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34-1> 5·18민주화운동 광주 넘어 세계 민주주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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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34-1> 5·18민주화운동 광주 넘어 세계 민주주의 '씨앗'
민주화 현장 곳곳에 울려퍼지는||5·18의 상징 ‘임을 위한 행진곡’||민주주의 쟁취 5·18 '승리의 역사 '||태국·홍콩·미얀마엔 '희망 언어'
  • 입력 : 2021. 05.17(월) 17:13
  • 홍성장 기자
광주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닷새 앞 둔 1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유족과 전남 함평군 공무원이 518마리의 추모나비를 날리고 있다. 뉴시스
5·18민주화운동은 국가 폭력에 신음하는 국가들에는 이젠 '희망의 언어'다. 5·18은 그들에게 민주화를 꿈꾸게 했고, 5·18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들의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불러지고 있다. 홍콩 민주화 투쟁이 그랬고 태국 민주화 운동,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미얀마 군부독재 반대 투쟁이 그렇다. 5·18이 세계 민주화의 '씨앗'이 된 셈이다.

먼저 2019년 홍콩 민주화시위와 5·18이다. 당시 민주화를 바랐던 홍콩 시민들은 '39년 전 광주'를 이야기 했다. 그해 10월16일 '홍콩 시위 지지 촉구를 위한 입장문'이다.

'한국은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과 같은 민주화의 값진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광주 민주화운동은 외신기자들의 소식을 통하여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촉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과 지지는 군부독재가 말하였던 '광주폭동'을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기억하게 하였고 독재자의 정당성을 잃게 하였습니다. 오늘의 홍콩은 39년 전 광주가 되었습니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던 조슈아 윙은 "문화와 배경은 달라도 1980년 광주의 경험이 홍콩 민주화 투쟁을 계속하게 하는 힘을 준다"고 했다.

태국 민주화운동도 5·18민주화운동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지난해 10월 5·18기념재단이 낸 성명의 일부다. '흰 리본과 세손가락 경례를 한 이들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향한 열망의 몸짓은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젊은이들을 소환하고 있다.' 태국 경찰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위자 21명을 체포한 데 대해 규탄하는 성명이었다.

체포된 21명의 청년 중에는 5·18기념재단으로부터 광주인권상을 수상한 인권활동가가 포함됐다.2 017년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자투팟(Jatupat)이다. 올해 광주인권상을 받는 이도 태국 군부 쿠데타에 저항한 인권활동가를 변론하는 아논 남파 변호사다. 태국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곳곳이다. 정의당은 '국제연대 토론회' 등을 통해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광주가 함께하고 있는 미얀마 민주화운동도 그렇다. 2009년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민 꼬 나잉씨는 "한국의 5·18민주화운동이 큰 교훈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편지를 5·18기념재단에 보내왔다. 그는 "5·18 당시 투쟁했던 한국 친구들이 주먹을 들어 투쟁가를 다시 부르고 깃발을 높이 드는 것을 보면서…군사세력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모아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미얀마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광주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우리들'만의 생각은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의 민주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화를 쟁취함으로써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후에 필리핀, 타이,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한국의 뒤를 따르고자 다양한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유네스코가 ' 5·18기록물을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이유다.

미국 웬트워스 공대의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이 독재 통치에서 민주화로 가는 역사적인 과정이었으며, 그 에너지가 전 세계로 퍼져 가고 있다고 했다.

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최근 미얀마, 태국, 홍콩에서의 민주주의 시위가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닮아있다며 각각의 시위에서 5·18광주항쟁을 기리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광둥어와 버마어로 번역돼 불리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5·18과 광주는 그들에게 '희망의 언어'이다"고 했다. 김 교수는 "광주도 똑같이 국가 폭력에 의해 억압을 당했지만 저항했고 결국엔 민주주의를 이뤘다"면서 "미얀마와 홍콩, 태국민들의 입장에선 80년 5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은 위로가 되고 또 하나의 나침반, 그리고 희망의 언어가 되는 이유"라고 했다.

또 "군부독재, 외세침입 등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대한민국이지만, 광주 5·18을 기점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다"며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견뎌내니까 민주주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그들에게는 훨씬 더 큰 울림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