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정신' 깨우는 우리가 몰랐던 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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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정신' 깨우는 우리가 몰랐던 정복자
  • 입력 : 2022. 07.28(목) 11:13
  • 이용환 기자

광개토태왕 담덕. 새움 제공

광개토태왕 담덕

엄광용 | 새움 | 1만6000원

중국의 삼국지와 일본의 대망(도쿠가와 이에야스은 어떻게 쓰여졌을까. 나관중의 삼국지는 사실 작가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여러 작가들이 첨삭을 가해 완성된 작품이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 또한 일본의 주요 신문사 3개가 연재 지면을 내주며 작가의 생활을 돕는 방식으로 18년 만에 완성됐다. 이렇듯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하 역사소설의 탄생은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힘들다.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삼국지와 대망 같은 국민 역사소설을 꿈꿨던 작가가 글쓰기 인생 거의 전부를 바쳐 쓴 작품이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처음 집필에 들어간 것이 2010년. 워낙 방대한 양의 작품이기에 쓰고 고치고, 부족하면 다시 공부를 위해 중단하면서 지금까지 완성한 것만 해도 원고지 1만 매에 이른다. 그 동안의 집필 기간만 11년이 걸린 셈이다.

서사가 죽어가고, 문학이 가벼워지는 시대, 그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지만 저자는 1000년 세월을 견디고 우리에게 전해진 고구려의 벽화와 비석을 다시 소환했다.

지금까지 '광개토태왕'은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실제 광개토태왕 담덕에 대한 직접적 자료는 집안의 호태왕비 비문에 나와 있는 것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그 역시 누군가에 의해 변형되고 훼손된 채 덤불에 묻혀 있다가 시간이 흘러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그에 더해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하다시피 한 기록인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속 광개토태왕의 모습 역시,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김부식의 신라 중심 사관으로 인해 삼국사기 속 고구려의 모습은 당시 중국 사료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 놓은 것처럼 허술할 뿐더러 중국 입장에서는 껄끄럽기만 한 광개토태왕의 업적에 관해서는 더욱 소략하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마치 당대의 삼국사기에서 미진하게 다룬 디테일한 부분까지 복원시켜 놓은 것처럼 역사적 연대기에 충실하면서 실감나는 스토리텔링으로 인물들을 되살려 놓고 있다.

작가는 책의 집필을 위해 20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중국 등지에서 '고구려본기'의 빈 공간들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사료를 찾아내고 보완한 것은 물론,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 하나 하나에 작가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부여했다.

광개토태왕의 영토확장 정신은 오늘날 대한민국 기업의 세계 경제영토 확장으로 이어져 왔다. 더불어 IT 최강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은 정보의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계 유통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광개토태왕 재위시기를 전후한 40~50년이 배경이지만 결국은 우리 역사의 전부를 아우르는 역사소설이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