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지 않은 예향 사랑, 미술관 개관으로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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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녹슬지 않은 예향 사랑, 미술관 개관으로 결실
구도심 광주동구 계림동에 '계림미술관' 개관||전남대 그리세 동호회 회원들 의기투합||전시관, 작업실, 야외공연장, 게스트 하우스 갖춰||개관전으로 목요사진 '내 마음 속 계림동'전
  • 입력 : 2020. 01.14(화) 17:39
  • 박상지 기자

1947년 지어진 한옥을 개조한 계림미술관은 그간 가정집, 주점, 만화방, 자개농방 등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미술관 내부에는 그간의 역사들이 간직돼 있다. 계림미술관 제공

'그리세'는 미술을 좋아하는 전남대 재학생 7명이 모여 결성한 아마추어 미술동호회다. 1969년 6월9일 첫 활동을 시작한 그리세는 매년 신입생을 모집, 1970~80년대에는 매년 회원이 30~40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광주, 전남을 대표하는 대학생 아마추어 미술동호회로 자리잡았다. 오승윤, 신경호 교수 등의 지도 아래 미술작업실에서는 매일 미술실기와 이론강좌가 이어졌고, 보름에 한번 야외스케치를 떠나며 회원들은 진한 우정을 나누곤 했다. 1년에 2~3회 가량 열리는 전시회 준비는 혹독했지만, 예향 광주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기도 했다. 그리세를 거쳐간 1000여명의 회원들의 관심과 애정에도 불구하고, 그리세는 2000년대 초반 40여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해체됐다. 취업에 도움되는 스펙이나 공부를 위한 동아리에 밀려난 까닭이다.

사라져가는 광주의 문화예술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그리세 회원들이 두팔 벗고 나섰다. 오는 18일 광주 동구 계림1동에 계림미술관을 열기로 한 것이다.

계림미술관은 그리세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때인 79~81학번 회원들이 주축이 됐다. 엄격했지만 동호회 활동을 통해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매일 확인했던 세대들이기도 하다.

채승석 그리세 총무이사는 "그림 속에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면서, 우리 삶에 있어 문화예술의 역할이 얼마나 큰 지 깨달았다"며 "미술을 비롯한 음악, 연극, 서예, 국악 등의 동아리들이 각 대학에서 모두 사라져 버릴 만큼 일반인들도 지녔던 '예향 광주'의 정신은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 더 안타까운 이유다"고 설명했다.

계림미술관은 문화예술인과 애호인, 일반 시민과 학생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예향광주'의 저변을 '우리라도'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태동했다.

미술관이 들어설 장소물색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재개발 사업이 결정된 계림1동이 선정된 이유다.

한옥으로 지어진 미술관은 1947년 지어져 가정집, 주점, 만화방, 세탁소, 자개농방, 중국음식점, 미술관 레지던스 공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공간 구석구석에 그간의 변천사들이 묻어있는 점이 매력이다. 미술관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간직하게 된 이곳은 전시실을 비롯해 작가 작업실, 야외공연장, 게스트 하우스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채 이사는 또 "광주계림미술관은 계림동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광주시 재개발 사업의 현황과 문제점도 짚어 보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제공하거나 기증하는 자료를 활용해 전시와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음악 공연, 영화 상영으로 주민과 시민, 문화예술인들 함께어울리는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편 개관 기념으로 목요사진의 '내 마음 속 계림동'전이 열린다. 목요사진은 회장을 비롯해 엄수경, 오형석, 임성국, 장준식 등 5명의 회원 들이 삶과 자연의 다양한 현상을 각자의 시각을 지니고 사실적으로 담아 내는 그룹이다. 오는 2월 7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계림동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컬러와 흑백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채 이사는 "이번 개관 기념 전시를 시작으로 주제를 정해 계림동의 문화, 역사, 인물 등을 탐색하는 연작시리즈를 발굴해 계림동을 비롯한 구도심 재개발 지역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기획 전시를 종종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대 미술동호회 그리세 회원들을 주축으로 문을 연 계림미술관 전경. 계림미술관 제공

1947년 지어진 한옥을 개조한 계림미술관은 그간 가정집, 주점, 만화방, 자개농방 등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미술관 내부에는 그간의 역사들이 간직돼 있다. 계림미술관 제공

1947년 지어진 한옥을 개조한 계림미술관은 그간 가정집, 주점, 만화방, 자개농방 등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미술관 내부에는 그간의 역사들이 간직돼 있다. 계림미술관 제공

전남대학교 순수 아마추어 미술동호회 그리세 1기 회원들의 야외스케치 모습. 계림미술관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