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광주 참상 알린 '목판화 운동' 40년만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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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80년 5월 광주 참상 알린 '목판화 운동' 40년만에 부활"
■5·18 40주년 준비하는 '광주藝街' <2>메이홀||외부와 단절된 그날의 광주… 진실규명 앞장선 '시민미술학교'||작가·시민들, 처절한 광주 담은 목판화 제작… 타 지역 보내져||주홍 작가 "오월 작품 만들며 주체적 시민될 수 있는 기회"
  • 입력 : 2020. 01.12(일) 17:42
  • 최황지 기자

메이홀과 아시아목판연구소 등이 주최한 '2020 목판화보따리'전에서 전정호 소장이 시민들이 제작한 목판화를 잉크에 찍고 있다. 올해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펼쳐지는 '시민미술학교'에서 전 소장은 시민들에게 목판화를 가르친다. 주홍 작가 제공

"80년 5월의 해외에 알린 건 푸른 눈의 목격자인 위르겐 힌츠페터였지만, 국내 곳곳에 알린 건 '목판화'였어요. 80년 항쟁 이후 광주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시민미술학교'를 통해서 목판화를 제작했고 그 판화물을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교나 행사 때마다 배포했죠. SNS가 없던 당시엔 목판화의 영향력이 컸죠."

80년 5월, 광주 예술인과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결성한 '시민미술학교'를 통해 광주의 참상을 담은 목판화를 대량으로 찍어 전국에 유통시켰다. 이는 고립된 광주의 처절했던 맨 얼굴을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올해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 동구에 위치한 대안문화공간 메이홀에서 여전히 풀리지 못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 위한 '시민미술학교'가 재연된다.

메이홀의 큐레이터인 주홍 작가는 "오월 정신이 담긴 목판화를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시민미술학교'를 연다"며 "시민들에겐 목판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자 오월 전시회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민미술학교'의 중요한 작업 시스템 중 하나는 예술가와 시민들의 협업이다. 이번 행사에도 국내 예술가들과 자발적으로 참여한 광주 지역 시민들이 함께 목판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번 '시민미술학교'에는 80년 5월 광주에서 '시민미술학교'를 주도한 장본인인 홍성담 작가가 직접 참여한다. 이어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을 판화로 제작한 유명 판화가인 류연복 작가,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판화 활동을 하고 있는 김봉준 작가 등도 작품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판화 전공자가 아닌 유명 작가들도 특별 판화작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고근호, 김해성, 한희원, 임의진 작가들이 참여한다.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강사 역할로는 광주 방림동에 위치한 아시아목판화연구소가 큰 역할을 수행한다. 아시아목판화연구소는 80년 5월 광주에서 '목판화 운동'을 이끌었던 시각매체연구소의 전신으로, 40년 전에 활약했던 전정호 소장, 윤해옥 작가가 이번에도 직접 시민들에게 목판화를 가르쳐 의미를 더한다.

주홍 작가는 이번 '시민미술학교'에 참여한 시민들 역시 '80년 오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수작업으로 오월 정신의 근간을 깊이있게 되새겨 볼 수 있는 경험"이라고 기대하며 "시민들은 목판을 파면서 '내가 어떤 오월 정신을 작품에 담아낼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데 이때 오월 시민으로서 주체적인 자각, 주인공이 되는 경험, 나아가 오월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 지 고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100인의 오월정신 릴레이아트'에 참여한 김대진 작가가 '평화의 꽃'을 그리고 있다. 주홍 작가 제공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100인의 오월정신 릴레이아트'에서 주홍 작가는 올해도 총감독으로 참여한다. 이번에도 메이홀에서 작업한 작가들 다수가 참여하며 5월 마지막주 주말에 마련될 예정이다.

이 행사는 5월, 광주5·18민주광장에서 예술인들과 시민 100여명이 흰 걸개그림 천에 다양한 작품을 만든다. 매년 전국에서 찾아오는 작가들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지며 거리에서 다양한 예술 퍼포먼스가 벌어지는 등 오월 정신으로 가득찬 예술 잔치다.

올해는 '두 개의 깃발'이란 주제로 펼쳐질 예정이다. 주홍 작가는 "이번 릴레이 아트는 5·18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며 "독일의 하켄크로이츠, 일본의 욱일기라는 두 개의 전범기 중 5·18 40주년이 됐지만 일본의 욱일기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그러면서 그는 "욱일기는 여전히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도 펄럭일 수 있다"며 "그래서 이 같은 문제점을 되짚어볼 수 있는 주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