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감성 '아트토이' 문화계 주류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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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길거리감성 '아트토이' 문화계 주류된 까닭은
‘아트토이’ 핸즈인팩토리 에이스페어서 광주 첫 선 || 이재헌·박태준·하종훈씨 공동대표 2010년 설립 ||대만 ‘토이쇼’ 첫 진출 호응… 중·한 토이쇼 론칭 1등공신 ||나이키·BMW·리복 등 국내외 대기업과 콜라보 명성 ||광주에선 본보와 첫 콜라보…아날로그 감성 저널리즘 담아
  • 입력 : 2020. 11.05(목) 18:13
  • 박상지 기자

'핸즈 인 팩토리'가 선보인 전남일보와의 콜라보 작품. 나건호 기자

나잇값'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든 만큼 성숙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로 자연스레 어린시절의 취미나 취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요가 담겨져 있다.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 장난감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어른들을 가리켜 '피터팬 콤플렉스'라고 진단했다. 나잇값을 못하는 성인이나 유치한 행동을 일삼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피터팬 콤플렉스'는 일종의 문화적 현상으로, 예술가들의 작업범위를 넓혀주는 예술적 원천이 되고있다. 갤러리나 아트숍 등에선 회화, 조각, 애니매이션, 일러스트, 디자이너 등이 협업해 마음 한켠에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어른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박태준(29)·이재헌(38)·하종훈(46)작가들이 팀을 이뤄 활동하고 있는 '핸즈 인 팩토리'가 대표적이다.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디자이너로 구성된 '핸즈 인 팩토리'는 뿔이 달린 짐승, 파충류 등 동물들을 의인화 한 캐릭터로 입체적인 장난감을 선보이며 '어른이'들의 호응을 얻고있다. 지난 2010년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나이키' '리복' 플레이보이' BMW' 등 국내외 대기업과 잇따라 협업을 진행하며 문화, 경제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5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에이스페어에서 '핸즈 인 팩토리'가 참여해 본보와의 콜라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병덕, 박태준, 이재헌, 하종훈작가.

이재헌 작가는 "의도치않게 대기업과 콜라보 작업을 많이 한 팀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지난 10년간 '아트토이'불모지에서 살아 남은 것이 우리에겐 기적같은 일이었다"며 "주류 문화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의 감성을 솔직하게 표현해 온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만화, 로보트 등 캐릭터를 성년이 되서도 꾸준히 수집했던 이들은 디자인 교육기관에서 인연을 맺고 '핸즈 인 팩토리'로 의기투합했다. 장난감에 열광하는 것이 왜 나잇값을 못하는 것이 되는지에 의문을 품었던 이들은 "우리가 입고 싶은 옷, 사고 싶은 장난감을 유감없이 표현해보자"는 것에 공감하고 각자의 욕구를 '아트토이'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아트토이'는 생소한 장르였다. 우연찮은 기회에 대만에서 개최된 '토이쇼'에 참여하게 됐고, 한국작가를 소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외에서 '토이쇼'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면서 중국과 국내에 '토이쇼'를 개최하는데 1등공신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 작가는 "'아트토이' 1세대 작가들과 상생을 통해 국내와 중국에 토이쇼가 만들어졌다"며 "'아트토이'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국내외에 문화장르로 자리잡아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화계 뿐 아니라 대기업과의 협업으로 경제계에서도 흔히 '주류'가 됐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감성은 여전히 '비주류'다.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거창한 작품보다는 '우리들이 좋아하는 것' '평생 간직하고 싶은 어린시절' 등을 표현하겠다는 초심을 지키고 있는 까닭이다.

이 작가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걸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면서 "흔히 길거리 감성을 좋아하는데, 그런 감성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고, 길거리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작업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아트토이' 불모지에서 새로운 문화적 장르의 토대를 일군 '핸즈 인 팩토리'의 성공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주류'로 대변되는 그들의 작업철학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이돌과 '언더' '인디'밴드가 동시에 주목받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주류문화권'에서는 '비주류문화'를 콘텐츠에 반영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길거리' '비주류'를 추구하는 '핸즈 인 팩토리'의 작업에 국내외 대기업이 협업을 제안한 것 역시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핸즈 인 팩토리'는 저널리즘을 소재로 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작품에 녹여 대중의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오는 8일까지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는 에이스페어에서 '핸즈 인 팩토리'는 전남일보와 협업한 작품을 비롯해 지난 10여년 간의 자사의 역사를 담은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본보와 협업을 진행한 신작에는 '핸즈 인 팩토리' 뿐 아니라 문병덕(33)작가도 동참했다. 전남일보 32년의 역사와 80년대의 저널리즘이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담겨져있다. 기자수첩에 필기를 하고 있는 '러닝혼즈' '보도'완장을 착용한 사진기자, 호외로 발행된 전남일보를 선보이고 있는 '하자드'에서 80년대의 생생한 취재현장의 열기와 기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이재헌 작가는 "작업을 준비하면서 취재에서 기사작성, 인쇄까지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부하고 나니 과거 신문이 지금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며 "이 작품을 시리즈로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디지털 등 현대적 감성의 저널리즘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8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0광주에이스페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콘텐츠 종합전시회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산업 문화기술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283개사 335개 부스가 참여하고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홀로그램과 방송, 캐릭터,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콘텐츠 종합 전시회 광주 에이스페어(ACE Fair)가 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과 부스 참여 관계자들이 아트 토이 특별전을 살펴보고 있다. 나건호 기자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