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만이 해결책?”… 전남 양파·마늘농가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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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만이 해결책?”… 전남 양파·마늘농가 뿔났다
기재부, 양파 TRQ 9만톤 증량
“근시안적 수급정책” 농가 분통
마늘 작황 부진에 수입산까지…
농업재해인정 등 대책마련 촉구
  • 입력 : 2023. 07.17(월) 16:31
  • 김은지 기자
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전국마늘생산자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에서 ‘양파, 마늘 TRQ 수입 즉각 중단과, 생산비 보장’ 등을 촉구하는 전국 마늘양파 생산자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가격이 낮으면 농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가격이 높으면 시도 때도 없이 수입하며 가격을 낮추는 근시안적 수급정책에 이제는 지쳤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물가정책에 언제까지 당하고 있어야 하나요.”

17일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양파 TRQ 9만톤 수입 발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앞서 지난 7일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주재한 제27차 비상경제차관 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물가 안정 명목으로 양파 저율관세할당(TRQ) 9만톤 증량을 발표한 데 따른 것.

함평군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김형철(52)씨는 “올해 국산 양파가격은 물가안정대책회의 때마다 물가 상승 주범으로 몰렸다. 양파 수확기인 지난 5월에 이어 한창 농협서 양파 수매가격이 결정되는 이 시기에 정부는 또 한 번 TRQ 9만톤 증량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 TRQ 증량 발표로 현재 농민들로부터 양파를 수매한 농협은 농민과 정부 눈치에 수매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양파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정부의 TRQ 증량 수입이 계속된다면 수입 양파가 국민 밥상 물가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양파 재배 면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1만8000㏊이며 수확량은 120만톤 정도다. 양파협회 측은 “정부에선 국민이 한 달간 소비하는 양파의 양을 8만톤으로 추정되는데 1년으로 따져도 96만톤밖에 되지 않는다”며 “충분히 자급이 가능한 수준이고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양파 수급 매뉴얼’상 심각 단계에 해당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수확 후 양파가 이미 자신들의 손을 떠난 상황임에도 농민들이 기자회견과 릴레이 선전전을 진행하는 이유는 농협 계약재배 대부분이 ‘매취’가 아닌 ‘수탁’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매취 방식 계약재배는 정해진 단가에 농민이 농산물을 넘기면 농가가 아닌 농협이 이후 판매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감당하지만 수탁의 경우 판매한 가격에 따라 농가 수취가가 결정된다.

양파협회 측은 “일반 관세로 들어오는 양파에 저율관세 양파까지 국내에 들어와 시장가격이 떨어진다면 농가 수취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정부 TRQ 증량 발표 그 자체가 시장에 주는 메시지와 파급효과가 크다 보니 유통업자와 가공업자 등 거래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기재부 발표 철회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마늘 농가도 비상에 걸렸다.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생산비 보장을 위한 수급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마늘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가격 하락에 대한 생산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마늘 재배면적은 2만 4710㏊로 지난해(2만2362㏊) 대비 10.5%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지난해산 마늘 재고량은 1만4000톤으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4.5%·7.4% 증가했다.

하지만 크기가 커지는 시기에 큰 일교차와 수확기에 잦은 강우 등으로 전년보다 품질이 우수한 상품 비율이 감소해 타격을 면치 못하게 됐다. 병해 등 생리장해 발생까지 증가해 전반적인 작황은 지난보다 부진한 상황이다.

해남군에서 마늘을 재배 중인 이모(47)씨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물가를 잡는다며 7월, 11월, 12월 세 차례 마늘관세 360%를 50%로 낮춰 마구잡이로 수입했음에도 정작 마늘가격이 폭락하자 정부는 수수방관으로 대응했다“며 “올해는 이미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터무니 없는 가격이 매겨지고 있는데 여기에다 수입까지 한다면 그나마 건진 마늘마저 재고로 쌓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남도마늘 최저생산비는 1kg당 3500원 형성됐다. 하지만 전남지역 마늘 계약재배단가(1kg 기준)는 신안군 3100원, 무안 3200원, 해남 3500원 등으로 지난해 5500원보다 무려 2000원 이상 폭락한 상황이다.

마늘협회 관계자는 ”재해로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확인되는 가운데 가격까지 지난해 대비 40% 이상 하락했고 이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농산물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정부의 물가정책 때문이다”며 “정부는 이제 마늘 재배 농가 지원대책을 수립하고 수입 확대 중단 및 생산비 지원대책 마련과 저품 마늘에 대한 정부 수매비축 실시, 생산비가 보장되는 수급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재부는 지난 10일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국민참여입법센터는 17일 기준 49개의 반대의견이 제출됐다.

지난달 무안군 청계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파속채소연구소 시험 재배지에서 연구원들이 국산 양파 ‘맵시황‘ 품종을 수확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