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블랙박스 안에 펼쳐진 나주의 '숨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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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거대한 블랙박스 안에 펼쳐진 나주의 '숨은 숲'
ACC '검은 강, 푸른 숲-6 Senses', 1월 27일까지||10개 스크린에 초록 향연… 수련 담은 워터스크린||나주에 생중계… "초연결성으로 육감 깨울 수 있어"
  • 입력 : 2019. 12.19(목) 16:55
  • 최황지 기자

ACC 텔레프레젠스 혼합현실 프로젝트 개막식이 10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1관에서 열려 관람객들이 대형 스크린에 상영되는 나주시의 숨은 숲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간의 복합실재시공간을 체험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 열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창조원 1관은 700평 규모의 압도적인 면적과 4층 높이의 거대한 위용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직사각형 모양의 어두운 공간은 거대한 블랙박스 같다. 광주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어둡고 널찍한 공간이 초록색 숲과 생동감 넘치는 물방울 소리로 가득 찼다. 빠르게 변하는 속도의 시대 속에서 인간이 잃어버렸던 생생한 육감을 깨우고 진정한 '나'를 탐구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최근 ACC와 ACI(아시아문화원)가 ACC창제작센터와 Studio ART55(작가 홍순철)가 협업해 만든 '검은 강, 숨은 숲-6 Senses' 전시다. 전시는 초연결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관람객들이 자연과 생명, 공간과 시간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 전시의 기획은 4년 전 여름, 홍순철 작가가 나주의 혁신도시 근처에 자리잡은 금천면 '숨은 숲'에 방문하며 시작됐다.

홍 작가는 "숲에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강렬하게 경험한 것은 그 속의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피부로 감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깊은 산의 숲도 아닌 곳, 바로 사람들이 사는 주거 공간 가까이 있는 그 작은 숲에서 나는 나의 말초적 감각이 얼마나 무디어져 있었는 지를 알게 되었다"고 소회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숲의 생생함을 전시관으로 옮겨왔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설치된 거대한 반투막 스크린 10개가 곳곳에 설치됐다. 이 스크린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숨은 숲의 다채로운 자태가 담겼다. 실제 공간에서 녹음한 바람 소리, 빗방울 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온다.

홍 작가는 지난 1989년 펼쳤던 개인전 '검은 강'에서 작업했던 "'검음'에 초록을 입히는 '일'"을 이번 전시에서도 선보인다. 그는 "'검음'은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된 본성의 단면이다. 그것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원초적으로 존재하는 것에 뿌리를 박고 있다"며 "이 작업을 통해 우리들의 세속적인 욕망과 탐욕이 진액처럼 응축된 그 '검음' 속에서 피어난 녹색의 생명을 보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전시 공간 가운데에 자리 잡은 거대한 워터스크린은 관람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수련의 모습이 투사되는 스크린에 천장에서 실제로 떨어지는 물이 부딪히며 잔잔히 파동을 만들어 낸다. 스크린에 나타는 과거의 모습과 현재 전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실재의 모습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조우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관람객들이 참여하고 있는 전시 현장의 풍경을 '숨은 숲'으로 생중계로 송출하고, 다시 '숨은 숲'의 풍경을 전시장으로 재송출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복합실재 시공간을 경험하도록 한다. 전시관에 있던 '나'는 네트워크망을 통해 숨은 숲으로 연결된다. 도심과 숲이 긴밀히 연결되는 등 '초연결 사회'를 부각했다.

이 혼재된 시공간에서 '나'는 육감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관람객은 현실과 가상, 현실과 복제, 실재와 가상, 현실과 정보 등 현재 우리의 삶 속에 일상이 되어버린 혼합현실의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이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 ACC 복합 1관에서 개최되며 관람 비용은 무료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홈페이지(http://www.acc.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홍 작가는 3번의 개인전과 수십 차례의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했으며 영상과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MBC, SBS에서 20여 년간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듀서로 일을 했다.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로 자리를 옮겨 TV 제작연출과 다큐멘터리 연출을 가르쳤으며 SBS 편성본부장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다큐멘터리 감독과 미디어 설치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