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투표 캠페인> "우리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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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투표 캠페인> "우리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통치권자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요청하는 날입니다.
  • 입력 : 2022. 03.08(화) 18:30
  • 편집에디터

1985년 2월8일 김포공항 도로변의 김대중 귀국 환영 인파 속에 한 시민이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을 들고 오른손으로 승리를 상징하는 'V'자를 그린 모습. 전민조 전 동아일보 기자 제공

1985년 2월8일, 그날은 미국으로 추방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 땅에 발을 딛는 날이었습니다. 이미 전두환 정권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내란음모죄로 20년형의 선고를 내린 상태였고, 귀국하면 즉시 감옥으로 이송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더욱 두려웠던 것은 그로부터 한 해 반 전인 1983년 8월21일 필리핀에서 벌어진 비극적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민주화의 상징 아퀴노 야당 의원이 공항에 도착해 트랩을 내려오자 마자 마로코스 정권에서 그를 살해했습니다. TV에서 그 비극적인 상황을 생생하게 지켜본 우리는 똑같은 일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벌어질까봐 전전긍긍했습니다. 만약 피살과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다음에 펼쳐질 재앙은 불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국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안위를 걱정했던 것은 그 분이 시대정신의 표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의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국민의 마음 속에 집단적으로 각인된 한 시대를 상징하는 푯대입니다. 당시의 시대정신은 '민주화'였기에 그 세 글자가 그렇게 절실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 때 인간 김대중을 통해 시대정신을 만났습니다. "모든 국민 개개인이 민주화되는 것이 국가의 민주화를 뜻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벽보.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김양배 기자

오늘 우리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맞이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피로도가 높습니다. 최선도 차선도 아닌 차악을 뽑아야 한다는 자괴감의 소리도 높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후보대결로 좁혀진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는 '정권재창출 vs 정권교체'의 프레임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합니다. 사실 그 이분법이 그렇게 중요한 사안일까요. 통치권자가 바뀌면, 그 사람이 어느 진영 출신이건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는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이 잘 진행되어온 정책은 이어가고 잘못된 것은 과감히 도려내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형성하는 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사회가 4.0의 패러다임을 탑재하고 있는데, 여전히 진보냐 보수냐의 1.0 잣대를 들이대는 정치 생태계에 진지한 성찰을 던져야 합니다. 모든 정당은 진보정당입니다. 퇴보하기 위해 국정을 운영하는 정당이 세상에 있을까요? 다만 속도와 태도의 차이가 있겠지요. 점진적 개혁을 이끄느냐,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거느냐의 차이일 것입니다. 정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국민과 소통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판단은 국민이 합니다. 진보냐 보수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정의'에 뿌리내리되 '상식'으로 구동되는 정책, 그런 정책을 펼칠 대통령을 뽑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갈라치기로부터 탈피해야 합니다. 국민의 너무 큰 감정소모를 가져오는 정치과잉으로 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시대의 정신을 바꿀, 그래서 새로운 시대정신을 보여줄 대통령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절실한 시대정신은 '지속가능'입니다. 환경오염, 바이러스 공포, 실업, 가중되는 양극화, 지역소멸 등 지속가능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널렸습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제일 높고 출산율은 제일 낮습니다. 현재도 힘들고 미래도 두렵단 증거겠죠. 지속가능의 시대정신을 구체적으로 구현할 정책은 다음 세 가지에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당연히 환경입니다. 이미 지구의 시계는 2050년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때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하면 지구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과학적 팩트에 근거한 예측이 나온지 오랩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 뿐만 아니라 지구와 인류전체의 미래를 결정짓습니다. 두번째는 포용력입니다. 대한민국 사회의 포용력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욱 심화되는 양극화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에 집중돼야 합니다. 작년 7월2일 대한민국은 스위스 제네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본부에서 열린 제68차 회의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됐습니다. 인권평등, 젠더평등, 난민과 국외 노동자의 인권 보호 등에 대해 효력을 발생시키는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더불어 고질화된 계층간, 지역간 갈등 해소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대한민국에 똘레랑스가 존재하는가?'란 질문에 선뜻 '네!'라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100만명에 가까운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의 포용력을 우리가 가질 수 있을까요? 독일 총리 메르켈의 결단은 독일의 이미지를 학살의 나라에서 인도주의 국가로 변화시켰습니다. 세번째는 지속가능 생존의 기본인 성장입니다. AI가 접목된 새로운 산업 창출과 안정적 고용이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시생이 40만명이 넘는 사회를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할까요. 특히 광주전남지역처럼 지역소멸이 화두가 되는 곳에서는 농업, 어업, 상공업, 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적정기술과 첨단기술이 접목된 획기적인 성장의 정책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국민을 결집할 시대정신을 보여준 통치자는 사실 없었습니다. 불안과 갈등의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은 환경, 포용, 성장의 세 가지 시대정신을 구현할 20대 대통령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누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던, 이러한 시대정신을 구현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오늘이 지나면 한 낮에 붕붕대던 네거티브 독설과 어퍼컷, 발차기도 잊혀질 것입니다. 세상이 한없이 가벼워졌다고 하지만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시대정신입니다. 말을 타고 독일로 진군해 오는 나폴레옹을 보고 철학자 헤겔은 말했습니다. "저기 시대정신이 온다!" 봉건적 전제주의의 독일에 근대적 시민사회를 전파할 시대정신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