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이미경> '자립이 고립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문화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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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향기·이미경> '자립이 고립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문화 만들자
이미경 광주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협의회장
  • 입력 : 2022. 09.27(화) 13:13
  • 편집에디터
이미경 협의회장
언제부턴지 간간히 들려오는 슬픈 소식에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잰걸음을 걸어 본다. 한순간의 관심이나 가십거리가 아닌 정말 이번에야말로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아이들. 아예 부모가 없는 아이들. 생활시설에서 자라면서 어른아이가 되어 버린 우리의 아이들을 지켜내야한다.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나는 아직 돌봄이 필요한데…" 라는 말을 남기고 생을 등진 아이.

얼마 전 일어난 사고 소식에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보육원에서 자란 친구가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어떤 이는 젊은 사람이 그것도 못 이겨내고 자살을 하느냐? 나약하다고 꾸짖기 조차하였다. 과연 그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했을까? 아직 돌봄도 필요하고 의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만18세가 되면 보호종료로 시설을 나와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 대학생이 되거나 직장을 찾아 사회로 진출하는 경우에 지원금 1000만원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다행히 광주에서는 도시공사와 LH가 협력해 주거를 지원하고 있다. 과연 주거만 지원해 준다고 독립된 생활이 가능할까? 자립지원을 위해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 지지자가 필요하다. 각자 상황은 다르지만 일단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시설에서 생활하는 경우 고립감과 분리불안을 어릴때부터 경험하고 내면에 잠재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아팠던 시간 만큼 치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립을 준비하는데 함께 해줄 가족 같은 멘토가 필요하겠다. 경제관념에 관한 교육도 체계적으로 필요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끝까지 힘을 잃지 않게 지지해주는 사람이 더욱 필요하다.

자립준비청년은 지난 5년동안 1만2000명으로 해마다 2400명 정도가 자립하지만 이 중 절반은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고 한다. 손잡아 줄 어른이 그립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야 할 전담인력은 88명으로 전담선생님 1명이 142명을 관리해야 한다. 어떤 친구들은 이사할 때 딱 한번 오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표현한다. 영국은 자립할 때 개인상담사를 지정하여 두달에 한 번 이상 만나고 집을 옮기면 일주일 안에 방문을 한다고 한다. 자립준비청년정책의 핵심은 지역사회와 유대, 정서적 지원 제공이다.

당황스러운 것은 "숨진 보육원출신 대학생, 자립지원금 1165만원 알지 못했다"는 기사였다. 디딤씨앗통장 사업은 취약계층 아동의 사회진출에 필요한 초기비용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아동이 입금한 금액의 2배를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것으로 18세 이상이면 학자금 지원, 주거비용 마련등을 위해 찾아갈 수 있으며 24세 이상이면 조건없이 찾아갈 수 있다. 그런데 만기가 지났음에도 찾아가지 않는 적립금은 무려 1814억원에 이르고 대상인원도 4만 5217명이란다.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이 없다는 점과 통장명의가 보호종료아동의 명의가 아닌 지자체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 원인이라고 한다.

통장사용방식 개선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몇 년 전 지자체에 가서 싸우다 시피해서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줬던 기억이 난다.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당장 오갈 데가 없는데도 원칙상 해줄 수 없다고 했을 때의 황당함을 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을 위한 법과 제도가 확립되어야 하겠다. 다행히 전남일보 26일자 '일주 이슈'로 '자립준비청소년들의 암담한 현실'이라는 주제로 기획기사가 눈길을 끈다. 선진국 사례와 지금 준비되고 있는 상황, 발전방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줬다. 몸도 마음도 준비되지 않는 자립은 오히려 벼랑으로 내몰 수 있다는 현실을 알고 보다 적극적인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야 하겠다.

오랫동안 준비한 '가족만들기 멘토링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많은 이들이 뜻을 모아 주고 있어 힘이 난다.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 형이 되주고 누나, 언니가 돼줄 것이다. 다시는 이땅에 고립돼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다. 지난 추석전 날 방문했던 그룹홈의 천진한 눈망울의 아이가 좌절하지 않도록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