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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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우물 안 개구리
최동환 문화체육부장
  • 입력 : 2023. 03.15(수) 18:12
최동환 부장
황하의 신인 하백이 강물을 따라 처음으로 북해와 동해를 보게 됐다. 바다의 크기와 넓이가 강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백이 놀라워하며 북해의 신인 약에게 물으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요. 자기가 사는 곳에 구애받기 때문이 아니겠소? 마치 여름 벌레가 얼음에 대해 말 할 수 없으니 안다는 건 여름 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오. 한쪽만 아는 사람은 도(道)를 알 수 없을 것이니 그건 자기가 배운 것에 속박되기 때문이오. 이제 그대는 좁은 지역을 나와 바다의 광대함을 알았으니 비로소 그대와 더불어 진리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게 되었다는 것이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우물 안 개구리’(정중지와·井中之蛙) 이야기다. 우물 안에서만 사는 개구리는 하늘의 넓이나 바다의 깊이를 우물만큼의 넓이와 깊이로만 이해한다는 뜻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거나 세상물정 모르는 존재가 상식적이고 폭넓은 문제나 진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 주로 쓰인다.

한국 야구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으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야구는 2009년 이후 14년 만에 4강 진출을 목표로 삼고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했다. 야구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은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로 수두룩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높아져 가는 선수들의 몸값과 달리 국제 무대에서 실력이 부족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부분의 한국 투수들은 자신감을 잃고 집단 제구 난조를 보이며 허둥댔다. 타자들도 허명뿐이었다. 생소한 투수들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빠른 공에는 여지없이 방망이를 헛돌렸다.

한때 야구 강국을 자부했던 한국 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음을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확인했다.

이젠 진짜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국제대회에서 더이상 명함을 내밀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이번 WBC를 통해 암울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한국 야구는 이제 4강에 올랐던 1, 2회 WBC와 2008 베이징올림픽의 영광은 잊고, 인재 발굴과 선수 교육 및 육성 등 근본적으로 야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한다.

리그 우승에만 혈안이 돼 새로운 대표팀 발전 방안 수립을 등한시하고 세계야구 흐름을 보지 못한다면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들러리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