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풍경에 담긴 현상과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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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삶의 풍경에 담긴 현상과 이면
제26회 광주미술상 수상 양나희 개인전 ||12일부터 29일까지 은암미술관
  • 입력 : 2020. 11.11(수) 16:41
  • 박상지 기자
양나희 작 '삶,풍경'
2020년 제26회 '광주미술상'을 수상한 양나희의 개인전이 12일부터 29일까지 은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사)광주미술상운영위원회가 1995년부터 매년 이어온 '광주미술상'은 그동안 1개 단체와 28명의 작가를 선정해 시상했는데, 창작지원금 대신 개인전을 열어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려운 현실여건으로 개인전 한번 갖기가 쉽지 않은 요즘의 청년작가들에게 작품발표의 기회를 돕기 위해서다.

양나희 작가는 현대 소비사회에서 일회성 포장재로 쓰고 버려지는 골판지를 재활용하는 작업으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왔다. 가시적 성장정책과 재개발로 인해 소외되고 사라져 가는 도회지 소시민들의 일상 삶의 공간과 서정을 회화와 설치로 실감나게 담아내는 작품들이다. 간편포장과 배송, 대량소비와 폐기가 일상화된 편의성 위주의 현대사회를 비춰내면서 인공지능과 첨단 전자문명시대의 급속한 팽창에 가려진 삶의 온기와 정감을 되살려내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 제목 '쓸모없는…그러나 아름다운(Useless...but Beautiful)'에는 물질만능주의 속에 넘쳐나는 폐기물들, 재개발로 인한 삶의 터전으로서 장소와 기억의 해체 등에 관한 성찰과 기도가 담겨있다.

골판지의 종이재질이 갖는 부드러움과 고른 골들이 만들어내는 두께와 음영을 이용해 입체감 나는 부조효과를 쌓고 그 위에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풍경들은 그만큼 시각적 실재감과 함께 두터운 정서적 깊이를 담아낸다. 산동네나 골목풍경을 따라 무수하게 오리고 붙여쌓고 그려가는 과정들은 첨단시스템이나 기계작업들에 밀려나는 노동집약 수작업의 축적이다. 더불어 골판지 원자재인 나무소재를 통해 문명 이면의 자연생태환경을 환기시키면서 정겨운 골목풍경이나 어스름 저녁노을, 별무리 지는 달동네 풍경들로 삶의 서정을 돋우어 낸다.

전시기간 중인 18일 오후 2시부터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교감할 수 있도록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양나희 작가는 호남대학교 미술학과와 전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추억의 이미지'를 시작으로 'Life Space'(2013), '삶+풍경'(2014, 2015, 2016, 2018), '쉽게 그려진 그림'(2018) 등의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북경 99미술관 국제레지던시(2015), 상해 윤아르떼 레지던시(2016), 광주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레지던시(2017), 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시(2019) 입주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