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잘 다녀와~"…쌀쌀한 아침 따뜻한 응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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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아들! 잘 다녀와~"…쌀쌀한 아침 따뜻한 응원전
●코로나 수능 3년…잔잔한 응원 풍경||각양각색 표정…빠른 입실||자녀 뒷모습 바라보던 부모||조용하고 차분함 속 "파이팅"||시험장 착오·긴급 이송도
  • 입력 : 2022. 11.17(목) 17:22
  • 김혜인 기자
지난 17일 오전 광주 서구 서석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수험생인 아들과 어머니가 포옹을 하고있다. 김혜인 기자

17일 2023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가운데 광주 시험장 곳곳에서 따뜻한 응원의 손길이 펼쳐졌다.

이날 입실 시작 시간인 오전 6시30분께 광주 남구 방림동 설월여자고등학교에는 해가 뜨지 않은 어둑한 상황에서도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수능 한파는 없지만 영하에 가까운 쌀쌀한 아침 기온 탓에 수험생들은 대부분 두꺼운 패딩을 입거나 핫팩 등을 손에 쥐고 있었다.

최근 대면 활동이 자유로워지면서 학교 대항 응원전 등 시끌벅적한 모습이 펼쳐질거라 예상됐지만, 이날 시험장 주변은 차분하고 잔잔했다.

학교 정문에서 가족을 뒤로한 채 걸어가는 수험생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부모와 함께 눈시울을 붉히는 이도 있었고 되레 큰 소리로 '잘 다녀오겠다'며 가족을 안심 시키는 수험생도 있었다.

이날 눈물을 흘리던 부모를 한참 껴안아주다 보낸 이모(18)양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엄마가 갑자기 울길래 너무 놀랐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엄마의 진심이 느껴져 나도 함께 울컥했다"며 "긴장되긴 하지만… 가족들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시험 잘 보고 오겠다. 떨지만 않았음 좋겠다"고 소망했다.

자녀를 보낸 후에도 한동안 많은 학부모가 학교 앞을 떠나지 못했다. 특히, 한 학부모는 교문 앞에서 자녀의 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두 손 모아 기도하기도 했다.

재수생 학부모 진모(50)씨는 "둘째 아이가 작년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 마음 고생을 정말 심하게 했다. 올해는 꼭 원하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도했다"며 "아무리 재수라고 한들 어떻게 안 떨리겠나. 시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고생했다'고 꼭 안아줘야 겠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오전 광주 남구 설월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입실을 위해 학교로 올라가고 있다. 정성현 기자

같은 시각 광산구 소촌동 정광고등학교. 가장 먼저 아들을 수험장으로 들여보낸 학부모 문모(50)씨는 아들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눈으로 좇았다. 문씨는 "원래 7시쯤 나서려고 했는데, 아들이 수험장 공간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빨리 가자고 했다. 아들도 긴장됐는지 계획보다 눈을 일찍 뜬 것 같다"면서 "어제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아들의 뒷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그저 무사히 잘 끝내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일찍이 교문 앞에 나와 학생들을 격려했다. 학생들의 노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은 '하던 대로만 하라'며 제자들의 어깨를 토닥였다.

진흥고 교사 전명지(30)씨는 화이트보드에 '진흥고 수능 대박'이라는 문구를 적어 들고 학생들의 기운을 북돋웠다. 전 교사는 "이번에 고3 담임이 처음인 나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첫 수능'이라 감흥이 남다르다. 아이들이 별 탈 없이 잘 보고 오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7시30분께가 되자 서구 화정동 서석고등학교 시험장 입구에는 본인의 수험번호를 확인하는 학생들로 잠시 북적였다. 고사실 위치를 확인한 학생들은 감독의 안내에 따라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하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일찍 자리를 잡은 수험생들은 시험실에 들어가 자신의 노트와 참고서를 펼치며 마지막까지도 외운 내용을 되새기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귀마개를 끼고 영단어를 외우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필기구를 꺼내 빠트린 준비물은 없는지 확인하는 수험생도 있었다.

이 밖에도 복도에서 학교 친구들과 서로 도시락을 뭘 싸왔냐는 등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어가기도 했다.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17일 오전 광주 남구 설월여자고등학교 정문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잘 보라는 가족의 얘기에 크게 손을 흔들고 있다. 정성현 기자

올해도 입실 종료 시각에 임박해 헐레벌떡 뛰어오거나 경찰 차량의 도움을 받아 도착하는 수험생들이 있었다.

설월여고에서는 오전 8시께 지하철 학동역에서 하차해야했지만 소태역에서 하차한 수험생을 인근에 있던 경찰이 급히 이송, 수험생을 가까스로 입실 시켰다.

7시50분께 서구 화정동의 서석고에 가야하는 수험생이 남구 백운동의 석산고로 착각해 울면서 정문으로 내려와 경찰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서석고까지 15분 만에 안전하게 학생을 이송했다.

정광고에서도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아슬아슬하게 수험장에 도착한 학생 2명이 있었다. 이들은 7시58분께 112에 '시험에 늦을 것 같다'며 신고, 입실 종료 3분 전인 8시7분께 무사히 수험장에 도착했다.

입실 마감까지 현장을 진두지휘하던 한 경찰관은 "(수능이) 매년 있긴 하지만, 자주 하는 업무는 아니기 때문에 괜스레 '수험생들이 늦으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으로 같이 떨었던 것 같다"며 "큰 사건·사고 없이 입실을 마무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모든 수험생이 다 본인이 준비했던 대로 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정광고등학교에서 수험생 2명이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입실 종료 3분을 앞두고 수험장에 도착했다. 강주비 수습기자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