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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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주인 없는 가게'
박성원 디지털콘텐츠본부장 겸 경제부장
  • 입력 : 2021. 04.19(월) 17:07
  •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2000년대 들어 이른바 '양심가게'가 크게 늘어난 적이 있었다. 상점에 물건만 진열돼 있고, 주인이 없는 무인매장을 양심가게라고 불렀다. 고객 스스로 물건을 골라 구입한 뒤 가격표에 적힌 돈을 돈통에 넣고 가는 방식이다. 물건값 계산을 고객의 양심에 맡긴다는 의미에서 양심가게라는 이름이 붙었다.

초창기 양심가게는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농산물 판매를 위한 농민들의 아이디어에서 발전했다. 농사일은 바쁜데 일손은 없고, 그러니 가게를 지킬 사람이 없다보니 모험(?)삼아 무인매장 운영에 나섰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계산하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은 없었다. 주인이 고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자 기대 이상의 경제적 보상도 따라왔다. 팔린 물건과 물건값이 딱 들어맞거나, 오히려 거스름돈을 남기는 손님들도 있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양심가게 하면 장성군 북하면 신촌마을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5월 마을 구판장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은 뒤, 주민들이 생필품을 사러 멀리 읍까지 나가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만든 것이 무인 양심가게였다. 라면, 술 등의 물건과 함께 나무금고와 동전교환기를 설치해 주민들 스스로 물건값을 지불할 수 있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서로 믿고 사는' 신촌마을 주민들의 훈훈한 이야기는 언론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양심가게가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엔 '무인 스마트슈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슈퍼는 낮에는 유인으로, 심야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혼합형 무인점포다. 무인 출입장비, 무인 계산대, 보안시스템 등 스마트기술·장비 도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매장 형태다.

스마트슈퍼는 동네슈퍼들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 밀려 설 자리를 잃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동네슈퍼는 전국에 5만여 개가 운영 중으로 하루 16시간 이상 근무 등으로 업주들의 삶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 중기부는 무인 스마트슈퍼 전환을 통해 업주들의 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야간 무인 판매를 통해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사업 참여를 적극 권하고 있다.

'주인 없는 가게'의 새로운 형태인 무인 스마트슈퍼가 동네슈퍼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이고 골목상권도 살리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길 기대한다.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