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참사와 PT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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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학동참사와 PTSD
  • 입력 : 2021. 06.24(목) 16:34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사진
"14년간 119구조대원으로 일하면서 이런 참혹한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지난달 9일 광주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사업장에서 철거하던 건물이 무너져 정차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참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광주동부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김영조(45)소방장의 체험담이다. '말문이 막혔다'는 그의 말에서 충격의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사고가 이날 오후 4시 22분께 발생했는데, 사고 장면을 담은 영상물이 사고 발생 1시간도 못돼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유포됐으니 사고 참상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이처럼 과학·기술 발달로 지구상 대형 참사는 거의 생중계되다시피 공유되고 있어 또다른 후유증을 유발하고 있다.아직도 시내버스가 무너지는 건물 더미에 깔리면서 먼지속으로 파묻히는 모습이 선연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번 참사로 인해 시내버스 이용을 주저하거나 공사장을 알리는 가림막이나 펜스만 봐도 무너질까봐 겁이나 돌아가는 사람이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과거에는 전문적인 용어이었겠지만 지금은 통용어가 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외상(트라우마)은 충격적인 사건·사건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신체적 증상들로 이뤄진 증후군을 말한다.'상처'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유래했다한다. 트라우마 발생 범위는 사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다. 사고 희생자의 가족, 사고를 직관했거나 유트브와 TV를 통해 영상물을 관람한 사람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는 7년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때 전 국민이 집단적 트라우마를 경험한 바 있어 설명이 필요없을 게다. 트라우마는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이 많으며 이러한 이미지가 장기 기억된다는 특징이 있어,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때 불안해지거나 심한 감정적 동요를 겪는다고 전문가들은 작동 기제를 설명하고 있다. 하여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학동 사고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PTSD를 덜 겪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위험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은 늘 대형 참사에 노출되고 이로 인한 PTSD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 국민 안전과 건강을 챙겨야 할 국가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는 대형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이번 학동 참사도 기존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채 철거 공사가 이뤄진 탓으로 인재(人災)였다.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이 매뉴얼을 생활화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관리 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