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제1회 만에 폐지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문화일반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제1회 만에 폐지
14회부터 참여작가 대상 1명 선정
지역 미술계 “오월정신 위배” 주장
나머지 후원금액 9만불 전액 반환
  • 입력 : 2023. 05.10(수) 16:43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광주정신 모독하는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 폐지를 위한 예술인과 시민 모임’이 지난달 11일 오전 11시 광주비엔날레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폐지 여론이 계속되자 광주비엔날레는 ‘박서보 예술상’을 폐지하기로 했다. 박서보예술상 폐지 시민모임 제공
지역 미술계 안팎으로 폐지 목소리 이어졌던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이 제1회 시상을 끝으로 폐지된다. (재)광주비엔날레는 10일 제186차 이사회를 열고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1회 시상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9만불은 박서보 화백이 설립한 기지재단에 전액 반환된다.

재단 측은 “폐지 여론 이후 예술상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다양한 미술계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기지재단 측과도 협의를 지속해왔다”며 “박서보 화백이 후배 예술가들을 지원하려는 취지에 공감해 제정한 이 상이 폐지됨에 따라 향후 각계의 의견을 들어 시상 제도를 보다 발전적으로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광주비엔날레는 단색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박서보 화백의 100만달러 후원으로 ‘박서보 예술상’을 제정한바 있다. 박 화백은 자신이 후학양성을 위해 설립한 기지재단에 100만 달러를 출현했으며 광주비엔날레는 기지재단을 통해 지난달 7일 개막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부터 2042년까지 비엔날레 시즌마다 참여작가 1명을 선정해 10만 달러씩 수여하기로 했다. ‘박서보 예술상’ 제1회 수상자는 이번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조형작품 ‘코 없는 코끼리’를 선보인 ‘엄정순’ 작가로 정해진바 있다.

그런데 박서보 예술상에 대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행사부터 지역 미술계 안팎으로 폐지 목소리가 계속됐다. 유신정권에 침묵한 관변미술가 ‘박서보’ 개인의 이름을 딴 상은 사적 명예욕을 채워주는 것으로 광주비엔날레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민족미술인협회광주지회를 비롯한 예술인과 시민단체는 ‘(가칭)광주정신 모독하는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 폐지를 위한 예술인과 시민 모임(이하 시민모임)’을 만들어 성명을 통해 “100만 달러라는 돈으로 20년 동안 생존 작가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은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을 매판 하는 행위다”며 “1980년 5·18의 정신을 문화적 가치로 승화한 광주비엔날레의 창립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박서보 예술상’이 제1회만에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나머지 후원금액은 9만불은 기지재단 측에 반환하기로 했다.

한편 광주비엔날레는 2010년 ‘광주비엔날레 눈 예술상’을 마련해 중견작가 1만달러, 신진 작가 5000달러 상금을 시상하다가 예산 부족으로 2016년부터 시행하지 못했다. 박서보 예술상은 그 후속 격으로 제정됐지만 제1회 운영만에 폐지된 셈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