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 ‘추상의 추상’에서 감상할 수 있는 김환기의 작품 ‘30-Ⅲ68#6’.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
이번 광주미술아카이브전 ‘추상의 추상’은 남도 추상미술의 선구자들을 기리기 위한 자리다. 이들을 추억하고 회상한다는 의미로 ‘추상(追想)’이라는 단어를 차용했다. 전시는 △1부 낭중지추 △2부 일엽지추 △3부 만고천추 등 총 3개 섹션으로 나뉜다.
1부 ‘낭중지추(囊中之錐)’에서는 해방 이전 남도에서 일본 동경으로 유학을 떠났던 추상 1세대들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섬에서 바라본 밤바다에서 큰 우주를 끌어낸 김환기, 이념 대립의 희생자로 사라지지 않는 상처를 지녔던 김보현, 중앙 화단보다 일찍이 비정형의 추상 형식을 선보인 강용운, 민족 상쟁의 비극에서 차오르는 울분을 토해낸 양수아의 작품을 선보인다. 근대기 광주를 비롯한 남도의 전통적인 미술 풍토와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추상미술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을 마주한다.
![]() 광주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 ‘추상의 추상’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정영렬의 작품 ‘적멸 84-P21’.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
![]() 광주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 ‘추상의 추상’에서 감상할 수 있는 탁연하의 작품 ‘Twist-1’.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
눈에 보이는 대상이 재현되지 않고 실재 이면의 세계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 바로 추상화 감상의 묘미다. 추상화는 현대미술에서 대상을 정확히 묘사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회화 규칙을 탈피하고 형태와 색채를 해방시키자는 기조 아래 탄생했다. 카메라의 발명으로 정확한 묘사의 그림이 필요 없게 된 요인도 작용했다. 한국 추상화의 역사는 1930년대 일본에서 유학하던 미술학도들에 의해 시작됐다. 특히 초기의 추상화는 선구자들은 엄혹했던 시절 암울한 시대상을 대놓고 표현할 수 없었던 분위기의 반작용으로 터져나와 한국 미술사에 중요한 차지한다.
광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참여작가들은 추상미술이 척박했던 시대에 격동하는 현대사의 비극과 개인적 아픔을 격정적인 붓질과 때로는 정제된 손짓으로 풀어냈다”며 “이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소중히 기억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