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주당 새 공천룰과 선당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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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민주당 새 공천룰과 선당후사
김해나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3. 04.30(일) 16:11
김해나 기자
선당후사(先黨後私). 개인의 안위보다 먼저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말로, 정치권에서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일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후보자 선출 규정(공천룰)을 사실상 확정했다.

최근 중앙당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민주당 새 공천룰은 5월3~4일 권리당원 투표를 거쳐 같은달 8일 중앙위원회 결과와 합산해 결정된다.

민주당은 공천룰에 가점·감점 기준, 당 기여도 등을 담아 ‘개혁 공천’을 다짐했지만, 공천룰이 확정되기도 전에 여기저기 잡음이 일고 있다.

‘정당개혁·정치개혁을 바라는 민주당 청년정치인과 정치신인’ 소속 내년 총선 입지자 30명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도 없고, 감동도 없는 특별당규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별당규 안 중 현실성 없는 청년정치인 단수추천 제도, 공천적합도조사에서 20% 이상 격차 시 단수추천 허용 등 청년·신인 정치인의 부족한 기회를 문제 삼았다.

이들의 반발처럼 민주당이 만든 새 공천룰을 보면 과연 ‘선당후사’를 강조하는 당이 만든 규정인지 의문이 든다.

새 공천룰은 청년과 신인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현역 의원 평가 결과 미공개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에게만 당원 명부 제공 △‘동일 선거구 3선 이상 출마 금지’ 불이행 등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조항이 훨씬 많다.

특히 경선 여론조사에서 1위 후보자와 2위 후보자의 격차가 20% 이상 날 경우 2위가 신인이라면 신인 가산점을 받지 못한 채 경선 없이 단수 공천이 되는 점은 ‘기득권 챙기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역이 신인보다 알려지고 유리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청년·신인 등 지역 정치인까지 반발하는 상황에, 이번 공천룰은 선당후사가 아닌 ‘현역을 위한 룰’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아쉽다.

더욱이 새 공천룰은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광주·전남 유권자들을 다독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말로만 개혁’을 외치는 민주당의 모습은 지역민의 외면을 부를 수밖에 없다.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에서 공천룰을 둘러싼 갈등까지 발생한다면 민주당의 자멸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현역 의원이 아닌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신이 민주당에 심폐소생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