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그리면 오리가 되뿌러.딸들도 내그림 보고 잘그린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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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닭을 그리면 오리가 되뿌러.딸들도 내그림 보고 잘그린다하네"
롯데갤러리 오늘부터 내달 3일까지 ‘엄마의 뜰’전 ||구례 하사마을 어머니 18명 그림일기 110여점 선봬||오치근·박나리 부부 3년간 진행 그림책 프로젝트결과물
  • 입력 : 2019. 05.01(수) 16:35
  • 이기수 기자
김순복 작 공기놀이
 "닭을 그리면 오리가 되뿌러.딸들도 내그림 보고 잘그린다하네"

 우리네 60~80대 어르신들이 마디 마디가 굵어 고목나무처럼 투박해진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쉽게 들을 수 있는 반응이다.

  하얀도화지위에 비툴 비툴 서툰 그림속에 생의 소중한 장면이 오롯이 담겨있어 그림을 감상하면서 저절로 소리없는 웃음과 애잔한 감정이 교차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특별한 전시회가 마련된다.

 롯데갤러리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3일부터 6월 3일까지 한달간 구례 하사마을 어머니들의 그림일기를 전시하는 '엄마의 뜰'전을 연다.

.이 전시는 그림책 작가이자 화가인 오치근, 박나리 부부가 지리산씨협동조합과 구례 하사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지난 3년간 진행한 그림책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윗 세대 어르신들의 생애사 아카이브 구축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많게는 여든 여덟, 적게는 예순 살 드신 어머니들 18명이 그린 작품 110여점을 만날수 있다. 이번 전시 참여 어르신은 김귀순(유동댁), 김동순(한동댁). 김복순(강실댁), 김숙자(마산댁), 김순복(대동댁), 김점례(월국댁),김종례(오봉댁), 문승영(월전댁), 박복임(서울댁), 유정순(바들댁), 이정님(사동댁), 임봉덕(회전댁), 정경숙(순천댁), 정도님(봉동댁), 정쌍이(날몰댁), 조봉엽(근동댁), 故 조순복(학동댁), 주길자(여수댁) 등이다.

 전시는 어머니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섬진강 건너 배를 타고 시집 온 월전댁, 신랑이 월급 받아 사온 마마밥솥, 우리 아이 다섯과 함께 조카 셋까지 도합 여덟 개의 도시락을 쌌던 그 때, 꽃무릇 앞에 선 어릴 때 우리 딸, 오리에 먹이를 주는 예쁜 손녀, 공기놀이와 소꿉놀이 하던 유년시절, 교복 입고 소풍을 갔던 중학교 여학생,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좋아했던 우리 애인, 힘들었던 전봇대 공장, 많이도 울었던 큰 아들 졸업식까지, 그저 일상이었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지난날들이 한 장 한 장의 그림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어머니들이 수필처럼 그려낸 그림 속에는 특별한 어떤 이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어머니,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쉰다.

 어르신 그림책 프로그램을 추진한 오치근·박나리 부부는 "온몸으로 살아오신 이야기가 글 잘 쓰는 시인의 시 보다도 더 진하게 그림으로 표현되어져, 목울대가 차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소감을 밝혔다.

 이 부부 말 그대로 이번 전시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가정의 달, 어르신 세대에 새삼 존경의 마음을 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전시의 이벤트 중 하나로 어머니들의 원화를 소재로 한 아트상품과 프린트화를 한정 수량 판매한다.

화엄사, 사성암, 수락폭포, 쌍산재, 운조루 등 제시된 구례명소에서 '셀피(자기 자신을 찍은 사진)'를 인증한 관람객에게 아트상품 파우치를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