 대한 '뒷담화'가 담긴 글을 발견했다. 가해 학생은 C양이 했던 말을 빗대 이른바 '저격 글'을 올렸지만, 특정 대상이 언급돼 있지 않아 증거는 불충분했다.

저격글을 올린 가해 학생은 "저격 글이 아니다. 개인 SNS에 글도 쓰지 못하느냐"고만 하고 또다시 C양에 대한 저격 글을 올렸다. 하지만 C양을 직접 지칭한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없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인 '위치 앱'을 사용한 폭력도 있다. GPS에 기반을 둔 위치 앱으로, 본인 주변에 있는 다른 학생들을 만나 '충동적인'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데 사용된다.

현재 많은 피해 학생들이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를 찾아 마음의 병을 고친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가족 치유서비스 △피해 학생·대학생 일대일 멘토링 △힐링가족캠프 △피해 학생 학부모 모임 등으로 피해 학생과 그의 가족들의 마음까지 돌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국 유일한 기숙형 대안학교인 해맑음센터를 운영하며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 대한 치유를 전담하고 있다.

황한이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광주센터장은 "학교폭력을 당했을 경우 경찰에 '신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선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혐의가 있든 없든 조사를 받아야 한다. 부모님 소환, 심의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되면 가해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 폭력은 캡처, 녹취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이버 폭력 역시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특히 성 문제) 경찰에 바로 신고하는 것이 좋다. 경찰이 사이버 폭력 자료를 삭제하기 위한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협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각 학교에서 시행 중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의무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 센터장은 "입시 중심의 교육이 아닌 '사고'하는 아이들을 만드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약해졌다. 이를 생활권 내에서 배울 수 있는 교육현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어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설령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그 폭행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9일 (사)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임직원과 각 센터장이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 전담 기관 직접 운영과 설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사)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광주센터 제공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