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 도입 요구한 지 20년째… 여전한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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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저상버스 도입 요구한 지 20년째… 여전한 차별"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깜짝 집회 ||금남로 3시간 점거로 도로 마비 ||경찰 50여명 투입 자진해산 요청 ||버스 우회 시민 불편 초래하기도
  • 입력 : 2021. 05.19(수) 17:33
  • 도선인 기자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5·18민주광장 옆 금남로 도로를 점거하고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5·18민주광장 옆 금남로 도로를 점거하고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주장했다.

오후 2시부터 3시간 가량 이어진 갑작스러운 도로점거 상황에 도로가 마비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9일 광주 동부경찰 등에 따르면 해당 집회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60여 명이 참여했으며 △시혜법안 '장애인복지법'에서 권리법안 '장애인권리보장법'으로 전환 △근로능력 개념 철폐 및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개정 △저상버스 100% 도입을 위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휠체어를 탄 채 탈 수 없는 계단버스에 몸을 묶고 버스 위로 올라가 점거하는 등의 다소 과격한 퍼포먼스를 이어나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휠체어를 탄 채 탈 수없는 계단버스에 쇠사슬을 묶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외친 오월정신의 의미를 살리고자 5·18민주화운동의 성지인 옛 전남도청 앞 도로에서 퍼포먼스를 준비한 것"이라면서 "시민불편은 미안한 일이지만, 보통의 방식으로는 들어주지 않는다. 장애인을 다루는 행정이나 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필요한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미화 전남 공동대표는 "금남로는 41년 전 광주시민들이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의 시작을 만든 곳이다"면서도 "장애인들에게 민주주의는 아직 먼 일이다. 여전히 장애인들의 권리 주체가 아닌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존재로 취급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월정신은 '산자여 따르라'고 말하지만, 장애인들은 따를 수 없다"며 "장애인들에게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년간 그렇게 저상버스를 도입하라 외쳤는데 여기서 통행이 막힌 버스 모두 계단버스다"고 말했다.

3시간가량 이어진 집회에 금남로를 노선에 둔 시내버스는 우회를 결정하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도로 선두에 있던 버스 6대는 우회도 후진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버스기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급하게 경찰인력 50여 명이 투입됐으며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 방송으로 자진해산을 요청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동부서 관계자는 "집회신고가 된 것은 맞지만 도로를 점거하는 상황은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며 "최대한 빨리 교통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집회자들을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버스기사 박모 씨는 "도로가 통제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보고 받은 것이 없다. 갑작스러운 상황때문에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우회 안내를 했었다"면서 "집회 하는 내용이야 이해가 되지만 타인에게 불법으로 피해를 주는 것은 공감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버스기사 홍경표 씨는 "집회를 한다고는 들었는데, 그 정도일지는 몰랐었다. 우회를 해야 하는데 바로 앞에서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갇혀 있었다"며 "상황이 길어지니 승객들도 도중에 내렸지만 좋은 마음으로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시간가량 5·18민주광장 옆 금남로를 점거하는 등 도로교통법 등을 위반해 자진 해산을 권고했으며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불법행위 등 검토 후, 형사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라 밝혔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