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 국제적 위상에 맞는 기여와 헌신해야 진정한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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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최성주> 국제적 위상에 맞는 기여와 헌신해야 진정한 선진국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55)대한민국 격 높이려면
  • 입력 : 2022. 05.02(월) 12:59
  • 편집에디터
최성주 특임교수
193개에 달하는 유엔 회원국 중 대한민국처럼 남과 비교하는 걸 좋아하는 나라도 드물다. 과거 절대빈곤과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룩했음을 대내외에 자랑하고 싶기 때문이리라. G-7 회의에 초청받은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G-5에 진입할 가능성을 내세우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작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였다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홍보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선진국 분류 기준으로 가장 많이 동원되는 통계수치는 국가의 경제 규모와 수출 액수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10위이고 수출총액으로는 7위이니 이 기준에는 일단 부합된다. 한 나라의 경제력은 군사력과 함께 경성 국력을 구성한다. 국가가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문화, 예술 분야의 역량과 같은 연성 국력, 즉 소프트파워(soft power) 또한 중요하다. 다행히, BTS 등 한류를 통해 우리 민족의 우수한 재능이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으니 한국은 소프트파워 부문에서도 강국인 셈이다. 돌이켜 보면, 국토분단과 한국전쟁이라는 절대적 핸디캡에도 짧은 기간에 10위권에 올라선 것은 자랑할 일이다. 이는 한민족의 우수한 역량 덕분이다. 해방 이후 반세기만에 괄목할 국가발전을 이룩한 한민족은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국가의 격(格)이 상응하는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 개인에게 '인격'이 있는 것처럼, 국가의 품격이나 수준은 '국격(國格)'으로 불린다. 외형상으로 선진국으로 분류되더라도 국격이 이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국가의 품격이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만, 진정한 선진국이다. 국제사회의 평판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동하고서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벼락부자'나 '졸부' 취급을 받을 뿐이다.



국격을 높이려면 국제적 위상에 상응하는 수준의 기여와 헌신이 요구된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들을 돕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1950-60년대에 국제사회로부터 대규모 원조를 받은 덕분에 국가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음을 잊지 말자. 우리의 공적개발원조(ODA)의 규모를 현재보다 2배 정도 늘려야 한다. 우리의 ODA 규모는 국민총소득(GNI)의 0.14%에 불과하여, 경제선진국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0.32%보다도 훨씬 낮다. 거의 꼴찌 수준이다. 군인과 경찰이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 보다 적극 동참해야 한다. 해외근무 중 사고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여 우리 군경의 파견을 회피하는 것은 국격에 걸맞지 않는다. 국내 비정부단체의 해외봉사 활동도 적극 권장할 일이다. 국가의 운영시스템과 국민의식의 선진화도 필수적이다. 10년 전에 국회 선진화법이 채택되었지만 우리 국회의 수준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지난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국회 연설 당시 우리 의원들이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극히 저조한 관심과 호응을 보여줘서 실망스럽고 낯부끄럽다. 우리 의원들이 국가적 위기에 처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성원했어야 한다. 일반국민들의 의식도 고양될 필요가 있다. 타인을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구촌 현안 및 보편적 가치에 대해 좀더 관심과 성원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남녀노소와 좌우진영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 우리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니,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상당히 약하다.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정부와 기업, 개인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생활하는 데서 출발할 일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사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시민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시민은 77억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국경을 넘어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생활화할 일이다. 정부의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동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를 가르치기 위한 교육도 시행되어야 한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인간성을 함양하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경제력 및 문화역량과 함께, 배려심도 갖춘 진정한 선진국가로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길 원한다. 일주일 후에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막중한 국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국격을 드높이는데 역점을 두기를 바란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