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와 중견작가의 시선이 교차하는 삶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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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청년작가와 중견작가의 시선이 교차하는 삶의 풍경들
예술공간 집, 조정태&황정석 전||30일까지 '가까이 다가가고, 멀찍이 물러나는'||볼펜으로 그린 섬세한 화면이 돋보이는 신예 황정석 작가의 그림||사소한 일상과 주변의 풍경을 특별하게 만드는 조정태 작가의 그림
  • 입력 : 2021. 05.11(화) 16:04
  • 박상지 기자

예술공간 집에서 진행중인 '가까이 다가가고 멀찍이 물러나는' 전시장 전경. 예술공간 집 제공

우리 시대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두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30일까지 광주 동구 장동 '예술공간 집'에서는 한 세대의 차를 두고있는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 각 세대의 시선을 조망해보는 '가까이 다가가고, 멀찍이 물러나는_ 조정태&황정석'전이 마련된다.

이번 전시는 가까이 다가가 깊이 들여다보고 그려가는 그림과 몇 발자국 물러나 관조하듯 그려가는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의 풍경을 조망해보는 자리다.

갓 대학을 졸업한 황정석 작가와 중견 조정태 작가의 나이는 한 세대 정도의 차가 있다. 두 사람은 다른 시간과 문화 속에서 자의식이 형성돼왔다. 이번 전시 작품들에 담긴 풍경들은 그들이 바라보는 현재의 시간을 보여준다.

황정석 작가의 그림들은 뭔가 풍경 그림이라 하기엔 미심쩍은 냄새를 풍긴다. 섬세한 묘사가 눈길을 사로잡지만 뭔가 오묘한 불안함도 내재돼 있다. 바로 풍경의 장소들 때문이다. DMZ, 서대문형무소, 제4수원지, 대전형무소 등의 장소를 소재로 그린 풍경들이다. 그저 감상의 풍경만이 아닌 그림들이다. 황정석은 이러한 역사적 장소들을 화면 안에 함축해낸다. 보이는 대상을 넘어 존재하는 대상으로서의 풍경을 보여준다.

1990년대생인 작가는 남북전쟁, 4·19, 5·18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시간이 지나고 난 뒤 태어난 세대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시간을 품은 장소를 찾아가 보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랐기에 5·18의 역사의식은 무의식에 잠재돼 있어 그간 마주했던 많은 장소들이 더욱 특별했다고 한다. 실제 장소의 시공간을 내재화한 리얼리티를 구축해나가며 과거, 현재, 그리고 그 너머를 곱씹게 한다. 단절된 과거가 아닌 현재를 구축한 과거로 인식하며 그 시간들을 되뇌고 풍경의 공명을 파헤쳐가는 것이다. 역사적 장소들은 그림의 정체성이자 작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열쇠이다.

조정태 작가는 사소한 일상과 주변의 인물들을 그리며 동시대의 풍경을 그려왔다. 오십대의 작가는 오월의 핏빛이 채 아물지 않은 시기 대학 시절을 보내며 내내 혼란스러운 시간 속에 청년시절을 보냈다. 현장 한 가운데에서의 목소리도 함께 보태는 시간도 꽤 길었었다. 조정태 작가가 그리던 일상과 주변의 인물들은 늘 함께였던 이들이고, 함께 가졌던 이념을 그림으로 그려왔다. 시간이 지나며 외면에 머물던 시선은 다시 작가의 근원적 마음으로도 향하게 되었다. 고향인 완도의 바다에서 느꼈던 깊은 무한함, 오랜 시간을 버텨온 나무의 생명력 등 늘 변하지 않는 근원적 풍경으로도 자연스레 시선이 더해졌다. 늘 마음에 담아왔던 근원적 이미지들, 내내 작가의 뇌리에 여전히 존재했지만 아직 꺼내놓지 않은 내면의 이미지들을 조금씩 들추며 현 시대의 풍경을, 자신의 세대가 바라보는 풍경을 대변한다.

전시를 기획한 문희영 예술공간 집 관장은 "한 작가의 사유를 관통하며 내밀하게 들춰진 풍경은 지극히 사사롭지만 공감을 이끄는 매개체가 된다"며 "세대를 넘어 교차하는 시선의 지점은 한 시대의 상으로 존재하며, 시간을 축적하고 시대를 대변하면서 계속 그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태 작 '안개나무'

황정석 작 '물살'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