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오월 그린 강연균, 젊은 세대와 아픔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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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24년만에 오월 그린 강연균, 젊은 세대와 아픔 공감
예술공간 집, 518광주항쟁 40주년 기념 특별전||강연균의 '하늘과 땅 사이-5' ||5월7일부터 24일까지 연작 7점 전시
  • 입력 : 2020. 04.30(목) 16:23
  • 박상지 기자

강연균 작 '박용준의 피'

강연균 화백은 광주의 화가이다. 1941년 광주 용봉동(용주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야말로 한국현대사의 질곡을 모두 겪은 나이이다. 일제 강점기의 마지막에 태어났고, 한국전쟁을 겪었다. 어린 시절 인민군이 집에 왔던 기억도 생생하다. 휴전 이후 70, 80년대를 거치며 4·19, 5·18을 온몸으로 겪었다. 오월을 그린 그림이 처음 전시된 건 바로 이듬해 1981년이다.

1980년 당시 마흔의 화가는 참혹했던 현실을 직시했다. 4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기억은 생생하다. 처참한 현실 앞에서 화가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고민했고, 그림으로 남기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1981년 '하늘과 땅 사이-1'로 명명된 작품이 선보여졌고, 당시 서울의 신세계미술관에서 전시됐다. 전시는 6-7명의 작가를 초대한 200호 대작들을 모은 전시였다. 이를 시작으로 1984년, 1990년에 두 번째 세 번째 '하늘과 땅 사이'가 그려졌다. 네 번째는 1995년 광주비엔날레 당시 안티비엔날레로 열렸던 통일미술제에 걸린 만장이다. 이후 24년이 지나 지난해 다시 오월을 그렸다. 39년이 지났지만 생생하게 각인된 처참했던 장면들은 순식간에 그림에 옮겨졌다. 신작들은 지난해 11월, 5월 관련 시민집담회를 준비하며 화가로서 여러 이야기보다 그림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려졌다. 집담회에는 7점의 그림과 만장이 설치됐다. 7개의 그림은 이전 '하늘과 땅 사이'연작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1980년 오월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화가의 기억과 켜켜이 쌓인 감정들이 그려낸 그림들이다. 목탄으로 시커멓게 그린 그림들엔 화가라는 한 인간에게 새겨진 이미지들이 선명하다. 방석모(시민군이 쓴 헬멧)에 고인 피와 그 옆에 놓였던 빵조각, YWCA에 선명한 핏자국, 가족도 만나지 못한 무명열사의 관, 광주로 내려오는 길에 봤던 논에 처박힌 시민군의 버스, 살벌했던 계엄군의 눈빛 등 소용돌이같았던 시간 속 화가의 눈에 각인된 이미지는 관록의 세월을 머금고 새롭게 오월을 보여준다. 강연균 화백의 마음 속 오랫동안 간직해 왔던 감정과 인상을 바탕으로 그려진 오월은 더 절절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강연균 화백이 그린 5·18 연작 '하늘과 땅 사이-5'작품을 다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광주 동구 장동 예술공간집에서는 5·18 40주년을 기념해 강 화백의 5·18 연작 '하늘과 땅 사이-5' 특별전을 마련했다. 오는 7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5·18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과 아픈 역사에 대해 공감하기 위한 자리로,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였던 연작 7점 외에도 1980년 '하늘과 땅 사이-1'을 준비하면서 작업한 드로잉 작품들도 최초로 공개된다.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은 '장군의 초상' '목없는 불상' '자화상' 등 세점이다. '장군의 초상'은 1979년 작업된 작품으로 1212 사태를 보며, 음모를 꾸미는 전두환과 또 다른 전두환을 담았다. 1980년에 제작된 '목 없는 불상'은 상처받은 시민들의 죽음을 상징한다. 같은 시기 그려진 '자화상'은 인물보다는 배경이 눈길을 끈다. 무등산을 배경으로 시커먼 연기가 1980년 광주의 급박한 상황을 알리고 있다.

이태호 전 명지대 교수는 "지금까지 이렇게 생동하는 오월그림을 보지 못했다"면서 "이제야 '오월 광주'의 참모습을 살려낸 회화예술을 만난 거 같다. 광주민중항쟁은 40년을 견딘 역사가 아니라, 지금 우리 현실임을 각인시킨다"고 밝혔다.

문의 (062)233-3342.

강연균 작 '무명열사의 관'

강연균 작 '시신 끌고 가는 두 남자'

강연균 작 '자화상'

강연균 작 '목 없는 불상'

강연균 작 '장군의 초상'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