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55-2> "지역사회 단결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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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55-2> "지역사회 단결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
■여순보다 20년 앞선 '4·3특별법'의 교훈||국민적 공감대 법개정 등 동력 삼아야 ||준비하는 자에 기회…연구 자세 필요 ||4·3 성과물 선별적 수용·토착화 중요
  • 입력 : 2022. 02.13(일) 17:25
  • 홍성장 기자
'제주 4·3(4·3)'과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이데올로기의 대립 아래 국가권력에 의해 수많은 민간인이 무차별로 희생된 사건이다. 여순사건은 4·3 발발 이후 국가가 제주도 토벌을 위해 여수 신월동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14연대에 출동을 명령하면서 시작됐다. 4·3과 여순사건을 '쌍둥이 사건'으로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향한 길은 20여 년이 넘는 간극이 있다. 4·3특별법이 지난 2000년 첫 제정돼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에 반해 여순사건은 20여 년이 흐른 2021년에야 특별법이 마련됐고,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올해 들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4·3에서 여순사건 진상규명의 올바른 길을 찾으려 시도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최근 제주대에서 열린 '제주4·3과 여순10·19 저항의 기억과 연대'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나, 순천에서 열린 '여순항쟁 길 찾기 포럼' 등도 같은 맥락이다.

20년 앞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시작된 4·3이 주는 교훈은 '지역사회의 단결'과 '국민적 공감대'다.

순천에서 열린 '여순항쟁 길 찾기 포럼'에 참석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박찬식 운영위원장이 강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제주4·3 70주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라는 특별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 "법과 제도는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지형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에 사회적 요구를 온전히 담지 못하고 (여순사건 같은) 역사적 사건의 성격 규정 등에 관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구존동이'라는 관점에서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전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법 개정 등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또 "민관 협력과 관련해서 우선 민이 주도성을 갖고 관이 뒷받침하는 체제를 갖추는 게 중요하며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자세로 연구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금 다른 시각도 있다. 제주대에서 열린 '제주4·3과 여순10·19 저항의 기억과 연대' 주제발제에 나선 제주대 고성만 교수는 "4·3문제를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분투해 온 제주 사람들의 과거청산 노력과 공과는 결코 부정될 수 없지만, 그것을 '기준'이나 '모델' '모범'으로 서둘러 치장하고 '전국화' 전략과 연동시키려는 움직임에는 조금 더 긴 호흡을 통한 분석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4·3 과거청산의 유산은 여순 10·19모델을 비롯해 거창·산청·함양 모델, 노근리 모델을 기획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제주 4·3은 20여 년 간의 법 체제하에서 시도되어온 과거청산의 내용적 분석이 선결되어야 하고, '다른 지역'은 그것의 비판적, 선별적 수용과 토착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포럼 토론에 나선 주철희 박사(역사학자)의 시각도 비슷하다. 주 박사는 "여순특별법과 시행령은 제주4·3특별법과 시행령을 그대로 적용하는 바람에 시행령의 당초 안에는 문제가 많았다"며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서 일부 수정된 점도 있었지만 아직도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기구'가 없는 문제점이 있고 소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안 등에서도 구체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 박사는 "여순위원회의 활동기간이 길어야 3년으로 매우 짧은 기간임을 고려해 지역사회와 유족들은 여순특별법과 시행령에서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개정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또 "여순위원회가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끊임없는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여순항쟁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이다. 그 역사가 올곧게 진상규명보고서에 담길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지회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후 전 제주4·3연구소장도 "4·3특별법 제정 전후 지금까지 제주도는 유족회나 4·3 관련 단체, 지역이 하나 되어 활동해 왔다"며 "그러나 여순지역은 여러 지역이 이해관계 달라 하나 딘 활동은 어려운 듯 보여 항상 안타까웠다. 이런 부분이 우려된다"고 했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