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자연의 해방… 작품이 된 '에코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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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여성과 자연의 해방… 작품이 된 '에코페미니즘'
광주여성재단, 'F의 공존' 조성숙·김자이·최송아 참여||여성과 환경 동일 선상에… 내년 1월31일까지 전시||
  • 입력 : 2019. 11.10(일) 17:05
  • 최황지 기자

조성숙 작가의 '예술가의 샘'은 마르셀 뒤샹의 '샘'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광주여성재단 제공

남성 소변기에 푸르른 폭포수가 흘러내리고 수면에는 초록빛을 띈 풀과 꽃들이 쭉쭉 뻗어있다. 현대 예술의 창시자 마르셀 뒤샹의 대표작인 '샘'이 생명력을 가득 담은 작품으로 재해석됐다. 뒤샹의 소변기가 현대 미술을 태동하게 하는 시초가 됐다면 조성숙 작가의 '예술가의 샘' 속 소변기는 남성 중심 사고방식을 전복시킴과 동시에 여성과 자연은 만물의 근원이 된다.

1970년대 서부 유럽에선 생태학(Ecology)과 여성주의(Feminism)를 결합시킨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생태여성주의)이 주창됐다. 여성과 자연이 기존의 사회 질서 내에서 수동적·억압적 대상으로 지배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기본 전제로, 여성·환경문제를 동일 선상에 놓는 게 핵심이다. 에코페미니즘의 유토피아는 억압된 존재들이 모두 해방돼 공존할 수 있는 사회, 즉 '에코토피아'다.

광주여성재단은 에코페미니즘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모색하는 전시인 'F의 공존'을 내년 1월 31일까지 광주여성재단 8층 여성전시관에서 펼친다.

광주여성재단의 기획전시 공모전에 선정된 이 전시는 여성(Female)·자연(Forest)·타자(Failure)의 이름으로 억압된 존재을 'F'라 칭하고 이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모색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 세 명은 조성숙, 김자이, 최송아 작가다. 광주를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는 '여성성'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됐던 억압을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해방의 과정을 회화와 설치 작품으로 각각 표현했다.

먼저 조성숙 작가는 생생한 자연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았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작가가 취하는 화법은 황폐화된 자연 환경에 대한 고발이 아니다. 그의 화폭에서 자연은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품 속 요소들은 환경이 아닌 자연, 가축이 아닌 동물, 화훼가 아닌 식물, 새장이 아닌 둥지 등으로 묘사되며 생명력을 가진 구성원이 된다. 그는 인간에 의해 훼손 되지 않은 자연을 표현하며 생명의 존엄함을 역설한다.

이번 전시에서 조 작가는 '예술가의 샘', '자연의 빛'을 관람객들에게 처음 공개한다. 자연과 인간의 화합을 말하는 에코토피아의 세계를 그려낸 작품이다.

조 작가는 전남대 예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외 14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고 현재 광주교육대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칭다오와 광저우 등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전시를 잇따라 개최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그는 "여성을 비롯한 타자에 대한 억압은 자연에 대한 억압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에코페미니즘의 입장에 따라,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몸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는 전시를 통해 여성·자연·타자와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자이 작가는 미디어 설치로 억압된 자아를 살펴볼 수 있는 '사유하는 방법'에 대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가 제시한 방법은 '휴식'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시가지를 활보하는 사람보다 자연 속을 거닐며 풍광을 바라보는 이의 정신이 더 건강하다는 심리학자 마크 버먼(Mark Berman)의 실험을 토대로,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는 유사-자연공간을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품 '휴식의 기술-extra episode. Ver.3'에서 관람객은 자연의 풍광 속에서 진정한 휴식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휴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김 작가는 조선대 판화미디어과, 홍익대 대학원 판화학과, 영국 런던 킹스턴대학 석사를 졸업 했으며 광주시립미술관 2018 국제교류 참가자로 선정돼 독일 뮌헨시 문화부 국제레지던시에 참가한 바 있다.

최송아 작가는 자연을 사진과 설치방식으로 작품화했다. 그는 강요된 자연성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최 작가는 시민자유대학 사무국장이자 문화기획자이며 영화 및 문화 평론으로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황지 기자

광주여성재단 특별 기획전 'F의 공존'은 내년 1월 31일까지 재단 8층에서 펼쳐진다. 광주여성재단 제공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