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동환> 광주비엔날레관 신축에 대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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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배동환> 광주비엔날레관 신축에 대한 제안
배동환 前광주미술상 이사장·前신라대학 교수
  • 입력 : 2023. 03.26(일) 14:08
배동환 前 이사장
침체의 기로에 놓인 광주비엔날레의 새로운 도약을 향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더욱이나 비엔날레 본 전시관의 신축에 관한 논의는 반가운 일이며 한편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조심스러운 제안을 한다.

유럽의 각종 비엔날레의 대표적인 미술 행사는 단연 베니스 비엔날레인 것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5년 만에 열리는 (독일) 카셀 도큐멘타와 10년 만에 열리는 (독일) 뮨스터 환경전 역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항상 그 중심엔 베니스 비엔날레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이유는 역사적인 전시 공간의 참신함이라 할 수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2개의 메인관 즉, ‘자르디니’라는 숲속의 정원 속에 만든 국가관과 ‘아르세날’ 이라는 2차 세계 대전 중에 전투기를 생산하던 긴 격납고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환경보전이 잘 이루어진 정원 국가관보다, 파격적으로 붉은 벽돌 창고전시관 매력이 베니스 비엔날레를 세계 최고의 미술 행사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낡은 것을 새로 짓는다고 무조건 개발이 아니다. 때로는 과거의 유산을 소중하게 보전하여 지난 역사를 새롭게 되살려내는 일이 숙고하지 않은 개발보다 훨씬 낫다.

베니스비엔날레 예처럼 오랜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시 공간을 배경으로 리모델링한 전시공간들은 세계 어느 현대 미술관 공간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모습이다. 전쟁의 상처로 심하게 파손된 부분들의 수리 역시 엄정한 역사적 사실성에 근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역사적인 건물을 홍보하고 예술 공간으로 재창조해 나가는 추세는 전 지구적인 경향이라 할 수 있다. 1997년 뮨스터 환경전에서 뮨스터 구시청 청사 앞에 백남준의 20여대의 폭스바겐 설치물은 카프카의 성을 연상하게 하며 당시 절대 권력의 몰락을 예감하는 듯한 생생한 기억을 남겼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역사적인 두 개의 성 (프랑스의 아트컬렉터 프랑수아 피노의 소유, palazzo grassi punta della dogana)에서 열린 데미안 허스트 전 역시 비엔날레 메인관 전시를 압도하는 화려한 전시였다.

장소의 중요성은 그 역사성 때문에 생생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광주의 오래된 건물들이 우매한 관료들의 정책과 부동산업자의 이권과 맞물려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졌던 안타까운 사례들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다. 남광주 역사와 남구청의 붉은 벽돌청사와 근대에 축조한 학교 건물들, 계림동의 경양방죽이 아무런 논의도 없이 소실되었던 아픈 기억들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현재 광주 비엔날레 본 전시관 건립안 제안의 하나로 광주에 남아있는 일신방직 공장 활용 제안은 매우 적절하며 소중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기존의 비엔날레관 주차장에 비엔날레 제2 전시관 건립 제안은 너무 안일하고 지극히 편협한 발상이다. 왜냐하면 두 개의 메인 전시관이 인접해 있으면 관람 동선에 변화가 없어 지루하다. 뮨스터와 카셀의 관람 동선은 하루에 일만 오천 보를 걷게 만든 것과 비교해 보라.

베니스의 바닷가를 따라 형성된 관람 동선 안에 카페와 레스토랑, 작은 갤러리, 기념품 가게들이 번창한 것은 자연스럽게 부가가치를 발생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엔날레 제1 전시관과 방직공장전시관의 거리는 관람객이 산책하기에 무리가 없는 거리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근현대의 역사적 격동기를 함께 해온 일신 방직공장은 빛고을 광주의 역사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수난의 역사는 실타래와도 같아서 수없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영원히 죽지 않는 살아있는 공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