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역사를 통해 본 인권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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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저항의 역사를 통해 본 인권의 진화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미술관 건립 중간보고전||오늘부터 저녁노을미술관서 '하의도에서 5월까지'||'하의도77항쟁' '암태도 소작쟁의' 등 200여점 전시
  • 입력 : 2021. 05.06(목) 16:38
  • 박상지 기자

'하의3도7.7항쟁도' 신안군 제공

홍성담 민중미술작가의 고향인 신안 하의도에는 현재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미술관' 건립이 추진중이다. 목판화를 통해 518의 실상을 알렸던 홍성담 작가는 지난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닭으로 풍자한 '세월오월' 작품을 출품하면서 민중과 저항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홍 작가의 고향인 하의3도(하의, 상태, 하태)는 조선후기부터 해방까지 360년간 주민들의 목숨을 건 토지 탈환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예술을 통해 저항과 시대의 아픔, 모순과 고난을 표출해 온 홍 작가와 농민들의 한이 서린 하의3도에 동아시아의 인권과 평화와 관련한 저항의 역사를 담는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미술관'이 건립되는 이유다. 현재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미술관'은 건립을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건축디자인이 확정됐다.

미술관 소장품과 콘텐츠 마련엔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미술관 건립을 위한 문화예술공장'(이하 예술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예술공장'에서는 홍성담작가를 비롯한 신의도 출신 전정호 작가와 일군의 예술가들이 미술관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예술공장에서 제작되는 모든 작품은 '동아시아의 인권과 평화를 위한 미술관' 소장작품으로 혹은 아카이브로 활용된다. 그동안 예술공장에서 제작된 주요 콘텐츠로는 '하의 3도 7.7항쟁도. 캔버스에 아크릴, 260×970㎝, 2021' '암태도 1923. 캔버스에 아크릴, 230×800㎝, 2020~2021' 2점이 완성됐다.대표작 외에도 현장 답사와 자료연구를 통해 현장풍경과 인물, 사건에 관한 드로잉 200여점도 제작됐다.

7일부터 내달 27일까지 신안 저녁노을미술관에 '하의3도 7·7항쟁도'와 '암태도 1923' 등을 비롯한 2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미술관 건립 중간보고전'으로 마련된 전시의 주제는 '하의도에서 5월까지.'

'예술공장'과 '생명평화미술행동'이 공동기획한 전시로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미술관'의 향후 운영 방향을 엿볼수 있는 자리다. 전시의 중심에는 '하의3도7·7항쟁도'와 '암태도 1923' 두 점의 작품이 있다. 두 작품은 1623년(인조원년) 정명공주의 결혼으로부터 비롯된 하의 3도 토지분쟁이 농민의 품으로 돌아가 2005년 대한민국 신안군 토지대장에 기록되기까지 382년 동안 지속된 농민들의 대를 이은 끈질긴 저항과 항쟁, 인내의 역사를 담았다. 10m 규모의 대작으로 작품제작을 위해 밑그림으로 그려진 드로잉만 200여점에 달한다. '예술공장' 일원으로 작품제작에 참여한 전정호작가는 수년 전 부터 하의도 7·7항쟁에 관련된 판화를 제작해 2021년 현재 총 37점을 완성했다. 이 판화 작품들은 '하의3도7·7항쟁도'의 구성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에서는 판화 연작 중 18점도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미술관' 건립을 위해 그동안 진행된 세미나와 정책토론 자료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참고한 인문 자료와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미술관' 건축디자인 역시 만나 볼 수 있다.

중간보고전에는 '광주 오월의 문, 윤상원의 눈'도 함께 전시된다. 5·18광주민중항쟁을 기록한 대형 걸개그림인 이 작품은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중심으로 80년 5·18 민주항쟁 당시 사건과 실존 인물들이 상징적으로 그려져있다. 2000년 제 3회 광주비엔날레 '人+間 인권과 예술 특별전'에 출품됐던 작품으로 홍성담 작가를 비롯한 광주시각매체연구회에서 소속 예술가(홍성담, 전정호, 백은일, 전상보, 홍성민 박광수)에 의해 밤낮없는 두 달에 걸쳐 제작됐다.

박우량 신안 군수는 "국내외 대다수 공공 미술관이 미술관 건축 이후에야 전시와 소장작품 구입을 계획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신안군의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 미술관'은 미술관 계획부터 미술관의 정체성과 운영방향 소장품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드문 사례"라며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 미술관'은 신안의 과거 역사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 지향적인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태도 1923'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