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 3> 신안 전체가 갯벌 생태 천국, 원시가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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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 3> 신안 전체가 갯벌 생태 천국, 원시가 숨쉰다
신안군 전역으로 유산구역 85%||펄갯벌·혼합갯벌·염습지 등 발달||동식물 2150종 온대 생태계보고||지역별 다양하게 생태환경 관리||저서동물서식 한국 갯벌의 86%||희귀 철새 이동로로 세계적 관심
  • 입력 : 2022. 06.26(일) 15:25
  • 이용규 기자

신안갯벌은 2100여종의 다양한 해양 생물 서식으로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압해도 갯벌위에서 주민들이 낙지잡이와 바지락을 캐고 있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오전 9시가 되니 물이 써기 시작했다. 방파제 앞까지 꽉 차있었던 바닷물이 빠지는 것이 확연했다. 물이 빠지자 바다속의 속살도 드러났다. 굴, 바지락 양식장, 콘크리트는 녹아내리고 철근만 남은 노두길도 보였다. 저멀리 갯벌위에도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들이 언제 바다에 들어갔을까?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다.

자연의 시계에 정확성과 어로 작업이 가능한 물때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어민들의 부지런함에 놀라웠다. 지난 18일 압해읍 수락 무지개마을회관앞 갯벌위 풍경이다.

압해도는 신안갯벌에서 넓은 면적으로 주요 영역이다. 면사무소에서 세운 홍보 아치탑에서 말하듯 청정지역이고 뻘낙지와 지주김의 고장이다. 갯벌에 세운 지주를 발로 연결해 생산하는 지주김은 자라는 내내 바닷물속에 잠겨있는 부류식과는 다르다. 김 때깔은 거무틔틔하나 맛에서는 부류식보다 뛰어나 김의 MSG로 통한다. 부류식 김을 가공할 때 지주식 물김이 혼합돼야 맛을 낼수 있다는 것이다.

무지개마을 어촌계장을 지낸 김종광씨는 "우리마을은 25가구이고 70여명이 지주김과 낙지잡이, 바지락 캐기 등으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갯벌은 우리들의 삶의 생명줄과도 같다"고 했다.

압해도에서 낙지도 주요 수산물의 하나다. 낙지를 잡는 방법으로는 어구인 가래를 이용하거나 야행성인 낙지의 특성을 이용해 횃불을 놓아 잡기도 한다. 신안군에서 잡는 낙지량이 연간 600톤인데, 주민들은 성수기에 통상 40~50마리씩 잡는다. 지난 20일부터 앞으로 한달간 낙지 금어기에 들어가 당분간 갯벌 낙지를 잡는 모습은 볼 수없지만, 수산자원 보전 차원에서 지역주민들의 협조가 중요한 대목이다. 이날 가래 낙지잡이에 나선 강민구씨는 "낙지잡기는 맨손 어업이고 낙지굴을 파는 요령들이 뒤따라야 하기에 쉽지는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압해도 무지개마을 강민구씨 모자가 갯벌에서 잡은 잡은 낙지와 고둥을 보여주고 있다. 섬갯벌연구소제공

신안 갯벌은 세계자연유산 등재 과정에서 역할이 컸다. 눈에 띄는 것은 압도적 갯벌 면적이다. 유산에 포함된 신안갯벌의 면적은 1100.86㎢로 전체 유산구역 중 85%를 차지한다. 광활한 신안갯벌은 857개의 섬 사이를 지나는 크고 작은 조수로와 섬들을 둘러싸고 발달했다. 최대 40m 이상의 깊이인 펄갯벌을 비롯해 혼합갯벌, 모래갯벌, 암반갯벌, 염습지 등이 관찰돼 세계적으로 독특한 지질학적 특징을 보여준다. 펄갯벌의 경우 목포에서부터 도초도와 비금도에 이르는 갯골 양쪽에 발달했다.

신안갯벌은 한반도 서남해안을 따라 여러 지역에 퍼져 있고, 차이는 있으나 갯벌습지보호구역, 람사르습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으로 지정돼 청정성과 생태보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신안갯벌이 첫 손가락으로 꼽는 자랑거리는 높은 종다양성이다. 해양생태계에서는 1610종의 동식물, 육상 생태계에서는 540종의 동식물 등 전체 2150종에 달하는 식물과 동물이 서식, 온대역 생태계에서 가장높은 종다양성을 보여준다. 먹이 사슬과 원활한 에너지흐름의 영향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자. 1차 생산자인 농게, 갯지렁이류, 조개류, 고둥류 등과 같은 저서 규조류는 갯벌과 연안 해역의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먹이사슬의 토대다.

최상의 포식자인 낙지를 비롯한 대형 저서동물은 총 857종이 출현한다. 이 규모는 한국 전체 갯벌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형 저서동물의 86%에 해당된다.

압권은 2009년 5월 유네스코는 도초, 비금, 칠발도, 흑산도, 홍도, 증도 등 모두 573.12㎢의 육지 갯벌 해면을 신안 다도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

신안 전역이 보전 가치가 있는 지역임을 공표한 점이다. 음푹 패인 바다 수로인 갯골사이로 활보하고 있는 농게와 짱둥어, 칠게, 망둥어들은 하찮은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신안갯벌의 청정성을 대변하고 있는 귀한 존재이다. 갯벌 생물의 환경지표인 풍부한 대형 저서동물의 서식은 신안 갯벌의 단골 손님인 도요떼 등 많은 철새들을 부르고 있는 요인이다.

비금도 갯벌 풍경. 신안군 제공

압해도를 비롯한 신안갯벌 일대에는 매년 14종의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적색 목록종을 포함해 총 90종, 5만4000여마리 철새들이 찾아온다. 특히 전세계 주요 3대 철새 이동 경로의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에 멸종 우려종 및 준위협 물새종이 33종 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새들은 장거리 이동을 위해 중간 기착지인 신안갯벌에서 단백질 등을 충분히 섭취해 평균 체중을 두배까지 증가시킨다. 지도와 증도 갯벌에 펼쳐진 녹색 붉은색 등 형형색색의 염생식물도 때가 되면 장관이다.

신안군 갯벌 현황. 전남도 제공

통상 짠물에서는 식물이 살아가기 어렵지만 염생식물의 생존은 신비롭다. 소금기를 지닌 염생식물은 총 54종으로, 전통 세계 식생대를 대표하는 염생 식물 종들이 대부분 자란다. 해안 사구에 생육하는 갯방풍과 갯벌에 생육하는 칠면초 등이 대표적이다. 칠면초는 한해살이풀로 봄에는 녹색이고, 가을에는 몸전체가 붉은색으로 변하고 8,9월이 되면 녹색으로 꽃이핀다. 녹색빛을 띠는 꽃은 점차 붉게 변한다. 퉁퉁마디는 원기둥 형태의 줄기와 퇴화한 비늘잎이 위로 자라는 식물이다. 염생식물은 한때 소금 생산에 방해되는 잡초로 인식돼 홀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염생식물의 기능이 부각되면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주요 기능은 질산염과 인산염 흡수를 통해 갯벌 주변 해역의 적조 발생을 방지하고 생태계의 에너지 순환과정을 완성한다. 신안갯벌에서의 염습지 식생은 육상,갯벌, 해양의 생태계 완전성에 기여한다.

신안 갯벌에만 서식하는 해양 생물 고유종은 47종이다. 특히눈길을 끄는 것은 신안갯벌 주변에는 상쾡이가 출현, 눈길을 끈다. 상쾡이는 IUCN 적색 목록 취약종에 속하는데, 비금도와 도초도 일대 연안에서 발견된다.

신안 갯벌에서 잘발달한 염생식물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신안군 제공

이 일대에 3만50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도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 수달도 염습지에서 자주 목격된다. 신안갯벌은 1917년 농지 및 염전 조성을 위해 안좌도 일대 682.27㏊ 갯벌이 첫 간척된 이후 소규모 농경지 확보와 노두길 설치를 위한 간척으로 훼손을 겪기도 했다. 갯벌의 공익적 가치가 커지면서 신안갯벌의 중요성은 탄소중립시대 세계적 핫플레이스로 부각되고 있는 것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신안갯벌은 기존의 차원을 넘어선 생태관광지로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전남도와 신안군이 이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등재를 계기로 세계속으로 신안 갯벌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어 그 비상의 날개가 궁금하다.

이용규 선임기자

전남 시군 갯벌(단위:㎢.%)

시군명=면적=비율

계=1053.7=100

목포=4.2=0.4

여수=28.7=2.7

순천=29.1=2.8

광양=14.8=1.4

고흥=81.2=7.7

보성=42.4=4

장흥=26.2=2.5

시군명=면적=비율

강진=28.3=2.7

해남=69.7=6.6

무안=151.6=14.4

함평=20.2=1.9

영광=147.9=14

완도=47.7=4.5

진도=22.7=2.2

신안=339=32.2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