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3주년… 광주정신을 예술로 승화한 시와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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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5·18 43주년… 광주정신을 예술로 승화한 시와 선율
창작 오라토리오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
12일 ACC 예술극장 극장2 총 13곡 구성
빛고을문화예술위 주최 시립교향악 등 참여
문병란 시에 중견 작곡가 김성훈 교수가 곡
  • 입력 : 2023. 05.09(화) 17:33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오라토리오 작품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 무대가 오는 12일 오후 7시30분 국립아시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2에서 펼쳐진다. 사단법인 빛고을문화예술공연위원회 제공
1980년 5월 광주의 경험은 문화예술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쉽게 그날의 진실을 입에 올릴 수 없었던 엄혹한 시대,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광주에서는 저항의 힘이 한껏 실린 5월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2000년대 들어서 5월 작품은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는 ‘해원’의 성격을 갖게 됐다. 오월정신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한 5월 작품들은 여전히 계속되는 5·18 폄훼와 왜곡에 기록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5·18민주화운동은 그렇게 ‘오월 예술’이라는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하게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고(故) 문병란 시인의 시에 중견 작곡가 김성훈 교수가 곡을 붙혀 완성한 오라토리오 작품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 오월 예술의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오라토리오는 중세시대 만들어진 음악극으로 독창 ·합창 ·관현악이 총집합한 음악 장르다. 나름의 등장인물과 스토리가 있어서 독창자들이 각 등장인물의 배역을 담당하고 오페라 보다 합창의 비중이 더 크다.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는 5·18을 주제로 만들어진 최초의 오라토리오 작품이다.

광주정신을 예술로 승화한 시와 선율이 울려 퍼지는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 공연이 오는 12일 오후 7시30분 국립아시문화전당(ACC) 예술극장 극장2에서 열린다. 2019년 이후 네번째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오라토리오와 오페라 형식을 일부 가미한 새롭고 웅장한 무대로 꾸몄다. 사단법인 빛고을문화예술공연위원회의 대표 작품이기도 한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는 광주의 대표적 민족문학가이자 시인인 고 문병란 선생의 시에 중견작곡가 김성훈 교수가 곡을 붙여 완성, 광주를 대표하는 대형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 무대는 총 13곡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휘자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광주시립합창단과 순천시립합창단 그리고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솔리스트들의 열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독창에는 메조 소프라노 김정미, 바리톤 공병우, 테너 국윤종, 보이 소프라노 장하랑이 있다. 또 연극배우 강유미가 출연해 가슴 절절한 어머니의 모습을 열연할 예정이다.

고 문병란 시인은 생전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시 작품을 꾸준히 창작해 오면서 이를 모티브로 한 음악작품을 제작하고자 했다. 빛고을문화예술공연위원회의 이사로 있는 김성훈 작곡가와 연이 닿아 오라토리오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가 탄생하게 됐다. 2019년 첫 공연을 선보이기까지 10여년이 걸렸으며 끝내 공연을 보지 못하고 문병란 시인은 지난 2015년 타계했다.

작품 중 세번째 순서인 어린소년의 죽음을 노래한 ‘저는 그냥 죽었어요’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고 극적인 묘사를 시어를 통해 표현한다. 또한 이 작품의 제목을 딴 마지막 순서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는 광주의 정신이 세계로 뻗어 나가길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담긴 시로 지금 현재, 광주정신이 지향할 바를 보여주는 작곡가의 염원이 함께한 작품이다.

합창은 광주시민을 상징하며 각각의 솔리스트(소년, 구두닦이, 아내, 남편)는 40여년전 오월 당시 죄없이, 힘없이 죽어간 이들을 대표한다. 이 작품은 앞으로 오페라나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형태로 각색이 가능한 작품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하는 작곡가의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공연은 전석무료이며 ACC 홈페이지(https://www.acc.go.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한편 문명란 시인은 1970년대 이후 자유실천문인협외에 가입, 반유신 민중문학운동에 참여했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6월항쟁전사협 대표 등을 역임한 대표 재야 인사이다. ‘화염병 대신 시(詩)를 던진 한국의 저항시인’으로 ‘뉴욕타임즈’(1987)에 소개되기도 했던 문 시인은 수많은 저항시를 남겼고, 한평생 민족문학운동과 5·18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배후조종자로 지목돼 고초를 당했고 독재정권 시절에는 민족, 민중, 통일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시집들이 판매금지처분을 받기도 했다. 조선대학교 재학 당시 시 ‘가로수’로 등단했다. 대학 졸업 후 전남고등학교 등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 1988년부터 조선대 국문과 교수로 근무했으며 1996년 5·18 기념재단 이사를 역임했다. 2000년 교수 퇴임 이후, 작품활동을 이어오다 2015년 타계했다.
오라토리오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 포스터.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