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데올로기 초월한 소시민의 시대적 고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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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정치적 이데올로기 초월한 소시민의 시대적 고민들
극단 ‘고래’ 8일 북구문화센터 공연
북한 소설 ‘벗’ 원작 각색·연출
이혼 결심 앞둔 부부모습 그려
반도네온 연주 등 볼거리 다양
실제 탈북자 배우 김봄희 출연
  • 입력 : 2023. 06.29(목) 14:37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극단 ‘고래’가 오는 7월8일 북구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연극 ‘벗’을 무대에 올린다. 사진은 무대에 서는 왼쪽부터 배우 이송이, 문종철. 극단 ‘고래’ 제공
북한의 백남룡 작가가 쓴 장편소설 ‘벗’이 연극작품으로 재탄생돼 광주시민들을 만난다. 극단 ‘고래’가 오는 7월8일 북구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연극 ‘벗’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은 동명의 소설 ‘벗’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판사가 이혼소송을 청구한 젊은 여성의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결혼생활마저 되돌아보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1960년대 이후 북한 문학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 없이 오롯이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 결혼, 이혼, 육아, 직업 등 일상을 다룬 북한 최초의 작품이다. 특히 체제와 이데올로기의 그늘 밑에 가려져 있던 북한사람들의 미시적 삶의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소설은 2011년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된 이래 남·북한 문학을 통틀어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기록된 바 있다. 또 2020년 미국에서도 출판돼 미국 매체 ‘라이브러리 저널’에서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소설은 출판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가정과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각 인물들이 느끼는 고민들은 여전히 시대적으로도 유효한 보편성을 띤다.

성악배우 ‘채순희’는 판사 ‘정진우’에게 남편 ‘리석춘’과의 이혼을 요청한다. ‘리호남’이라는 일곱 살 난 딸을 두었지만, 선반공인 리석춘과의 갈등이 심해지자, 견디지 못하고 재판소로 나온 것이다. 이에 진우는 이혼 근거가 필요하다며 돌려보내고, 순희 부부의 사정을 조사하고자 그들의 집으로 향한다. 부부의 집에 도착한 진우는 비를 맞고 떨고 있는 순희와 석춘의 딸 ‘호남’을 발견하고, 본인의 집으로 데려와 재운다. 그 사이 쪽지만 남겨둔 채 출장 간 아내 은옥에게 진우는 괜히 서운하다. 순희와 석춘은 딸을 찾아 황급히 진우의 집으로 달려오고, 진우는 그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한다. 진우의 따듯한 식사대접에도 불구하고, 순희와 석춘은 냉랭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이에 진우는 자신이 처음 아내 은옥을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순희와 석춘의 마음을 돌려보기로 결심하는데….

소설 ‘벗’의 각색과 연출은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가 맡았다. 이 대표는 가능한 원작을 충실하게 인용해 연극화하고자 했다. 특히 북한소설의 말맛과 문체, 북한사람들의 감정과 정서 등 소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지극히 북한적인 취향과 감수성을 연극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중점을 뒀다. 이로써 관객들은 북한 사회의 이질적인 정서를 느낌과 동시에 이를 초월하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고민에 공감할 수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반도네온(아코디언과 비슷한 악기)’의 연주도 감상할 수 있다. 반도네온 연주자 이어진씨가 무대에서 깊은 여운의 선율을 전한다. 또 극 중 딸(호남) 역할로 등장하는 인형과 인형 조종자 등 연극적 볼거리도 다양하다.

특히 실제 탈북자로 18살에 남한으로 와,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봄희 배우가 무대에 선다. 이외에도 정나진, 김성일, 강일 등 연극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실력파 중견배우들을 통해 소설 속 활자는 어느새 움직이는 연극으로 완성된다.

연극 ‘벗’은 광주북구문화센터 홈페이지와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전석 1만원이다 .광주비엔날레 입장권 소지자는 50% 할인된 가격으로 현장에서 예매할 수 있다. 연극은 만 12세 이상 관람가에 러닝타임은 120분이다. 공연은 7월8일 오후 2시와 7시 예정돼 있으며 오후 2시 공연 이후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극단 ‘고래’의 작품 ‘벗’ 포스터.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